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경제 혹한기’ 우려↑ 기업들, 감산·투자 축소 속속 결정

김현주 2022. 10. 31.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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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경영 체제 돌입…삼성 이재용 회장 "절박하다"
취임 첫 행보로 광주의 상생 협력 현장을 찾은 삼성그룹 이재용 회장이 지난 28일 오후 광주 광산구 장록동 디케이 협력업체를 둘러보고 있다. 광주=뉴시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주요 기업들의 3분기 실적이 시장 예상치를 크게 밑돌며 경제 혹한기가 올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 기업들은 감산과 투자 축소를 속속 결정하며 비상 경영 체제에 돌입했다.

뉴시스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올 3분기 실적으로 매출 10조9829억원, 영업이익 1조6556억원을 달성했다. 당초 3분기 실적 컨센서스(최근 3개월간 증권사에서 발표한 추정치의 평균)는 매출 11조8594억원, 영업이익 2조1569억원 정도였지만 실제 성적표는 이같은 기대치를 크게 밑돌았다.

특히 영업이익은 지난해 3분기 4조1718억원보다 60.5% 급감했다. 영업이익률도 같은 기간 35%에서 15%로 주저 앉았다. 순이익은 1조1027억원으로, 전년(3조3153억원) 대비 66.7% 줄었다.

회사 측은 "전 세계적으로 거시경제 환경이 악화되는 상황에서 D램과 낸드 제품 수요가 부진해지면서 판매량과 가격이 모두 하락했다"며 "메모리 반도체 산업이 전례 없는 시황 악화 상황에 직면했다"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일정기간 동안 투자 축소와 감산(減産) 기조를 유지하기로 했다. SK하이닉스는 "10조원대 후반으로 예상되는 올해 투자액 대비 내년 투자 규모를 50% 이상 줄이기로 했다"고 밝혔다.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낮은 제품을 중심으로 생산량도 줄인다. 노종원 사업담당 사장은 "생산을 축소하거나 캐파(생산능력)을 줄이는 것은 메모리 사업자 입장에서는 굉장히 괴로운 일"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앞서 최태원 회장을 비롯한 SK그룹 CEO들은 '2022 CEO세미나'를 통해 "팬데믹 충격과 지정학 현안, 기후변화, 인플레이션 등 복합위기로 어느 때보다 엄중한 경영환경에 처해 있다"고 밝혔다.

최 회장은 손자병법에 나오는 '이우위직(以迂爲直) 이환위리(以患爲利)'를 인용하며 "경영환경이 어렵지만 비즈니스 전환 등을 통해 새로운 해법을 찾으면서 위기 이후 맞게 될 더 큰 도약의 시간을 준비하자"고 당부했다.

LG전자도 3분기 실적으로 분기 사상 최대 매출 기록을 세웠지만 수익성은 되레 둔화되는 모습을 보였다.

LG전자는 매출 21조1768억원, 영업이익 7466억원의 실적을 올렸다. 지난해 같은 분기 매출 18조5675억원 대비 14.1% 증가하며, 분기 사상 최대 매출 기록을 경신했다. 영업이익도 전년 3분기 5968억원보다 25.1% 늘었다.

다만 지난해 3분기 GM(제너럴모터스) 리콜 충당비용으로 4800억원이 반영됐던 점을 고려하면 수익성은 크게 나빠진 셈이다. 3분기 영업이익률은 지난 2분기(4~6월) 4.1%보다 6%p 낮은 3.5%에 그쳤다. 사업본부별로 보면 전장(VS) 부문을 제외하고 모두 전년보다 이익이 줄었다.

LG전자는 4분기 전망과 관련해 생활가전은 매출이 지속 확대되겠지만 환율 급등과 글로벌 공급망 불안이 지속되고 있어 원가 경쟁력 강화와 비용 절감 활동 통해 수익성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11월부터는 각 사업부서와 본사 조직 일부 구성원으로 꾸린 '워룸(War-Room)'을 운영한다.

LG디스플레이의 3분기 영업손실 규모는 증권사 전망치를 상회했다. LG디스플레이는 올 3분기 매출 6조7714억원, 영업손실 7593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6.26% 감소했으며 영업이익은 적자 전환했다. 지난 2분기 4883억 적자에 이어 두 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회사 측은 "하반기 패널 수요가 전례 없이 급감했고, LG디스플레이 주력 분야인 중형과 프리미엄 TV용 패널 판가가 하락했다"면서 "LCD 패널 가격이 역사적 저점 대비로도 크게 하회하는 수준으로 하락한 것도 실적에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LG디스플레이는 수요 부진 장기화에 대응해 사업구조 재편을 가속화하고, 재무건전성 강화에 역량을 집중할 방침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0년 만에 승진한 삼성전자도 수익성이 악화된 3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매출 76조7817억원, 영업이익 10조8520원억으로 매출은 지난해 동기 대비 3.79% 증가했지만 순이익은 9조3892억원으로 23.62% 줄었다. 메모리 반도체 부진에 세트(완성품) 수요가 위축된 영향이 실적 부진에 영향을 미쳤다.

사업 부문별로는 반도체 DS(Device Solutions) 부문의 영업이익이 직전 분기 대비 5조원이나 급감했다. 반도체 사업부의 영업이익은 전분기 9조9800억원에서 3분기 5조1200억원으로 48.7% 줄었다. 시스템 LSI도 모바일·TV 등의 수요 둔화 여파로 이익이 상당금액 감소했다.

삼성전자는 4분기에도 글로벌 IT 수요 부진과 메모리 시황 약세가 이어질 것으로 본다. 파운드리와 삼성디스플레이에서 실적 개선을 유지하며 DX부문의 수익성 확보 노력을 지속한다는 계획이다. 메모리는 서버용의 경우 꾸준한 수요가 유지될 것으로 보이지만 재고 조정 영향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혹한기에도 첨단 기술을 중심으로 시설 투자를 늘리고, 인위적인 감산을 하지 않을 방침이다.

한진만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은 3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전화회의)에서 "인위적 감산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기본적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한 부사장은 "이런 상황에서 중장기 관점에서 수요 회복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며 "인위적 감산은 고려하지 않는다. 시황은 주의 깊게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특히 현재 재고가 높은 수준이지만 향후 수요에 대비해 감산없이 투자를 지속할 방침이다.

이는 이재용 회장의 취임 일성과도 일맥상통한다. 이 회장은 지난 25일 고(故) 이건희 회장 2주기 추모식 이후 사장단과 오찬을 갖고 "어렵고 힘들 때일수록 앞서 준비하고 실력을 키워나가야 한다. 지금은 더 과감하고 도전적으로 나서야할 때"라고 말했다. 특히 "세상에 없는 기술에 투자해야 한다. 미래 기술에 우리의 생존이 달려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단 일각에서는 삼성전자가 자연 감산을 유도할 수도 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이 회장은 "안타깝게도 지난 수 년간 우리는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며 "새로운 분야를 선도하지 못했고, 기존 시장에서는 추격자들의 거센 도전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최근 글로벌 시장과 국내외 사업장들을 두루 살펴봤는데 절박하다"며 "우리 앞에 놓인 현실은 엄중하고 시장은 냉혹하다"고 말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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