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컷체크]가스유출·마약? 떠도는 '가짜뉴스' 배경엔 집단 트라우마
겹겹이 쌓여 "살려달라"…참사 당시 참혹한 현장
정신적 트라우마·불신 겹쳐 "정부 제공 정보 못 믿는다"
역대 최악의 압사 사고가 된 '이태원 핼러윈 참사'를 둘러싸고 일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서 '가짜뉴스'가 확산하고 있다. 대규모 인명피해를 부른 참사를 직시하지 못하는 배경엔 '집단적 트라우마' 심리 현상이 발현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30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트위터와 네이버 블로그 등 인터넷을 중심으로 전날 밤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서 발생한 핼러윈 압사 참사의 원인에 가스 누출, 화재, 마약 등이 있다는 거짓 정보가 유통됐다.
이날 이른 새벽 트위터에는 "이태원 할로윈 단순 압사사고 아니고 한 술집에서 불이 났고 그 안에서 가스를 마시고 기절한 사람들"이라며 "건물 자재들이 무너지면서 거기에 깔린 사람도 있다고 한다"는 내용이 게시됐다. 또 다른 게시글에는 "이태원 실시간 한 곳에서 수십명이 실려나오고 있다"며 "다들 입에 거품을 물고 난리가 났다"고 적혔다. 또 "이태원에 잠깐 방문했는데 계란 썩는 가스 냄새도 엄청 났다. 황화수소로 추정된다"는 내용도 있었다.
실제 희생자들이 실려 나온 참혹한 현장을 촬영한 제보 영상 중엔 "누군가 약을 뿌렸다네"라며 소문을 전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하지만 이같이 이번 참사의 원인에 가스 누출, 화재, 마약이 있다는 내용은 모두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파악됐다. 사고 현장을 조사 중인 경찰과 소방은 모두 가스 누출, 화재, 마약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경찰은 현장 CCTV 등을 분석해 정확한 사고 원인을 조사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화재, 마약, 가스누출 등과 관련된 특이사항은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앞서 최성범 용산소방서장도 사고 현장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가스 누출이나 화재 신고 접수는 없었다"며 "클럽 등 골목길을 수색한 결과 특이사항도 발견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경찰과 소방의 부인에도 이같은 가짜뉴스가 확산하는 데에는 이번 참사로 인한 인명 피해가 크다는 점이 꼽힌다. 참혹한 참사 현장이 SNS 등을 통해 여과없이 공개되면서 집단적 트라우마가 발현됐을 수 있다는 해석이다.
실제 참사 당시 현장은 아비규환이었다. 당시 현장을 찍은 영상을 보면 좁은 도로에 겹겹이 쌓인 피해자들이 비명을 지르면서 손을 뻗고 있었다. 참사 초기에는 길거리에 널브러져있는 피해자들의 사진이 여과 없이 퍼지기도 했다.
참사가 일어난 지 약 1시간 뒤인 오후 11시 30분쯤 길거리에는 쓰러져있는 사람에게 심폐소생술(CPR)을 하는 구급대원과 경찰, 시민들이 보였다. 일부 시민들은 사망자의 팔다리를 들고 길가로 옮기기도 했다. 사망자가 모포나 비닐 등으로 얼굴을 가린 채 길가에 놓였다. 이날 오전 2시쯤 현장에는 신발 등 피해자들의 물품이 쌓여 있었다.
전문가들은 이번 참사로 인한 정신적 충격과 함께 정부에 대한 불신이 이같이 가짜뉴스가 유통되기 쉬운 환경을 만들었다고 분석했다.
성균관대학교 사회학과 구정우 교수는 "당시 현장에 있었던 사람들이나 유가족들은 (정신적 충격을) 받았을 수 있다"면서 "어쨌든 소방당국이 생명을 살리지도 못했고, 예방 조처도 전혀 없어 정부를 불신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제공하는 정보를 그냥 믿기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무분별한 가짜뉴스의 확산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숭실사이버대학교 소방방재학과 박재성 교수는 "(가스 누출, 화재 등은) 말도 안되는 얘기다. 대형 피해를 일으킨 사고가 발생하면 확인되지 않은 이야기가 떠도는 것이 빈번하다"며 "이런 부분들이 오히려 상황을 혼란스럽게 만들고 원활한 사고 수습을 방해하는 요인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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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김정록 기자 rock@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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