[인터뷰]이준익의 '욘더' 세계…"불멸은 인간의 이기심에서 비롯"
기사내용 요약
첫 OTT 드라마 연출…영화와 구분 짓지 않아
'삶과 죽음, 영원한 행복은 무엇인가?' 질문 던져
"욘더는 SF 아닌 현실…안락사 10년 후 내 문제"
[서울=뉴시스] 최지윤 기자 = 영화감독 이준익(63)은 티빙 '욘더'를 드라마로 한정 짓지 않았다. 그 동안 영화만 열네 편 만들었고, 드라마 연출은 욘더가 처음이다. 영화는 약 2시간 분량이지만, 오히려 드라마는 제한이 없다고 생각했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플랫폼으로 옮겨왔기에 '러닝타임·회차에 구애 받지 말자'고 마음 먹었다. 요즘 러닝타임도 점점 짧아지는 추세라며 "(총 6부작으로) 매회 25~30분 분량의 과감한 시도를 했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삶과 죽음의 경계를 다루고, 현실과 3차원 가상세계인 '메타버스'를 넘나들며 이야기가 전개 돼 'SF 장르물의 경계선을 잘 잡는 것이 중요했다'고 짚었다.
이 드라마는 '재현'(신하균)이 세상을 떠난 부인 '이후'(한지민)로부터 메시지를 받고, 그녀를 만날 수 있는 미지의 공간 욘더에 초대 받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죽은 자의 기억으로 만들어진 세계 욘더를 마주한 다양한 군상을 통해 '삶과 죽음, 영원한 행복은 무엇인가?'에 관한 질문을 던졌다. 14일 막을 내린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온 스크린 섹션에 초청, 관객들에게 먼저 선보이기도 했다. 티빙과 미국 영화 제작사 파라마운트가 처음으로 공동 투자했으며, 내년 상반기 해외에서도 공개할 예정이다.
"사실 파라마운트와 협업하고 글로벌 공개하는 건 모르고 시작했다. 살짝 걱정도 됐다. 우리나라 관객들에게 응원 받지 못한 작품이 해외에서 잘 되겠느냐. 적어도 전 세계 공개했을 때 '망신만 당하지 말자'고 생각했다. SF라는 미래 설정은 서양에서 개발한 이야기 세계관인데, 흉내 내면 분명히 조롱 당할 것 같았다. 그렇다고 그들의 근거성을 너무 배제하면 황당할 수 있기에 면밀히 경계선을 잡았다. 영화와 OTT는 피드백 오는 게 다른데, 욘더는 아직 성과가 안 나온 것 같다. 이제 시작이다."
2011년 출간한 소설 '굿바이 욘더'가 원작이다. 당시 이 감독은 "파격적인 소재가 신선했다"며 7~8년 전 영상화하기 위해 시나리오를 썼지만 엎었다. 영화 '자산어보'(2021)를 찍은 뒤 "사극에서 약간 멀어지고 싶었다"며 "'욘더를 다시 한 번 꺼내보자' 싶었다. 이전에 쓴 시나리오와는 전혀 다르다. 욕심을 덜고 본질에 충실했다. SF 장르물의 거대한 요소를 기대할 수 있지만, 미니멀화 해 가장 깊은 곳을 바라봤다"고 귀띔했다. 스태프 모두 영화 연출할 때 함께 해 "경계는 전혀 없었다"며 "인풋은 같고 아웃푼만 달랐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물론 '과연 관객들이 리얼리티를 복제하는 걸 동의해줄까?'라는 의구심도 적지 않았다. "불편하지 않게끔 현실에 있는 공간을 그대로 (가상세계로) 옮겼다. 메타버스의 이질감을 줄이고 같은 인물이 다른 공간에 가도 기억의 연장선이 이격되지 않도록 하고, 두 주인공 관계도 밀도있게 들어갈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다양한 OTT가 생겨나면서 극장에서 보지 못한 세계를 폭넓게 경험했지만, "깊이있는 이야기에 관한 갈증은 더욱 커졌다"고 털어놨다. "자극적이고 흥미로운 요소로 '킬링타임'의 쾌감을 주는 것도 좋지만, 영화를 보고나서 더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세이빙타임' 작품도 함께 발맞춰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욘더는 10년 후 안락사가 합법화된 세상을 다뤘다. 현실의 삶을 버리고 안락사를 선택, 욘더 세계로 가는 모습을 통해 '과연 영원은 아름다운가'라는 메시지를 던졌다. 특히 '아름다운 기억이 소중한 것은 그 순간이 다시 돌아오지 않기 때문'이라는 재현의 마지막 대사가 울림을 줬다.
