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 김재웅, ‘리그 최고 셋업맨’에서 ‘빅게임 클로저’로[스경X스토리]

김경학 기자 2022. 10. 31. 0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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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 마무리 투수 김재웅이 지난 27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LG와의 플레이오프 3차전 8회초 문보경의 번트 타구를 병살로 연결한 뒤 기뻐하고 있다. 정지윤 선임기자



키움의 좌완 투수 김재웅(24)은 올해 정규시즌 중반까지만 하더라도 8회 등판해 한 이닝을 담당한 뒤 9회 마무리 투수에게 마운드를 넘겨주는 셋업맨이었다. 그러다 지난 8월3일 홍원기 키움 감독은 김재웅을 마무리로 보직을 바꾼다고 밝혔다. 키움은 시즌 전반기 내내 다양한 ‘마무리 카드’를 썼지만, 역전패당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지난 8월 2일 기준 김재웅은 46경기 2승 27홀드 평균자책 0.99로 홀드 부문 1위였다. LG 정우영보다 5개나 앞서 있었다. 모험일 수 있었지만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김재웅은 보직 전환한 이날을 시작으로 13세이브를 올리며 조상우를 잇는 키움의 차세대 클로저가 됐다.

시즌 후반기 뒷문을 지킨 김재웅의 활약으로 키움은 정규시즌 3위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김재웅은 팀 내 가장 믿을 수 있는 불펜이었지만, 불안한 시선도 있었다. 과연 부담이 큰 단기전, 이른바 ‘큰 경기’에서도 페이스를 유지할 수 있겠느냐는 시선이었다. 1군 무대에 선 지 2년밖에 되지 않은 김재웅의 경력을 보면 의문을 제기할 만했다.

덕수고를 졸업한 김재웅은 2017시즌 2차 6라운드 57순위로 넥센에 입단했다. 허리 통증 등으로 2군에서 시간을 보내다 2020시즌에야 1군 무대에 올랐다. 김재웅은 2020시즌 43경기 59.2이닝 1승 4패 2홀드 평균자책 4.68을 기록했다. 이듬해는 51경기 53.1이닝 1패 1세이브 11홀드 평균자책 3.54를 찍었다. 지난해 두산과의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는 2경기 모두 중간계투로 나와 0.2이닝씩 맡았다. 총 3실점하는 부진한 모습으로 생애 첫 가을야구를 마감했다.

마무리로 어깨가 더 무거워진 올해, 김재웅은 포스트시즌 최고의 마무리로 거듭나고 있다. 준플레이오프부터 총 5경기 나와 4세이브를 거뒀다. 6.1이닝을 던지는 동안 1안타 1볼넷 무실점하는 거의 흠 잡을 데 없는 투구였다.

지난 27일 LG와의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는 8회 무사 1·2루 상황에 등판해 슈퍼 캐치가 포함된 병살 처리로 모두를 놀라게 했다. 홍 감독은 이튿날 취재진과 만나 “(몸을 날려 번트 타구를 잡은 뒤 글러브에서)공을 빼는 순간 (그립을)잘못 잡았다”며 “웬만한 야수들도 급하면 100% 악송구가 나오는데 그 상황에서 송구까지 정확하게 한 건 김재웅 본인만의 (뛰어난) 운동 신경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김재웅은 마무리의 필수 요건으로 꼽히는 빠른 직구를 보유한 투수가 아니다. 제구가 안정됐고 묵직한 공을 던지는 타입이라 할 수 있다. 홍 감독은 “투수에게 가장 중요한 건 구속이 아니라 얼마나 정확하게 던지느냐이고 그 다음은 자신감이라고 생각한다”며 “김재웅이 올해 좋은 성적 얻은 것도 그런 마음가짐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재웅은 큰 경기 긴박한 상황에도 흔들리지 않는 건 고교 시절 경험 때문이라고 했다. 덕수고는 김재웅의 활약으로 2016년 황금사자기, 청룡기를 제패했다. 키움의 ‘간판’ 이정후는 올해 가을야구를 하는 팀의 분위기를 “지더라도 좋은 추억 한번 만들어보자는 고교 전국대회를 하는 느낌”이라 묘사했다. 고교 시절 전국대회를 제패한 ‘강심장’ 김재웅이 KBO리그 최고의 무대, 한국시리즈까지 평정할 수 있을까. 올해 한국시리즈 주요 관전 포인트 중 하나다.

김경학 기자 gomgo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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