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스토리]편의점 '드론배송' 시대 오나 했더니…

김아름 2022. 10. 31. 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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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여름 CU·세븐일레븐 '드론배송' 상용화
강원도 1개 매장에서 드론으로 먹거리 배송
2달여만에 중단…"내년에 다시 시작할 계획"

지난 7월, 편의점 업계는 '드론'으로 떠들썩했습니다. CU와 세븐일레븐이 나란히 '국내 첫 드론 배송 상용화'를 외쳤기 때문인데요. 그간 일부 편의점들이 드론 배송을 테스트해본 일은 있었지만 실제 고객에게 드론으로 상품을 배송한 건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지난 7월 CU는 강원도 영월의 한 매장에서 인근 글램핑장으로 드론 배송을 시작했습니다. 비록 금요일과 토요일, 그것도 오후 3~8시에만 이용할 수 있는 제한적 서비스였지만 소비자들의 관심은 꽤 높았습니다. 세븐일레븐도 같은 날 경기도 가평에 드론 배송 서비스 점포를 열었죠. 

드론 배송 서비스를 시작한 편의점들은 희망찬 전망을 내놨습니다. 앞서 드론 배송을 테스트했던 GS25의 경우와 달리 직접 소비자가 주문하는 상용화가 시작된 만큼 곧 편의점업계에 '드론 배송' 시대가 열릴 것이란 기대였죠. 

CU는 "최첨단 기술을 리테일에 접목해 상품이 고객에게 닿는 라스트마일을 단축해 나갈 것"이라고 밝히는 등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습니다. 

강원도 영월에서 드론 배송 서비스를 시연하는 CU./사진제공=BGF리테일

하지만 첫 서비스를 시작한 지 3개월여가 지난 지금 드론 배송의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습니다. 우선 CU는 서비스를 시작한 지 채 두 달도 되지 않은 8월 중순 드론 배송 서비스를 중단했습니다. 당시 CU는 문제점을 보완해 2차 운영에 나서겠다고 했지만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CU 관계자는 "1차 운영에서 수집한 내용들로 드론 배송을 적용할 수 있는 지자체와 협업할 예정"이라며 "바람이 많이 부는 가을, 겨울보다는 날씨가 따뜻해지고 수요가 늘어나는 봄, 여름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세븐일레븐은 첫 드론 배송을 시작한 가평 점포에서 서비스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현재 인근 펜션 등 20여곳의 거점으로 배송이 가능하며 연말까지 40점을 추가한다는 계획입니다. 세븐일레븐에 따르면 현재 드론 배송 주문량은 평일 하루 4~5건, 주말 10여건 수준입니다. 주문량에 비해 전문인력 6명이 배치돼 있다는 점에서 실용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경기도 가평에서 드론 배송 서비스를 시연하는 세븐일레븐./사진제공=코리아세븐

이 때문일까요. 업계에서 가장 빠른 2020년 드론 배송을 테스트했던 GS25는 상용화에 소극적인 입장입니다. 오히려 요기요 인수, 메쉬코리아 지분 투자, 우리동네딜리버리 서비스 강화 등 퀵커머스 강화에 더 적극적입니다. 언제가 될 지 모르는 드론 배송 상용화에 선제 투자하기보단 당장의 효율을 높이겠다는 계획입니다.

이마트24 역시 드론 배송 도입 계획이 없습니다. 들이는 품에 비해 얻을 것은 크게 없다는 계산입니다. 이마트24 관계자는 "드론 배송의 실효성을 살펴보는 등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미국과 달리 즉시 배달이 가능한 퀵커머스 서비스가 지방까지 뻗어 있는 한국에서 굳이 드론 배송에 목을 맬 필요가 없다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재난지역으로 구호물품을 보내거나, 일반적인 접근이 어려운 도서산간 지역이 아닌 이상 5만개 이상의 편의점이 전국 곳곳에 포진한 한국에서 드론 배송의 필요성은 높지 않다는 겁니다. 특히 고층 건물이 많은 도심 지역에서 드론 배송은 거의 무용지물입니다.

군사 지역과 관련된 규제 역시 난항입니다. 편의점들이 강원도, 경기도 외곽에서 서비스를 시작하는 것 역시 수도권은 대부분 드론 비행이 금지돼 있기 때문입니다. 군사 관련 문제인 만큼 정부가 규제를 완화하는 것도 쉽지 않습니다. 

업계에서도 편의점업과 드론 배송은 결이 맞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많이 나옵니다. 평균 단가가 높지 않은 반면 고객 수는 많은 편의점업의 특성상 드론 배송이 '돈 되는 사업'이 되기 어렵다는 겁니다. 

편의점들의 드론 배송에 대한 접근에는 '필요'가 보이지 않습니다. "우리가 먼저 했다"는 이슈 선점의 목적이 더 커 보입니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란 말이 있죠. '필요해서' 시작한 사업이 아닌 '할 수 있어서', '보여주기 위해' 하는 사업은 오래 가기 어렵지 않을까요.

김아름 (armijjang@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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