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조절'로 끝낼 연준이 아니다···"최종금리 올릴 수도"[글로벌주간뉴스]
美국채 3개월-10년물 수익률 역전···'긴축주기 막바지' 해석도
인플레이션 상승세 여전···집값하락 16개월 뒤에나 가시화
속도 조절 메시지 내는 대신 인상 기간 확대 할 수도
10월의 마지막 주 뉴욕증시는 모처럼 크게 상승했습니다. 주간 기준 다우존스 지수와 S&P500은 각각 나란히 5.7% 상승했고, 나스닥은 2.2% 올랐습니다.
뉴욕증시가 주간 상승할 수 있었던 배경은 단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이른바 '속도조절(Step down)'에 대한 기대감이 있었습니다. 속도조절론은 연준이 12월부터는 금리 인상폭을 줄이려 하고 있으며, 이번 주 11월 1~2일(현지 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그에 대한 방안을 논의한다는 것이지요. 21일(현지 시간) 이같은 속도 조절론이 불거진 이후 급등하던 국채 수익률과 강달러가 안정세를 찾아갔습니다. 그 영향으로 뉴욕 증시도 모처럼 웃었고요. 지난 한 주 메타와 알파벳, 아마존 등 빅테크 기업들이 3분기 실적이나 4분기 실적전망을 기대 이하로 발표했음에도 나스닥 마저 주간 상승을 할 수 있었던 것은 그만큼 연준의 금리 인상 속도 완화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가 컸다는 방증이기도 합니다.
우선 2일 발표될 이번 FOMC의 금리 인상폭은 0.75%포인트가 유력한데요, 현 시각 시카고상품거래소(CME)에 따르면 0.75%포인트 인상 확률이 81.3%, 0.5%포인트 인상확률이 18.7%입니다.
시장이 주목하는 부분은 금리 인상폭 보다는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기자회견입니다. 그 중에서도 단연 △속도조절에 대한 논의가 있었는지, △어떻게 하기로 했는지 일 것입니다. 제롬 파월 의장의 기자회견에서는 이 밖에 최근 잇따라 발표된 △경제 지표에 대한 연준의 판단, △강달러로 인한 해외 타격, △ 글로벌 금융 시장 불안에 대한 연준의 인식 등을 확인하는 게 관건입니다. 모두 통화 정책에 대한 힌트가 되고 이는 증시에 직접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이에 이번 주는 파월의 기자회견 이 후 시장의 분위기가 왔다 갔다 하는 한 주가 될 것 같습니다.
연준은 21일 메일 데일리 샌프란시스코 연은 총재가 "이제 단계를 낮추는데 대한 논의(Step-down)를 시작해야 할 때"라며 속도조절론에 군불을 뗐습니다. 같은날 월스트리트저널(WSJ)도 같은 논지의 보도를 했구요, 연준 입장에서는 블랙아웃에 접어들기 전 속도조절론을 던지고 시장의 반응을 지켜 본 셈입니다.
현재까지 주식·채권 시장의 반응은 속도조절을 반기는 분위기입니다. 다만 연준과 시장은 이해관계가 다릅니다. 연준은 물가 안정, 고용 확대, 금융 안정이 목표이고, 월가의 목표는 투자 수익입니다. 이에 주식이 너무 오를 경우(=금융시장 완화) 미국 투자자들의 자산이 늘어나고 소비가 활성화되는 요인이 된다는 점에서 연준 입장에서 좋은 상황은 아닙니다. 7월 FOMC 이후 연준이 피봇을 할 수 있다는 기대감에 증시가 급등하자 파월 의장을 비롯한 연준관계자가 총동원해서 고강도 매파적 발언으로 상황을 수습하는 진땀을 빼야 했던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였지요
다만 지난주 글로벌주간뉴스에서 전해드린 바와 같이 연준이 속도조절 신호를 던진 큰 요인 중 하나는 채권 시장이었습니다. 치솟는 채권 수익률(=채권 가격 하락)로 채권 시장의 유동성이 떨어지다 보니 상황에 따라 제2 영국 연기금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리스크가 최근 한달 새 급부상한 것이지요. 선거를 앞둔 백악관마저 재무부, 연준과 함께 점검회의를 할 정도이니 내부의 긴장감이 적지 않았습니다. 