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버넌스워치]노루그룹 한영재 회장, 3대 승계의 ‘민낯’
지배구조의 ‘키’ 홀딩스 지분 38% 타깃
2016년부터 후계자 한원석 대물림 개시
내부일감으로 키워온 계열 ‘삼총사’ 동원
‘대(代)물림, 참 쉽쥬!’라는 말 내뱉을 법 하다. 최소의 비용으로 가업세습을 성공적으로 완성하는 방법을 보여주고 있어서다. 65년 장수 브랜드 ‘노루표 페인트’로 각인되는 중견 정밀화학그룹 노루(NOROO) 얘기다.
차고 넘치는 내부일감을 기반으로 소리 소문 없이 키워온 계열 ‘삼총사’를 3대(代) 승계의 지렛대로 삼았다. 2010년 무렵 시작된 대물림 작업은 2016년 말부터 ‘민낯’을 드러냈다.
6차례…간판 교체에 얽힌 노루의 변화
25살 고(故) 한정대 창업주가 1945년 11월 설립한 ‘대한오브세트잉크제조공사’가 노루의 출발이다. 일본 오사카공고 응용화학과를 졸업한 뒤 후지화학연구소에서 일한 경험이 창업으로 이어졌다.
1952년 8월 ‘대한잉크조선공사(현 노루홀딩스)’로 법인 전환, 인쇄잉크사업에 본격 뛰어들었다. 번창했다. 제조공정이 비슷한 페인트로 눈을 돌렸다. ‘노루표’ 브랜드가 만들어진 게 1957년 8월이다. 1963년 1월에는 사명(社名)에 ‘페인트’ 글자를 박았다.
(참고로 노루의 모태 대한잉크조선공사는 대한잉크제조(1956년)→대한잉크페인트제조(1963년)→대한페인트잉크(1989년)→디피아이(2000년)→디피아이홀딩스(2006년)→노루홀딩스(2010년) 등 간판을 6차례 바꿔 달았다. 노루의 역사가 사명의 연혁이라 할 만큼 주력사업과 경영 및 지배구조 상의 변화를 잘 보여준다.)
1960년대 이후 정부의 경제개발계획에 따른 주거환경 개선, 전자·자동차·조선 등 제조업 성장, 건설 붐 등과 맞물려 호황을 누렸다. 1989년 2월 간판에서 ‘페인트’와 ‘잉크’의 단어 위치를 달리 바꾼 게 아니다.
1998년 11월, 창업주가 별세했다. 향년 78세. 당시 노루는 총자산 2500억원(1997년 노루홀딩스 연결기준)에 매출 1800억원의 중견기업으로 성장했다. 계열사도 12개사나 됐다.
장자 승계…중견 정밀화학그룹으로 성장
25살 한영재(67) 현 회장이 1980년 4월 노루에 발을 들인지 18년 만에 가업을 물려받았다. 창업주의 3남5녀 중 장남이다. 연세대 경영학과 및 미국 보스턴대 경영학석사(MBA) 출신으로 대한페인트잉크 사장으로 있을 때다. 45살 때인 2000년에 가서는 회장 타이틀을 달았다. 제2의 창업을 외치며 ‘디피아이(DPI)’로 사명을 바꿨던 해다.
지금의 노루는 중견 정밀화학기업으로 성장했다. 건축·공업용, 자동차용, 선박용, PCM 강판용 도료 등 국내 도료시장에서 KCC에 이어 2위다. 새로운 먹거리도 준비 중이다. 2010년대 중반부터 농생명사업에도 진출했다.
총자산 1조560억원(2021년 말)에 매출은 9550억원이다. 영업이익으로는 2017~2021년 한 해 평균 230억원을 벌어들였다. 재무건전성도 비교적 탄탄하다. 순차입금이 364억원(총차입금 2060억원-현금성자산 1690억원) 정도다. 부채비율은 83.5% 수준이다.
계열사는 20개사로 불어났다. 2016년 6월 디피아이를 쪼개 지주회사로 출범한 노루홀딩스(존속)를 정점으로 도료 분야의 주력 노루페인트, 농생명 부분의 농업회사법인 ㈜더기반 등 굵직굵직한 15개 계열사가 지주 체제에 포진해 있다.
대을 이어…3대 후계자 장손 한원석
올해 창립 77돌. 이제 노루 지배구조 측면에서 한 회장의 최대 화두는 3대 승계다. 후계자는 정해져 있다. 창업주의 장손 한원석(36) 노루홀딩스 전무다. 한 회장과 부인 이선화(62)씨 사이의 1남1녀 중 맏아들이다.
미국 센터너리대 경영학과 출신이다. 2014년 노루홀딩스에 입사, 사업전략부문장(상무보)을 시작으로 경영수업에 들어갔다. 28살 때다. 2017년 11월 전무로 승진, 현재 업무부총괄을 담당하고 있다. 10개 계열사의 이사회 멤버로 활동 중인 ‘후계 0순위’다.
맏딸도 노루에 적(籍)을 두고 있지만 가업승계와는 한참 거리가 멀다. 한경원(39) 노루서울디자인스튜디오(NSDS) 실장이다. NSDS는 노루페인트 컬러 전문 연구기관이다. 커리어가 경영 보다는 색채 연구와 디자인 컨설팅에 맞춰져 있다. 계열 이사진에서 한 실장을 찾아볼 수 없는 이유다.
대물림은 수레의 양바퀴처럼 경영승계와 지분승계가 함께 굴러가기 마련이다. 노루가 지주 체제인 만큼 지분승계의 지렛대는 홀딩스가 될 수밖에 없다. 2016년 말부터 한 회장의 손이 빨라지기 시작했다. 강력한 오너십을 유지하는데 위력을 발휘했던 홀딩스 지분 38.44%를 후계자에게 서서히 물려주기 시작했다. (▶ [거버넌스워치] 노루 ②편으로 계속)
신성우 (swshin@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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