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금리 7% 시대 본격화…금융당국, 돈맥경화 풀기 총력전 [한강로 경제브리핑]
주택담보·전세·신용대출 등 가계대출 금리 상단이 모두 7%를 돌파하며 본격적인 ‘7%대 금리’ 시대에 돌입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시절 이후 약 13년 만이다. 금리 상승에 따라 이자 부담도 커지며 부동산 시장도 급격히 얼어붙으면서 전세의 월세 전환도 늘고 있다.
한편 강원 레고랜드발(發) 국내 단기 자금시장 경색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가 금융회사들의 해외채권 발행 확대를 추진하고, 공공기관의 회사채 발행 축소 여력을 살펴보는 등 전방위적인 자금난 완화 작업에 착수했다. 금융당국은 채권시장의 자금 ‘블랙홀’로 지목돼온 산업금융채(산금채)나 은행채 발행 축소 유도에도 나섰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는 지난 28일 기준 연 4.970∼7.499% 수준이다.
한 달 전인 9월30일(4.510∼6.813%)과 비교해 상단이 0.460%포인트, 하단이 0.686%포인트 올랐다. 변동금리의 지표금리인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가 지난 17일 2.960%에서 3.400%로 0.440%포인트 뛴 영향이다. 2012년 7월(3.400%) 이후 10년 2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같은 기간 주택담보대출 혼합형(고정형) 금리도 연 4.730∼7.141%에서 연 5.360∼7.431%로 올랐다. 은행채 5년물(AAA·무보증) 금리가 미국과 한국의 예상보다 빠른 긴축 전망 등의 영향으로 최근 계속 오른 탓이다.
신용대출과 전세자금대출 금리 역시 7%대를 돌파했다. 한 달 사이 신용대출 금리(1등급·1년)는 연 5.108∼6.810%에서 5.953∼7.350%로 뛰었다. 하단의 인상 폭은 0.845%포인트에 이른다. 지표인 은행채 1년물 금리가 같은 기간 0.522%포인트 치솟았기 때문이다. 전세자금대출(주택금융공사보증·2년 만기) 최고 금리도 지난주 7%를 넘어섰다.
시중은행의 7%대 가계대출금리 시대는 2009년 이후 약 13년 만이다. 5대 시중은행 중 A 은행의 내부 주택담보대출 최고 금리 통계를 보면, 2007년 9월 7%를 넘어 2008년 12월 8.4%로 정점을 찍고 2009년 다시 7%대로 내려왔다.
은행권과 시장은 물가·환율 상승과 미국의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 등에 대응해 한국은행이 이번 금리 인상 사이클에 기준금리를 최종 3.50% 안팎까지 올릴 것으로 보고 있다. 기준금리 상승 폭만 반영하더라도 가계대출 최고 금리가 8%에 근접하거나 넘어설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금리 인상만큼 대출이자 부담도 커지면서 전세 비중이 줄어드는 대신 월세를 낀 임대차 거래가 빠르게 늘고 있다. 부동산R114가 서울부동산정보광장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올해 1~9월 서울에서 월세를 낀 주택 임대차 거래량은 19만3266건(계약일 기준)으로 집계됐다. 전체 임대차 거래의 48.9%로, 2011년 관련 통계가 집계된 이래 1∼9월 기준 월세 비율로는 역대 최고치다.
높은 금리 탓에 부동산 시장에서 정부의 규제 완화 효과도 좀처럼 빛을 보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내년부터 무주택·1주택자의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일괄적으로 50%까지 높이기로 했지만,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문턱에 막혀 대출 한도 자체가 늘어나거나 고액 연봉자가 아닌 이상 효과가 없다는 것이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및 금융사 등이 자금시장 안정을 논의하는 자리에서 국내 금융사들의 해외채권 발행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앞서 현대캐피탈은 지난 26일 일본에서 200억엔(약 1930억원) 규모의 사무라이 본드(엔화 표시 채권)를 0∼1%대의 금리로 발행했다. 최근 국내외 채권시장 조달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는 상황 속에서도 초저금리 기조를 이어가는 일본시장을 주목해 현지 발행에 성공한 것이다.