세계 최대 채권운용사 핌코(PIMCO)의 전 CEO이자 글로벌 보험사 알리안츠의 경제 고문인 모하메드 엘-에리언은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파월은 잭슨홀미팅 당시부터 폴 볼커 전 의장의 길을 따르고 있지만, 볼커가 인플레이션과 성장 사이에서 선택을 해야 했다면 파월은 여기에 금융 안정성이라는 문제도 안고 있다"며 "연준이 피봇을 해야만 한다면 그건 금융 시장 불안정 때문일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다행히 속도조절론 이후 채권 시장의 흐름은 나쁘지 않았습니다. 미국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21일 당시 4.215%에서 20bp(1bp=0.01%포인트)가량 하락한 4.01%로 낮아졌습니다. 미국 뿐만 아니라 해외 채권의 수익률도 안정되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프랑스 10년물 국채도 2.993% 수준에서 일주일동안 39bp 떨어진 2.608%가 됐고 독일 10년물 역시 2.44%에서 2.09%로 떨어졌습니다. 이는 돌려말하면 연준입장에서 속도조절에 나서게 된다면 적어도 채권 유동성 고갈 등 금융시장 불안을 자극하지 않는 긍정적인 결과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는 의미입니다. 엘-에리언 고문은 "사람들은 연준의 정책전환은 금리 인상 중단에서 인상 속도조절로 재정의했고, 이는 유동성 효과를 낳았다"고 평가했습니다.
이번 주 채권 수익률 하락에는 연준의 속도조절론과 함께 침체 우려도 더해진 것이라는 설명이 있는데요, 에리언 고문은 "전 세계 국채금리가 하락하고 있다고 해서 안심해서는 안 된다"며 "경제성장에 대한 우려로 하락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시장에서 장기적으로 경기 침체를 예상하니 수익률이 하락한다는 것인데요, 이는 연준이 속도조절을 하든, 인상을 중단하든 현재의 금리 인상 기조가 계속될 수는 없을 것으로 본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지난 주 채권 시장에서는 강력한 경기 침체 신호가 더욱 강력해 졌습니다. 그동안 국채 2년물과 10년물의 금리가 역전돼있었는데요, 이번주 3개월물과 10년물의 수익률마저 뒤집혔습니다. 26일 발생한 금리 역전은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데요.
채권금리를 통한 침체 예측에는 △5년·30년물 △2년·10년물을 비교하는 방법도 시장에선 활용되지만 연준가 보는 것은 3개월물-10년물입니다. 뉴욕연방준비은행의 경제 모델은 미 국채 3개월물과 10년물의 수익률 격차를 월별로 추적하는 방식으로 1년 뒤 경기 침체 가능성을 점검합니다. 캠벨 하비 듀크대 교수는 “12월까지 역전이 유지될 경우 침체를 확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1960년대 이후로 경기 침체 1년 전에는 줄곧 3개월·10년물의 수익률 역전 현상이 나타났으며 이때 침체는 6~15개월간 이어졌습니다.
특히 3개월 물과 10년물의 역전은 그 자체로 '긴축이 막바지다'라는 신호라는 분석도 있습니다. 블룸버그통신은 그동안 3개월물과 10년물의 수익률 역전이 2000년과 2007년 등 연준의 금리 인상 주기가 끝날 무렵에 나타났다는 겁니다. 아메리베트시큐리티의 그레고리 파라넬로는 “연준은 분명히 이 현상을 주시할 것”이라며 “시장에는 연준이 조만간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추고 한걸음 물러날 것이라는 기대가 확산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27일 발표된 3분기 미국 미국총생산(GDP) 역시 2.6% 올라 성장세로 전환했지만 뜯어보면 둔화가 지속된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GDP가 좋았던 데는 순수출이 2.7%포인트라는 큰 기여를 했습니다. 3분기에만 수출이 14.4% 증가하고 수입은 6.9% 감소한 건데요, 이는 일시적이라는 분석입니다. 수출의 대다수가 우크라이나 등을 대상으로 한 에너지 제품이라는 것입니다.
