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p차 승리... 룰라, 12년만에 또 브라질 대통령 됐다
사상 첫 중남미 주요6개국 모두 좌파 정권
보우소나루 대통령, 트럼프처럼 대선 불복-폭력사태 우려
초유의 전·현직 대통령 간 대결로 세계의 시선을 모은 중남미 최대국 브라질 대통령선거 결선 투표에서 노동자당(PT) 소속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76) 전 대통령이 자유당(PL) 소속 자이르 보우소나루(67) 대통령을 불과 1%대 득표 차로 누르고 당선을 사실상 확정지었다.
지난 2003~2011년 대통령직을 8년간 연임하며 브라질 경제 성장을 이끌었던 룰라 전 대통령은 12년만인 내년 초 취임해 대통령직에 복귀한다.
30일(현지시각) 치러진 브라질 대선 결선 결과, 개표가 99% 이뤄진 시점에서 룰라 전 대통령은 1억5000만여명의 유권자가 던진 유효투표 중 과반인 50.9%를 득표, 49.1%를 득표한 보우소나루 대통령을 1.8%포인트 앞서 당선을 확정지었다.
지난 2일 8명의 후보가 나선 1차 투표에서 룰라가 48.4%, 보우소나루가 43.2%를 득표해 5.2%포인트 앞섰던 것보다 득표 차가 크게 줄었다. 그만큼 브라질 사상 최대 이념 대결과 정치 분열 속에서 진보·보수 유권자가 대대적으로 결집하면서 초접전을 펼쳤다는 평가다.
특히 이날 개표 67% 시점까지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득표율에서 내내 앞서면서 접전을 펼치다가, 룰라가 막판에 역전에 성공했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완전한 전자 투·개표 시스템을 갖춘 브라질에선 보우소나루와 자유당을 지지하는 보수층이 많은 상파울루·브라질리아·리우데자네이루 등 대도시 지역에 인터넷 인프라가 잘 깔린 덕에 선거 결과가 항상 먼저 집계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당초 보우소나루의 경제 실패와 각종 막말 논란으로 인해 룰라가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로 승부를 짓고 손쉽게 복귀할 것이란 전망이 있었으나, 1차 투표에서 룰라의 과거 부패 혐의나 좌파 사회주의 정책 등에 염증을 느낀 보수층 결집으로 예상 외로 보우소나루가 선전했다.
이후 4주간 결선 투표 와중에도 진보·보수 유권자가 대대적으로 결집하며 두 후보의 여론 지지율은 엎치락뒤치락 혼전을 거듭했다. 그러나 2차 투표가 다가올수록 보우소나루 대통령 지지자들이 일으킨 폭력 사태와 온라인 비방전 등이 격화되며 역풍이 불면서 룰라 쪽으로 판세가 완전히 기운 것으로 분석된다.
2000년대 브라질을 이끌며 중남미 좌파의 대부(代父)로 불렸던 룰라의 복귀는 인구 2억의 브라질 뿐만 아니라 중남미 정치 지형에도 큰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룰라 전 대통령의 당선으로 최근 3년여 중남미에 속속 들어서고 있는 중도 좌파 정부 수립 물결, 즉 ‘2차 중남미 핑크 타이드(pink tide)’가 완성될 전망이다. 사상 최초로 중남미 주요6개국(브라질·멕시코·아르헨티나·콜롬비아·칠레·페루)에 일제히 좌파 정권이 들어서게 된다.
이번 선거전에서 룰라 전 대통령은 부자 증세를 통한 재정 확충과 사회복지 강화, 엘리트주의 혁파 등을 공약하며 2000년대 초반의 ‘룰라 향수’를 자극하며 서민층에 호소했다.
그러나 1·2차 대선 투표에서 보수·중도층의 ‘룰라 반감’이 예상보다 크게 확인된데다, 의회·지방정부 권력은 여전히 자유당이 장악하며 여소야대 구도가 펼쳐지는 만큼, 룰라의 진보 정책 드라이브에 큰 제동이 걸릴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또 간발의 차로 재선에 실패한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과 그 지지층, 군부가 대선 불복 폭력 사태나 쿠데타 등을 감행할 것인지가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보우소나루는 룰라에 여론조사에서 뒤처진 지난 1년여간 부정선거 가능성을 제기하며 대선 불복론의 씨를 뿌려왔다.
이에 따라 지난 2020년 미국 대선에서 패배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불복 선언 이후 그 지지자들이 연방의사당을 공격한 것 같은 극단적 정치 분열의 장면들이 브라질에서도 펼쳐지며 중남미 정치 불안을 심화시킬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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