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다 해 넘길라"…인천공항 면세점 입찰 '하세월'

한전진 2022. 10. 31. 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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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공사·관세청 '이견차' 여전
임대료 산정·스마트면세점 도입 갈등
빨라야 11월 진행…이미 수개월 지연

인천국제공항공사(공항공사)의 면세점 입찰 공고가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공항공사와 관세청의 힘겨루기가 이어지면서다. 양 측은 올해 상반기부터 사업자 선정, 임대료 산정 방식 등으로 갈등을 겪어왔다. 이견이 쉽게 좁혀지지 않으면서 입찰 진행은 안갯속에 빠졌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입찰 공고 진행이 빨라야 다음 달에서야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공항공사 VS 관세청

31일 면세업계에 따르면 인천공항 면세점 입찰 공고가 이미 수개월째 지연되고 있다. 현재 인천공항 면세점의 사업권은 총 21개다. 이번 입찰은 제1여객터미널(T1) 매장 9개와 제2여객터미널(T2) 매장 6개를 대상으로 진행된다. 하지만 입찰 시기가 늦어지면서 공실 장기화를 우려하는 상황이다. 이미 T1은 지난해 세 번의 유찰로 공실이 생긴지 오래다. T2는 내년 1월이 만료다. 

공항공사와 관세청은 올해 상반기부터 신경전을 벌였다. 대표적인 것이 '사업자 선정 방식'이었다. 관세청은 올해 4월 공항공사에 기존 '공사의 단수 추천'에서 '공사의 복수 추천 뒤 관세청의 최종선정'으로 바꿀 것을 요구했다. 공항공사의 단독 선정이 불합리하다는 의견이었다. 양측은 갈등을 이어오다 지난 8월 사업자 '복수 추천' 방식으로 합의했다. 공사가 2곳 이상의 복수 사업차를 추천하면 관세청과 공사가 5대 5의 비율로 점수를 줘 사업자를 최종 선정하는 방식이다. 

물론 갈등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사업군 구획 조정'도 쉽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공항공사와 면세점들은 사업구역 분할 최소화를 원했다. 하지만 관세청을 이를 여러 구역으로 나누려고 했다. 입찰 경쟁 강도 등을 고려한 조치였다. 양 측은 사업권을 여객 편의에 맞춰 기존보다 넓히는 대신 구역을 세분화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이해관계자들 간의 합의가 진행 중이다. 

임대료·스마트면세점 '갈등'

최근에는 '스마트 면세점 서비스'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이는 공항 면세점들을 한 곳으로 모은 일종의 통합 애플리케이션(앱)이다. 공항에서 출국 30분 전까지 면세품을 구매하고 매장에서 찾는 서비스다. 관세청은 스마트 면세점의 수수료율을 기존 매장 판매 수수료율과 별도로 적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공항공사는 판매 요율을 동등하게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임대료 선정 방식도 발목을 잡고있다. 코로나19 이전에는 '고정임대료' 방식이었다. 실적과 관계없이 정해진 임대료를 내야 한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를 거치며 공항공사는 이를 '매출 연동 방식'으로 바꿨다. 실적이 급감한 면세업계를 위한 조치였다. 다만 이 정책은 올해까지다. 앞으로 나올 입찰에서는 고정임대료 방식이 될 가능성이 크다. 업계에서는 계속해서 매출 연동 방식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공항공사는 수익 감소 탓에 난색을 드러내는 눈치다.

이 때문에 입찰 공고는 기약 없이 허공에 뜬 셈이다. 다만 다음 달 내에는 입찰 공고를 낼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인천공항 입장에서 공항 면세점의 장기 공실은 큰 부담이기 때문이다. 보통 신규 사업자 선정 후 면세점 개점까지는 최소 6개월이 걸린다. 공고가 늦어질수록 손해가 커진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이미 늦어도 너무 늦은 상황"이라며 "더 이상 미루는 것은 큰 부담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고 나온다 해도

 
문제는 공고가 나와도 입찰 '흥행'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공항 면세점의 매력도가 전보다 떨어져서다. 엔데믹으로 해외 여행객이 늘고 있다고 해도 아직 일본, 동남아 지역에 그친다. 국내 면세업계의 중요 국가인 중국은 여전히 코로나19 봉쇄 정책을 이어가고 있다. 치솟은 고환율도 문제다.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면서 공항 면세점이 큰 타격을 받고 있다. 특히 공항공사는 과거의 '고정임대료'를 고수할 가능성이 크다. 높은 임대료를 내면서까지 공항 면세점에 들어갈 이유가 없는 셈이다. 

면세업계는 공항공사가 '변화'에 나서야 할 때라고 말한다. 대표적인 것이 '매출 연동제' 도입이다. 그동안 공항공사는 매출 대부분을 면세점의 임대료 수익에 기대왔다. 이를 두고 '과도한 수익창출'이라는 비판이 적지 않았다. 셰계적으로도 공항이 고정 임대료를 면세점에 요구하는 경우는 드물다. 실제로 홍콩 첵랍콕공항, 싱가포르 창이공항은 등은 코로나19 이전부터 매출 연동 방식을 도입했다. 

실제로 인천공항공사는 앞서 세 차례의 유찰을 경험했다. 지난 2020년 T1 사업자 선정 당시였다. 면세점의 정상 영업이 어려운 상태에도 공항공사가 고정 임대료를 받으려 했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공항공사에 대한 비판도 컸다. 불리한 조건으로는 입찰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게 과거 유찰 사태에서 증명된 셈이다. 코로나19 이후 면세점들은 보수적인 의사결정을 내리고 있다.

현재 면세점들은 수익성 위주의 내실 다지기가 한창이다. 과거처럼 불리한 조건을 감내하며 사업을 확장할 여력이 없다. 한 면세업계 관계자는 "과거 높은 임대료에도 업계가 인천국제공항 면세점에 입점하려 했던 이유는 상징성과 글로벌 인지도 향상에 있었다"며 "현재는 해외 사업도 어느 정도 확장된 만큼 과거보다 (공항 면세점의) 중요도가 떨어진 것은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한전진 (noretreat@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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