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일논단] 빈발하는 산업재해에 대한 단상

윤진용 법무법인 저스티스 변호사 2022. 10. 31.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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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진용 법무법인 저스티스 변호사

지난 1월 27일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후 1년이 다가오는 지금 과연 우리의 산업현장은 얼마나 안전해졌을까? 안타깝게도 얼마 전 현대프리미엄아울렛 대전점에서 화재 사고가 발생한 후, SPC 계열사 SPL 평택공장에서 기계에 끼어 20대 근로자가 숨지는 사고가 발생하는 등 연이어서 계속 사고가 발생하고 있다. 요즘 변호사업계의 블루오션으로 뜨고 있는 것 중의 하나가 바로 중대재해처벌법이다. 우리나라의 대표적 대형 로펌들은 발 빠르게 중대재해처벌법 전담 대응팀을 만들고 있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으로 인한 기업들의 무한책임이 커진 이 시점에서 그만큼 법률 서비스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OECD 회원국 가운데 산업재해 사망률이 최상위권이다. 2018년 태안 화력발전소사건, 2020년 이천물류센터 화재사건, 2021년 광주 화정동 아파트 붕괴사고 등 최근 몇 년 동안 뉴스를 도배했던 산업재해사건만 해도 셀 수가 없을 정도다. 이제 산업재해는 우리 시대의 중요한 사회문제로 대두됐다.

우리나라는 이에 2021년 1월 26일 중대재해처벌법을 제정하고, 준비기간을 두어 2022년 1월 27일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중대재해처벌법의 주요골자는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에게 자신들이 운영하는 사업장에서 종사자의 안전·보건상의 유해 또는 위험을 방지할 의무를 부과하고 나아가, 제3자에게 도급, 용역, 위탁 등을 행한 경우에도 그 제3자의 종사자에 대한 안전 및 보건 확보의무까지 부과한 후, 이를 위반해 중대재해가 발생했을 경우,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를 형사처벌하는 것이다.

이는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로 하여금 사업장에서의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기업의 조직문화 또는 안전관리 시스템을 정비하도록 의무를 부과하고,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에 대한 사후 형사처벌을 통해 기업이 근로자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는 의무를 다하라는 일종의 사전 예방적 의무이행을 담보하려는 취지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중대재해 예방이라는 사회적 공감대와 그 목적의 정당성에도 불구하고, 제정 초기부터 논란이 돼 왔다. 그 논란의 핵심은 책임과 의무를 부과하고 처벌의 근거가 되는 규정들이 다소 추상적이고 모호하게 규정돼 있어 해석이 불명확하고, 지나치게 중벌주의 위주로 돼 있어 사전 예방보다는 처벌에 중점이 있다는 것이다.

법규정의 모호성으로 인한 해석의 불명확성은 확실히 문제가 있어 보인다. 형법의 대원칙인 '죄형법정주의'를 거론할 필요도 없이, 처벌법규가 해석에 따라 달라지면 그 공정성을 담보할 수 없고, 의무이행자도 자신이 어디까지 의무를 이행해야 하는지 모르게 돼 결국 중대재해처벌법이 달성하고자 하는 목적을 달성할 수 없게 된다.

둘째로는 아이러니하게도 근로자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만들어진 이 법이 취업 시장에서 가장 약자에 속하는 나이 많고 기저질환을 앓고 있는 중장년 노동자의 밥줄을 그나마 끊어놓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사고 발생위험이 많은 육체 노동시장에서 채용 시 건강검진을 의무화하게 하고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흔하게 있는 기저 질환자까지 배제하려는 움직임이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시행되고 있는 중대재해처벌법은 산업현장의 안전을 담보하고, 근로자의 억울한 죽음을 방지할 수 있는 유력한 수단이다. 위와 같은 문제점들은 운용 과정에서 학계와 법조계의 심도있는 논의 및 판례의 축적 등을 통해 점차 개선해 나가고, 드러난 문제점들은 법 개정 등을 통해 계속 보완해 나가야 될 것이다.

우리 사회의 안전시스템을 재정비해야 할 때임은 분명하다. 산업재해예방이라는 지상의 목적을 위해, 기업경영자들이 좀 더 책임감을 가지고 안전을 확보할 각오를 다져야 한다. 민식이법 시행 이후 시내에서 자동차 주행 시 30㎞ 이상 달릴 수 없어 처음에는 정말 답답하고 불편했었지만 이 정도 불편으로 어린 생명들을 살릴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 충분히 불편을 생활화할 수 있다. 안전은 삶의 기본이자 본질이기 때문에 어떠한 경제 논리로도 양보 할 수 없는 가치다. 정부는 법 규정을 좀 더 명확히 하고, 기업으로 하여금 시스템을 갖출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나도 모르게 자연스럽게 물들어 몸에 익히는 것이 바로 문화다. 안전한 생활을 문화로 정착시키는 만큼 효율적인 재해사고 예방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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