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줍줍]카카오, 2년 전 조달한 자금 90% 토해내는 사연
카카오 교환사채 조기상환 청구, 한화솔루션 우선주 유상증자
공시줍줍 에디터들이 정리한 [오늘의 공시PICK]은 지난 28일 나온 기업공시 가운데 카카오의 교환사채 조기상환 청구, 한화솔루션의 우선주 주주배정 유상증자 이야기입니다.
카카오, 2년 전 조달한 자금 90% 토해내는 사연
카카오가 '기타경영사항'이란 제목의 공시를 발표했어요. 제목의 뉘앙스와 달리 투자자에게 중요한 내용이 담겨있는데요. 공시를 클릭하면 세부 제목으로 '교환사채(EB)의 조기상환 청구에 따른 사채 취득'이란 내용이 나와요. 무슨 얘기인지 살펴보면요.
카카오는 2년 전인 2020년 10월 미화 3억 달러(원화 기준 3395억원) 규모의 교환사채를 발행했어요. 플랫폼과 콘텐츠 강화를 위한 인수합병(M&A) 재원 확보용이었고, 당시 카카오는 자사주를 활용해 교환사채를 만들어 해외에서 자금을 조달했어요.
당시 교환사채는 채권임에도 이자율 0%여서 카카오에 유리한 조건이었으나, 발행일로부터 2년(2022년 10월 28일)이 되는 날부터 채권자가 만기 전 원금을 돌려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조기상환청구권(풋옵션)' 조건도 있었죠.
채권자들이 이자율 0%인 교환사채를 사 가는 이유는 오로지 향후 주가 상승 때 교환사채를 주식으로 바꿔 시세차익을 얻고자 하는 목적이죠. 하지만 늘 예상대로 주가가 움직일 수는 없기에 일종의 '보험용'으로 조기상환청구권이란 옵션도 삽입, 만기 전 원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 조건도 들어있었던 것이에요.
교환사채 발행 후 카카오 주가는 주식분할 등에도 불구하고 내리막길을 걸었고 결국 시세차익 목적을 달성하기 어려워진 채권자들은 조기상환청구권 행사 시점이 다가오자 일제히 회사에 원금을 돌려달라고 요구한 것이에요.
결국 카카오는 계약 조건에 따라 2년 전 교환사채를 사간 채권자들에게 받아놓았던 자금을 다시 돌려줘야 한다는 게 이번 공시의 내용.
카카오가 돌려줘야 할 돈은 총 2억6830만 달러로 2년 전 교환사채 발행총액(3억 달러)의 90%에 육박해요. 다시 말해서 카카오는 교환사채로 확보한 자금 대부분을 다시 토해내는 상황.
참고로 카카오가 발행한 교환사채는 지금까지 단 900만 달러어치만 주식으로 교환됐고, 이번에 조기상환 청구가 들어온 2억6830만 달러 외에도 2270만 달러 어치가 남아있는데요. 남은 교환사채도 채권 만기(2023년 4월 28일) 전 조기상환 청구 신청이 들어올 것으로 보여요.
현재 카카오 주식을 보유한 주주 입장에선 카카오가 최근 '카카오톡 먹통 사태'로 지급해야 할 보상금 외에도 이번 교환사채 조기상환 청구로 3000억원을 웃도는 돌발 자금을 지출해야 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하고요. 다만 교환사채 조기상환 청구 상황이 발생하면, 회사가 당장 현금 유출은 있지만 반대로 자사주는 다시 회사계좌로 들어오기 때문에 당분간 자사주가 유통물량으로 물릴 우려는 없다는 '불행 중 다행'인 상황도 존재해요.
한화솔루션이 우선주 유상증자하는 이유?
한화솔루션이 우선주 203만2000주를 새로 찍어내는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발표했어요. 1주당 신주발행가격은 3만4450원(예정발행가격 기준)이어서 한화솔루션은 이번 우선주 유상증자로 총 700억원의 자금을 조달해요. 이 자금은 운영자금으로 쓸 예정이라고 밝혔고요.
그런데 한화솔루션은 왜 보통주가 아닌 우선주 유상증자를 하는 것일까요.
그 이유는 지난 9월 23일 한화솔루션이 발표한 한화갤러리아 인적분할 계획과 맞닿아있어요.
당시 한화솔루션은 백화점 사업을 하는 한화갤러리아를 인적분할로 떼어내기로 하면서 회사 주식을 약 9(존속회사 한화솔루션) : 1(신설회사 한화갤러리아)의 비율로 나누기로 했어요. 아울러 존속회사는 물론 신설회사 한화갤러리아도 재상장시켜, 상장주식으로 계속 거래할 수 있도록 하기로 했죠.
문제는 현재 한화솔루션 주식에는 보통주 1억9127만주(시가총액 9조1814억원) 뿐만 아니라 우선주 112만3737주(시가총액 447억원)도 있었다는 점. 우선주도 분할비율에 따라 9:1로 나누면 신설회사 한화갤러리아 우선주의 시총은 50억원 미만에 그칠 예정이고, 이런 상황에선 우선주 신규상장 조건(시가총액 50억원 이상)을 충족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어요.
주식의 가치를 따질 때는 단순히 가격(주가)뿐만 아니라 환금성 등 여러 가지를 고려하죠. 그런데 만약 인적분할 후 주주들이 받게 될 신설회사 한화갤러리아 우선주가 상장요건을 갖추지 못한다면, 결국 인적분할 전후 주식 가치에 변동이 생기는 셈이죠. 이렇게 되면 법률적으로 여러 상황(주식매수청구권 의무보유 등)이 발생해요.
따라서 한화솔루션은 신설회사 한화갤러리아의 우선주가 상장요건을 맞추는데 문제가 없도록 분할 완료(2023년 3월 1일) 전 미리 우선주를 추가 발행하고(신주상장일 2023년 1월 25일), 이후 분할 비율에 따라 9:1로 나누고자 한 것이죠. 그것이 이번 우선주 유상증자의 형식적 이유이고, 물론 자금 조달 의미도 있어요.
한편 이번 한화솔루션의 우선주 유상증자의 신주배정 기준일은 12월 2일이며, 이 날짜까지 우선주는 물론 보통주를 보유한 주주들에게도 신주인수권을 부여해요.
신주인수권은 12월 22일~28일까지 5영업일 동안 사고팔 수 있어서 우선주 유상증자에 참여하고 싶지 않은 주주라면, 팔아서 매매대금을 확보하는 것이 좋아요.
신주인수권 관련 자세한 내용은 (공시줍줍 유튜브 : [경제야 놀자] 주린이를 위한 생존공시 1편-유상증자 청약할 생각 없는데 어떻게 해야하죠?)를 참고해주세요.
오늘 읽어본 공시(공시발표 시각)
-한화솔루션, 주요사항보고서(유상증자 결정) (17:55)
-카카오, 기타경영사항(자율공시( (17:46)
공시줍줍 에디터들은 이태원 사고로 돌아가신 분들과 유가족분들에게 깊은 애도의 말씀을 전하며, 부상자분들이 하루빨리 회복하셔서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시길 간절히 바랍니다.
박수익 (park22@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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