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속 과학이야기] 보디패커와 마약중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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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5일 서울 한 주택에서 50대 남성이 사망했는데, 이 사건은 여느 다른 사망사건과는 달리 특이한 단어와 함께 주목을 받았다.
따라서 생활 속 화학물질이 마약이 될 수도 있는 위험을 통해 안전성·독성 연구가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번 일깨워 주고 있다.
이제는 마약중독을 누군가의 범죄행위로만 인식하지 않고 사회적 문제로써 이를 해결하기 위해 과학계를 비롯해 각 분야 전문가들이 다양한 대처 방안을 함께 논의해 나갈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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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5일 서울 한 주택에서 50대 남성이 사망했는데, 이 사건은 여느 다른 사망사건과는 달리 특이한 단어와 함께 주목을 받았다. 말레이시아에서 입국 후 하루 만에 사망한 이 남성의 혈액에서 마약사범들의 평균 검출 농도의 200배에 가까운 고농도의 엑스터시가 검출됐고, 위에서는 엑스터시 봉지 79개가 터진 상태였으며 대장 안에는 밀봉한 상태의 다량의 케타민이 발견됐다. 경찰에서는 이 남성이 '보디패커(body packer)'일 가능성이 높다고 발표했다.
보디패커란 마약을 포장해 입으로 삼키거나 항문에 밀어 넣는 방식으로 몸속에 숨겨 운반하는 사람을 일컫는 것으로, 주로 중남미에서 미국이나 유럽으로 마약을 운반하는 방식이라고 한다.
한때 우리나라는 마약으로부터 안전한 나라라는 인식이 있었다. '마약청정국'이란 마약으로부터 안전한 나라라는 의미로 통상적으로 인구 10만명당 마약류 사범이 20명 이하일 경우를 말하지만, 대검찰청 마약류 범죄백서에 의하면 2021년 국내 마약사범 건수는 1만6000건 이상으로 이미 수년전부터 지속적으로 해당 기준을 넘어서 이제는 마약 신흥국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아편에 대한 기록은 기원전 5000년경 현재 이라크지역에서 최초로 나왔다. 그리스 의학자 히포크라테스는 4세기경 양귀비로부터 추출한 액체를 질병치료제로 사용하도록 권장했다. 이후 1805년 독일 약사 Sertumer가 아편으로부터 진통성이 강한 성분을 분리했고, 이를 그리스 신화 중 꿈의 여신인 Morpheus를 따서 모르핀으로 명명했다. 헤로인은 '용감한, 강력한'이란 독일어 'Heroisch'에서 유래된 말이다. 모르핀을 화학처리해 합성한 진통제로 1898년 독일 바이엘사가 진통제로 시판하다가 중지했다.
필로폰으로 알려진 메트암페타민은 강력한 중추신경 흥분제로 1888년 일본의 나가이 나가요시 교수가 천식치료제인 마황에서 에페드린을 추출하는 과정에서 최초로 발견했다. 영문상품명인'Philopon'은 '노동에 대한 사랑'의 의미인 그리스어 'philoponos'에서 유래된 것이다. 메이지 유신 이후 근대 국가로의 발전을 위해, 국민들의 노동이 필요한 시대에 각성제로 게으름을 없애는 약으로 인식됐다. 제2차 세계대전 중 군인과 군수공장 노동자들의 피로 회복과 전투의욕 고취, 작업·생산능력의 제고 수단으로 사용됐다.
이렇듯 대부분의 마약들은 처음에는 인체에 필요한 의약품으로 개발됐으나 오남용되면서 인체에 강력한 중독성과 심각한 위해를 끼쳐왔다. 따라서 생활 속 화학물질이 마약이 될 수도 있는 위험을 통해 안전성·독성 연구가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번 일깨워 주고 있다.
현재 과학계에서는 마약류 약물중독에 대한 연구 및 마약류의 검출기법 연구 등이 전방위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최근 범죄에 사용되는 마약을 쉽게 검출할 수 있는 일반인·전문가용 키트가 개발 중이며, 필자가 재직 중인 연구소에서도 다양해져 가는 임시마약류의 마약류 지정을 위한 독성평가 및 행동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어느 인터뷰에서 마약에 중독된 사람이 말하기를, 자신은 좋은 집안 출신이고 좋은 동네에서 자랐으며, 고학력자로 모든 것을 가졌다고 했다. 무엇보다 특별한 문제가 있어서 마약중독자가 된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또 혹자는 당신이 마약중독자가 되지 않은 것은 당신 주위에 다행히도 마약중독자가 없었기 때문이라고도 말했다.
이제는 마약중독을 누군가의 범죄행위로만 인식하지 않고 사회적 문제로써 이를 해결하기 위해 과학계를 비롯해 각 분야 전문가들이 다양한 대처 방안을 함께 논의해 나갈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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