"인간은 수천년 전부터 불멸을 꿈꿔 왔다. 죽음이 갖고 있는 무한성은 디지털의 무한성을 맞이했다. 유한을 벗어난 무한의 존재 개념은 기억으로부터 존재하는 것이다. 원작에서 '불멸이 과연 행복한 것인가?'라는 물음을 던졌는데, '누군가의 소멸로 내가 존재했고, 누군가의 생성을 위해 내가 소멸하는 게 올바른 세상인가?' 싶더라. 인간의 이기심으로 불멸을 꿈꿨고, 그 이기심 때문에 인간은 더 불행해졌다."
주역인 신하균(48)과 한지민(40)을 향한 고마움도 잊지 않았다. 두 사람은 '좋은 사람'(2003) 이후 20년만에 다시 만났다. 이 감독은 두 사람 덕분에 "SF 장르가 휴먼 멜로물이 됐다"며 극찬했다. "재현 캐릭터에 가장 공을 많이 들였다"며 "신하균이 안 나오는 장면은 단 한 신도 없다. 이야기의 생경함을 끝까지 몰입할 수 있게 하려면, 한 사람의 관점으로 가져가야 했다"고 주장했다. "욘더에 가면 한지민이 주체가 되고 신하균이 대상이 된다"며 "한지민이 왜 여기 왔는지 설명하기 위해 주체화했다"고 덧붙였다.
"신하균은 멜로가 되더라. 멜로는 '나 너 사랑해!라고 직접적으로 표현하는 게 아니다. 내가 당신을 여기는 마음을 우회적으로 표현하는 게 멜로다. 두 사람은 부부 역인데, 현장에서 만날 장난치고 남매 같았다. '운명적인 케미에서 나오는 연기가 아닐까?' 싶었다. 촬영장 밖에서는 정말 애정하는 오빠와 동생 같았고, 각자 독립된 존재로서 빛났다."
이 감독은 환갑이 넘은 나이에도 감각을 잃지 않은 모습이었다. 주로 사극을 연출했지만, 누구보다 디지털 세계에 밝았다. "가상 세계 안에서도 다음 단계가 분명 있을 것"이라며 "메타버스가 인류가 꿈꾸는 세상의 종점이라면 그 또한 너무 슬픈 일"이라는 생각이다. 이후는 "나 여기 있어"라는 대사를 반복하는데, "사람은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기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라며 "과거 오프라인·아날로그 시대는 존재가 사라지면 부재이지만, 세상이 바뀌었다. 요즘은 온라인과 오프라인 세계로 쪼개지지 않느냐. 오프라인 속 존재가 사라졌다고 온라인에서 부재하느냐. 존재한다"고 했다.
"욘더는 SF가 아니라 현실이다. 이미 존재하는 리얼리티를 10년 뒤 안락사라는 설정을 통해 바라봤다. 지금은 안락사가 합법이 아니지만, 10년 후에는 내 문제가 될 것 같다. 관객 개인·세대 차도 있을 텐데, 욘더를 '공포 영화'라고 하는 분들도 있더라. 각자의 개인·세대·입장·경험차를 바탕으로 요소마다 어울리게 만들려고 노력했다. 죽음이라는 소재 특정성 때문에 본인과 맞지 않아서 흥미를 잃을 수도 있는데, '좋은 영화는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 이야기가 시작된다'고 생각한다."
☞공감언론 뉴시스 plai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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