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톡 지방자치] 성매매 집결지에서 문화예술 공간으로 대변신 성공

백도인 2022. 10. 31.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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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선미촌, 문화 매개로 한 도시재생사업으로 전국적 벤치마킹 대상
성매매 업소 사들여 문화시설 만들고 환경 개선해 축제와 공연 장소로
선미촌에 들어선 예술 책방 '물결 서사' [연합뉴스 자료사진]

(전주=연합뉴스) 백도인 기자 = 전북 전주시청 뒤편의 선미촌은 지역의 대표적인 성매매 집결지였다. 1960년대를 전후해 형성된 것으로 알려진 이곳에는 한때 80곳이 넘는 성매매 업소가 있었을 정도로 규모가 컸다.

성매매 업소가 넘쳐나면서 범죄가 덩달아 급증했고, 혐오스러운 이미지 때문에 시민들의 외면을 받으면서 주변 지역까지 급격히 슬럼화가 진행됐다.

그러나 선미촌의 어두웠던 과거는 이제 역사로만 남게 됐다.

문화예술을 매개로 한 전면적인 도시재생사업이 성공을 거두면서 선미촌은 문화예술공간으로 거듭났고, 전국적인 벤치마킹의 대상이 됐다.

무엇보다 성매매 집결지 정비사업으로는 이례적으로 공권력을 동원한 물리적 방식이 아닌 점진적 문화 재생사업을 통해 성과를 냈다는 점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성매매 업소들 매입해 각종 문화시설로 탈바꿈시켜

선미촌의 변화는 전주시가 2014년 시작한 '서노송예술촌 프로젝트'에서 시작됐다.

여성 성 착취와 인권 침해의 상징이자 도심 공동화의 한 원인이었던 성매매 집결지를 문화예술과 여성 인권이 살아 숨 쉬는 공동체로 되돌리려는 야심 찬 사업이었다.

전주 선미촌의 과거 모습 [부산시의회 제공]

관이 주도하는 밀어붙이기식 사업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민관협의회를 만들었고, 무엇보다 문화 예술인의 광범위한 참여를 끌어냈다.

2016년 방치된 폐가 등을 매입해 사업의 거점 공간을 만든 뒤 첫 번째 문화행사로 작품 전시회를 열었다. 이듬해에는 선미촌에 현장 시청을 설치하고 건물 매입에 속도를 냈다.

사들인 건물은 문화예술 공간으로 속속 바꿔나갔다.

2018년 선미촌 한복판에 예술책방 '물결서사'가 문을 열었고 이후 첫 번째 지역거점 소통 협력공간인 '성평등전주', 마을사 박물관인 '노송늬우스박물관', 폐자원을 가치 있는 상품으로 재탄생시키는 '전주시 새활용센터 다시봄', 예술작품 전시관인 '뜻밖의 미술관', 예술협업 창작지원센터인 '놀라운 예술터' 등이 차례로 들어섰다.

거리 곳곳에서는 다채로운 문화예술 공연

그리고도 남은 업소는 '청년들과 예술인들을 위한 팝업스토어로 만들어 지역문화 콘텐츠를 전시·판매하거나 물품 제작·판매 등을 하는 곳으로 변모시켰다.

수공예품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거나 포토존, 브런치 카페 등으로 쓰이기도 한다.

페미니즘을 주제로 한 예술제와 다채로운 문화예술 공연이 거리 곳곳에서 열리며, 이제는 축제의 공간으로까지 확장됐다.

주변 환경 정비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선미촌에서 열린 시민장터 [전주시 제공]

어두운 환경을 개선하고 주민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골목길과 거리를 정비하고 곳곳에 작은 정원들을 만들었다. 주민 안전을 위해 보안등과 가로등을 설치하고, 공동체 회복을 위한 사업들도 다양하게 펼쳐나가고 있다.

그러는 동안 격렬했던 반발도 점차 수그러들었다.

업주와 성매매 여성들은 생활 터전을 잃게 됐다며 공개 집회를 열고 사업 중단을 요구할 만큼 거세게 저항했다.

그러나 전주시의 설득과 중단 없는 사업 추진에 하나둘 업소를 접기 시작했고 작년을 끝으로 마지막 남은 성매매 업소까지 모두 문을 닫았다.

성매매 집결지로서의 선미촌은 더는 남아있지 않게 됐다.

지속발전대상과 유네스코 공식프로젝트 인증 등 휩쓸어

서노송예술촌 프로젝트의 성공은 각종 상을 휩쓴 데서도 확인된다.

전국 지속발전대상 대통령상, 거버넌스지방정치 대상, 대한민국 범죄예방 대상, 도시재생 최우수상 등을 받았고 유네스코 한국위원회로부터 지속가능발전교육 공식 프로젝트로도 인증받았다.

선미촌 업주들의 반대 시위 [연합뉴스 자료사진]

여야 정치인을 비롯한 주요 인사들의 방문이 줄을 잇고 있고 벤치마킹하려는 전국 자치단체들의 발길도 끊이지 않고 있다.

전주시는 1단계 사업을 마무리하고 이제 '선미촌 2.0 프로젝트'를 추진할 계획이다.

문화예술 인프라를 추가로 구축해 명실상부한 지역의 문화예술 거점으로 만들고 주민이 돌아오는 공동체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1㎞ 남짓 떨어진 곳에 있는 국내 최대 여행지 한옥마을과 연계해 활성화하는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

전주시 관계자는 "선미촌은 과거 반세기 동안 시민 발길이 닿지 않은 단절되고 폐쇄된 어둠의 공간이었고, 주민의 재산권과 생활권마저 보장받지 못했던 곳이었다"며 "그런 선미촌을 문화 예술촌으로 바꾼 것은 치밀한 기획과 사전 준비, 여성 인권활동가와 예술인들의 적극적인 협력, 두려움을 이겨낸 용기 때문이었다"고 자평했다.

doin10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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