이걸 빼고 보면 미국 경제의 70%를 차지하는 소비 증가가 1.4%로 2분기 보다 2.0%로 줄고, 주택 부문 등도 -7.4%로 크게 줄었습니다. 노벨 경제학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교수는 순수출과 재고 변동, 정부 구매를 제외한 근원 GDP를 살펴볼 경우 경제가 꾸준히 둔화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연준이 계속 금리 인상을 해야 할까? 이미 파이프라인에는 미래 인플레이션 완화를 위한 많은 사례들이 있다"며 중단의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다만 이번 주 나온 인플레이션 지표가 개선 신호가 드러나지 않는 다는 점은 연준에 부담입니다. 미 상무부는 28일 에너지와 식료품을 제외한 9월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가 전월 대비 0.5% 올랐다고 밝혔지요. 시장 예상치에 부합했지만 전월과 오름폭이 같습니다. 나아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특히 전년 대비 PCE는 5.4% 올라 전월(4.9%)보다 더 올랐습니다.
특히 임금 상승도 부담스러운 수준이 여전한데요, 고용주가 임금과 복리후생에 지불하는 금액을 보여주는 3분기 고용비용지수(ECI)는 전분기 대비 1.2%(계절조정 기준) 올랐습니다. 2분기(1.3%)보다는 하락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입니다.
물론 긍정적인 신호도 있었습니다. PCE나 소비자물가지수(CPI) 처럼 또하나의 인플레이션 지표인 GDP 물가 지수는 4.1% 오르는 데 그쳐 전망치(5.3%)를 밑돌았습니다. 그래도1분기(8.3%), 2분기(9.0%)에 비하면 많이 떨어졌습니다.
특히 장기적으로 인플레이션에 가장 긍정적인 신호는 부동산 가격의 하락입니다. 8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코어로직 케이스실러주택가격지수가 전월 대비 1.1% 하락해 2011년 11월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했습니다. 올해 7월 10년 만에 처음으로 하락한 후 두 달 연속 내리막입니다. 연간 기준으로는 13.0% 올랐지만 전월(15.6% 상승)과 비교하면 상승 폭이 둔화됐지요.
주거비는 미국 근원CPI의 42%를 차지하는 핵심 인플레이션 요인입니다. 물론 집값 자체가 CPI의 측정 요인은 아니고 월세와 집주인의 거주비를 월세처럼 환산한 'OER' 이란 지표가 쓰입니다만, 댈러스 연은이 지난해 8월 내놓은 연구 결과에 따르면 집값이 하락하는 자체로 월세와 OER의 하락 요인이 됩니다.
문제는 시점입니다. 댈러스 연은에 따르면 집값이 내리면 월세 등이 내리는 효과가 극대화되는 시점은 16개월 뒤 인데요. 즉, 집값이 떨어진지 두달 됐으니 내후년 2~3월 정도에야 집값 하락에 따른 인플레이션 둔화효과가 극대화되기 시작한다는 뜻입니다. 연준이 속도조절의 메시지를 고민한다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침체 위험은 커지고 금융 불안을 생각하면 속도조절은 괜찮은 선택입니다. 하지만 인플레이션 완화가 근시일 내 가시화되는 확신이 없습니다. 섣부른 정책 전환 메시지는 자칫 파월 의장이 그토록 우려하는 아서 번즈 전 의장의 실수를 답습하는 결과가 될 수 있습니다.
이에 현재 월가에서는 파월 의장이 '딱 떨어지는' 속도조절을 약속하고 기자회견을 끝낼 것으로는 기대하지 않는 분위기 입니다. 인플레이션 기대를 높이거나, 주식시장이 랠리를 펼칠 가능성에 대한 안전장치를 마련한 뒤 속도 조절을 한다는 이야기 입니다.
그중 하나가 전략적 모호함입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연준은 11월 FOMC에서 0.75%포인트를 올리고 12월 속도조절에 대한 신호를 줄 것"이라면서도 "파월 의장은 어떤 결정도 내리지 않았며 다음 회의까지 데이터에 기초할 것이라고 이야기하는 식으로 균형을 맞출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12월 0.5%포인트 인상 의향이 있지만 약속은 하지 않는 식입니다.