금융당국은 국내에서 회사채와 기업어음(CP) 발행이 쉽지 않을 경우, 현대캐피탈 사례처럼 카드사나 캐피털사 등이 해외채권 발행에 나서는 것도 대안 중 하나로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회사의 해외채권 발행이 환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있어 발행을 자제시켜 왔으나, 국내 단기 자금시장이 얼어붙자 환헤지를 하면 해외채권 발행이 유리할 수도 있다는 판단 아래 발행을 허용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아울러 당국은 기존의 매입 채권에 대한 총량 관리에서 종목별 점검으로 바꿔 매일 시장을 점검하는 등 단기 자금시장에 대한 세밀한 관리에도 나섰다.
정부는 자금시장 경색을 타개하기 위해 최근 공공기관이 회사채 발행을 축소할 수 있는 여력이나 방안 등이 있는지도 살펴보고 있다. 만약 자금 조달이 필요한 경우 공공기관이 회사채를 발행하는 대신 은행 대출을 하도록 유도하고, 대출이 원활히 이뤄질 수 있도록 제도적인 보완책의 필요성 등도 검토 중이다.
우량 공사채에 속하는 ‘AAA’등급의 한국전력은 올해 들어서만 23조원이 넘는 한전채를 발행했다. 이로 인해 가뜩이나 어려운 채권시장에서 한전 등 우수한 신용등급을 가진 공사채가 시중 유동성을 흡수한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우리나라 정부 부채 비율이 비기축통화국 평균 부채 비율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한국과 비기축통화국 간 정부 부채 비율 격차는 5년 뒤에는 7%포인트 이상 벌어지는 것으로 전망됐다.
30일 국제통화기금(IMF)의 ‘재정점검보고서(Fiscal Monitor)’ 등에 따르면 IMF가 선진국으로 분류하는 전 세계 35개국 중 비기축통화 11개국의 올해 연말 기준 국내총생산(GDP) 대비 일반정부의 부채(D2) 비율 평균은 53.5%로 예상됐다.
GDP 대비 정부 부채 비율은 국내에서 주로 사용하는 국가채무(D1)에 비영리 공공기관의 채무를 더한 광의의 정부 부채다. 국제사회에서 정부 간 비교를 할 때 주로 사용되는 개념이다.
같은 시점 기준 한국의 GDP 대비 정부 부채 비율은 54.1%다. 한국 정부의 부채 비율이 비기축통화국 평균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1개 비기축통화국은 IMF가 선진국으로 분류한 35개국 중 미국 달러와 유로, 일본 엔, 영국 파운드, 호주 달러, 캐나다 달러, 스위스 프랑 등의 기축통화를 사용하지 않는 한국과 체코, 덴마크, 홍콩, 아이슬란드, 이스라엘, 몰타, 뉴질랜드, 노르웨이, 싱가포르, 스웨덴 등이다.
이들 비기축통화국은 경제 규모 대비 정부 부채 비율을 50% 안팎에서 꾸준히 관리해왔다. 금융위기 직후 유럽 재정위기를 거치는 과정에서 2012년 54.9%까지 올랐지만 2018년에 44.5%까지 낮췄다.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2021년 56.5%로 다시 정점을 찍었지만 2027년 50.2%까지 점차 하락하는 구조다.
반면, 한국은 2011년 33.1%를 기록한 이후 지속해서 우상향 곡선을 그려왔다. 2015년 40%대를 처음으로 돌파(40.8%)한 지 6년 만에 50%대(2021년 51.3%)로 들어섰다.
IMF는 이 같은 상황이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11개 비기축통화국의 정부 부채 비율이 올해 53.5%에서 2027년 50.2%로 5년간 3.3%포인트 감소하는 동안 한국의 부채 비율은 54.1%에서 57.7%로 3.6%포인트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과 11개 비기축통화국 간 부채 비율 격차는 2027년에는 7.5%포인트까지 벌어지는 구조다.
유지혜 기자 kee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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