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취록 곳곳 언급된 이재명…재점화된 천화동인 1호 '그분'

유영규 기자 2022. 10. 31. 0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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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동 개발비리 의혹 수사의 핵심 중 하나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민간사업자에게 이익을 주고 대가를 얻었는지 여부입니다.

지난 1년간 대장동 수사가 진행돼 주요 인물이 재판에 서게됐지만 이 대표와 연관성까지는 수사가 진전하지 못했습니다.

최근 사건의 핵심 인물인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민간 개발업자 남욱 변호사까지 이 대표와 연관성을 폭로하고 나서면서 검찰 수사가 새 국면에 접어들었습니다.

특히 남 변호사가 공판에서 민간사업자의 보통주 중 이 대표 측 지분이 있다고 김만배 씨에게 들었다고 주장하면서 지난 대선 국면에서 불거진 화천대유자산관리 관계사 '천화동인 1호'의 실소유주 논란이 재점화됐습니다.

오늘(31일) 법조계에 따르면 남 변호사는 2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이준철 부장판사)가 심리한 대장동 사건 1심 재판에서 대장동 수익에 이 대표 측 지분이 있다는 취지로 주장했습니다.

남 변호사는 정영학 회계사를 직접 신문하며 2015년 2월 또는 4월에 "김만배 씨가 내게 '(사업 전체 지분 중) 25%만 받고 빠져라, 본인도 12.5%밖에 지분이 안 되고, 나머지는 이재명 시장 측 지분이다'라고 얘기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정 회계사는 "전혀 기억이 없다"고 답했습니다.

유 전 본부장 역시 앞선 재판에서 대장동 개발에서 민간사업자가 큰 이익을 얻도록 설계되는 과정의 최종 책임자로 이 대표를 지목했습니다.

유 전 본부장의 변호인은 24일 재판에서 정 회계사를 상대로 '대장동 개발사업 설계의 실질적 결정권자가 당시 성남시장이던 이 대표가 아니었느냐'고 집중적으로 추궁했습니다.

변호인은 "대장동 개발사업에서 건설사를 배제하는 결정이 성남시청 또는 성남시장으로부터 지시가 내려온 것 아니냐", "성남시장이던 이 대표가 '공원화(제1공단 근린공원)만 하면 다른 것은 다 알아서 해, 마음대로 하라'고 했다는 것을 전해 듣지 않았느냐"고 물었습니다.

정 회계사는 "그때 당시는 몰랐지만, 최근 재판 과정에서 알았다. 위에서 (내려온) 지침이었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이 대표의 대장동 사업 연관성은 정 회계사가 검찰에 제출한 녹취록에서도 엿볼 수 있습니다.

대장동 팀의 대화 곳곳에 이 대표가 등장합니다.


남 변호사는 2013년 4월 17일 정 회계사와 토지수용 문제 등으로 대화하면서 유 전 본부장의 말을 전하며 이 대표를 언급합니다.

남 변호사는 유 전 본부장이 "(전략) 포장해갖고 시장님(이재명)한테 던져만 주면 된다. 시장님도 나한테 그림까지 그려가면서. 이거는 진짜 너하고 나하고만 알아야 한다. 천억만 있으면 되잖아. 그러면 해결돼. 나는 그러면 대장동이든 뭐든 관심 없어. 네가 알아서 해. 그것만 만들어"라고 말했다고 전했습니다.

남 변호사는 같은 달 30일에도 "돈 받은 얘기에 대해서는 하늘이 두 쪽 나도 누구도 몰라야 된다. (중략) 대장동 사업은 성공을 시켜야 한다. 너도 이익을 극대화하고 시장님 재선을 위해서 어떤 식의 도움이 되는지 서로 상의해서 조율하자"고 유 전 본부장이 말했다고 정 회계사에게 전합니다.

같은 해 7월 2일엔 자신이 돈을 더 달라는 유 전 본부장에게 "숨 좀 돌립시다. 시장님 뭐 복잡하게 하십니까"라고 했다고 정 회계사에게 전합니다.

그러면서 유 전 본부장이 "네가 우리 쪽에서 하는 일은 광을 팔아주겠다 시장님한테. 정진상이랑 김용이랑 다 상의했다"고 말했다고도 전했습니다.

이 대표와 그의 최측근 정진상 민주당 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구속)이 함께 등장합니다.

7월 25일에도 남 변호사는 유 전 본부장이 "대장동은 네가 마음대로 해. 저기 돈이나 좀 만들어줘"라고 요구했고, 이에 자기가 "형 100억인데, 형 쓰실 만큼 제가 보험 들어놓으니까 저도 좀 쓰고 형도 쓰세요. 나중에"라고 답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자 유 전 본부장은 입이 귀에 걸리며 "네가 다 알아서 짜갖고 완판만 나한테 얘기해줘라. 내가 시장님한테 보고할 테니까"라고 했다고 남 변호사가 정 회계사에게 말합니다.

이 같은 녹취록상 발언만으로는 이 대표가 민간사업자들과 공모해 그들에게 유리한 사업 설계를 짜주고 그 대가로 개발 수익을 나눠 갖기로 했다고 단정하긴 어렵습니다.

모두 그 자리에 없는 제3자의 말이라며 전달한 것인데다 이 대표 측근들이 이 대표를 내세워 이들과 유착해 이익을 챙겼을 가능성도 있어서입니다.

어느 경우든 검찰은 유 전 본부장과 남 변호사가 최근 쏟아내는 새로운 진술에 힘입어 의혹이 짙었던 천화동인 1호의 실소유주를 밝히는 데 공을 들일 전망입니다.

천화동인 1호의 실소유주를 둘러싼 의혹은 지난해 대장동 일당의 진술이 엇갈리면서 증폭됐습니다.

발단은 정 회계사의 녹취록이었습니다.

이 녹취록에 김만배 씨가 "천화동인 1호의 절반은 '그분' 것"이라고 언급한 대목이 담겼다고 전해지며 논란이 시작됐습니다.

이를 두고 천화동인 1호의 지분권자로 지칭된 '그분'이 유 전 본부장이나 이 대표를 가리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습니다.

이에 대해 김 씨는 검찰 조사 과정에서 "사업자 갈등이 번지지 못 하게 하려는 차원에서 그리 말한 것"이라고 했다가 이틀 만에 '그분' 발언을 한 사실이 없다며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남 변호사 역시 지난해 10월 귀국 직전 언론 인터뷰에서 "천화동인 1호가 본인(김만배)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를 김 씨에게서 들었다"면서도 김 씨가 평소 동생인 유 전 본부장을 '그분'이라 지칭한 기억은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귀국 후엔 '그분'은 유 전 본부장이라는 취지로 말을 뒤집었습니다.

지난해 1차 수사를 한 검찰은 유 전 본부장이 민간업자들에게 사업 특혜를 주고 대가로 김 씨에게 700억 원을 받기로 약속했다고 판단했습니다.

사실상 천화동인 1호에 유 전 본부장 지분이 있다고 본 것입니다.

다만 천화동인 1호는 김 씨가 실질적으로 운영했다고 봤습니다.

다시 수사를 진행 중인 검찰은 김 씨가 사실상 '바지사장'이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관련자를 조사 중입니다.

검찰은 김용 부원장을 상대로도 연일 대장동 사업 과정의 관여 정도를 확인하고 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유영규 기자sbsnewmedi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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