12월 5%를 올리는 대신 최종금리를 높인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골드만 삭스는 최종금리 전망을 기존 4.75%에서 5%로 0.25%포인트 상향 제시했습니다. 11월 75bp, 12월 50bp, 2월과 3월 25bp 입니다. 3월 인상이 추가됐습니다. 뉴욕 내 연준 정책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75bp의 인상을 4회 연속 한다는 것 자체가 이례적이고 경제에 많은 부담을 주는 행보기 때문에 속도조절은 불가피하고 연준도 이를 알고 있다"며 "작은 스텝을 오랫 동안 밟는 식으로도 물가를 잡을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와 관련 각국 중앙은행들의 행보도 눈여겨 봐야 할 부분인데요. 지난주 캐나다 중앙은행은 시장의 예상과 달리 0.75%포인트가 아닌 0.5%포인트를 인상한 뒤 "우리는 긴축의 끝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앞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도 15일 워싱턴에서 “미국이 11월, 12월 금리를 0.75%포인트씩 올릴 가능성을 얘기하지만 (금리 인상이) 무한히 계속될 수 없다”며 “미국 (금리 인상폭 축소가) 12월에 이뤄질지, 내년 1월에 이뤄질지는 모르겠지만 (시장의) 기대가 바뀌는 시기가 머지 않았다”고 밝혔지요.
물론 속도조절 자체를 기대하지 말라는 조언도 나옵니다. JP모건 자산운용의 투자전문가 조나단 리앙은 "인플레이션이 둔화되고 있다는 강력한 증거 없이 중앙은행 관리들이 공격적인 입장을 완화할 것 같지 않다"며 "내년 경기침체가 오겠지만 노동 시장 등을 고려하면 연준이 금리 인상을 계속할 수 있는 여건을 제공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지금 속도조절을 시작하지 않는다면 경기 침체가 왔을 때 연준이 어려워 질 것이라는 경고도 나옵니다. 혼테 인베스트먼트의 알렉스 구레비치 최고투자책임자(CIO)는 "현재 강력한 소비자 중심의 경제 지표에 대한 연준의 초점은 더 비둘기파적인 자세로 전환하는 결정을 연기할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이는 경기 침체가 시작될 경우 정책 골칫거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주간 일정>
*시간은 미국 시간, 괄호 안은 한국시간
31일 월요일
◇실적
래티스 세미콘덕터, NXP세미콘덕터, 온 세미콘덕터, 굿이어타이어, 에이비스 버짓, XPO 로지스틱스, 프라이스스마트, 매리어트 베케이션스, 로우스
◇지표 및 이벤트
9시45분(22:45) 시카고 구매자관리지수
1일 화요일
◇실적
AMD, 화이자, 에어비앤비, 우버, EA, 데번 에너지, 폭스, 토요타, BP, 소니, 매러썬 페트롤리움, 젠워스, 치즈케이크 팩토리, 프루덴셜 파이낸셜
◇지표 및 이벤트
연준 FOMC 1일차
9시45분(22:45) S&P글로벌 제조업 PMI
10시(23:00) ISM 제조업지수(전망치 50.0 이전치 50.9)
10시(23:00) 9월 구인이직보고서(JOLTS· 구인 전망치 962만5000건, 이전치 1005만3000건)
2일 수요일
◇실적
퀄컴, CVS헬스, 파라마운트글로벌, 이베이, 로쿠, 로빈후드, 누스킨, 글락소 스미스클라인, 에스튀로더, 아폴로글로벌 매니지먼트, 뉴욕타임스, ODP, 매러선 오일, APA, 메트라이프
◇지표 및 이벤트
연준 FOMC 2일차
8시15분(21:15) ADP 민간고용
14시(03:00) 연준 FOMC 성명 발표
14시40분(03:30) 제롬 파월 연준의장 FOMC 기자회견
3일 목요일
◇실적
암젠, 페이팔, 스타벅스, 도어대시, 블록, 메리언, 펠로톤, 쉐이크쉑, 크록스, 모더나, 사이버아크 소프트웨어, 켈로그, 드롭박스, 익스피디어, 카바나, 머피오일, 하야트 호텔, 파파존스, 고대디, 고프로, 일루미나, 옐프
◇지표 및 이벤트
8시30분(21:30) 신규실업수당청구 건수
10시(23:00) ISM 서비스 지수
영국 기준금리 결정 (전망 3.0%, 현재 2.25%)
4일 금요일
◇실적
CBOE글로벌마켓, 리버티브로드밴드, 듀크에너지, AMC네트웍스, 카디널 헬스
◇지표 및 이벤트
8시30분(21:30) 10월 고용보고서
5일 토요일
◇실적
버크셔 해서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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