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최 없는 '이태원 핼러윈' 경찰 수사 첩첩산중…'과실' 확인 관건
마약 투약설 등 확인도 안갯속
경찰, CCTV 영상 확보해 분석, 인근 목격담 조사도
경찰이 '이태원 압사 참사' 사고 경위 수사에 나섰지만 갈 길이 만만치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전체 행사를 주관하는 주최 측이 불분명하고 자발적인 행사에 가까운 '핼러윈 축제' 특성상, 특정 주체에 대한 과실이나 인과 관계를 따지기가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이번 사고와 관련 마약, 가스 누출, 화재 등 여러 확인되지 않은 소문도 도는 가운데, 경찰은 사고 원인을 명확하게 확인하기 위해 폐쇄회로(CC)TV 등을 확보해 분석하고 있다. 사망 원인 파악을 위해 사망자 부검 가능성도 제기되지만 경찰은 아직까지 신중한 입장이다.
30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 수사본부는 사고 현장인 서울 이태원동 해밀톤 호텔 뒤편 골목길에 설치된 CCTV 영상을 다수 확보해 분석하고 있다. 또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라온 사고 당시 현장 동영상들도 확보해 상황 재구성도 진행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CCTV 등을 통해 당시 상황을 면밀히 분석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154명의 사망자가 발생(30일 오후 10시 기준)한 이번 사고는 비좁은 골목에 엄청난 인파가 몰린 것으로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사고가 발생한 장소는 해밀톤호텔 옆 좁은 내리막길로 길이 45m, 폭은 4m 내외 정도다.
관건은 사고 책임을 누구에게 물을 수 있느냐이다. 당시 현장에서는 '내리막길 위쪽에서 누군가가 밀었다'는 증언이 다수 나온 바 있다. 고의적으로 밀어 압사 사고를 유발했다면 책임 여부를 따져볼 수 있지만 문제는 '특정'과 '의도성'이다. 수많은 군중 중 누가 밀었는지 특정하기가 쉽지 않을 뿐더러, 설사 밀었다고 하더라도 사고를 유발할 의도가 있었는지 부분이 규명돼야 혐의 입증이 이뤄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누군가가 밀었다는 증언은 많지만 실제 사고를 유발할 의도로 밀었던 것인지 부분 등을 검증해야 한다"며 "주체가 누구인지 특정하는 과정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좁은 골목길에서 압사 사고가 일어난 만큼 골목길에 위치한 업소들을 대상으로 책임을 물을 가능성도 있다. 핼러윈을 맞이해 업소에서 어떤 행사를 주최했는지, 해당 행사에 대한 안전 관리가 부실해 압사 사고를 유발했다면 업무상 과실치사죄 여부도 따져볼 수 있다는 관측이다.
실제로 일각에서는 골목길에 위치한 A 주점에 인파가 대거 몰렸고, 사설 가드 등이 현장 정리를 위해 사람들을 떠밀었다는 증언도 전해지고 있다.
다만 경찰은 여러 증언들이 나오고 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아직까지는 신원 확인 및 CCTV 영상 분석에 주력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경찰 관계자는 "반대로 사설 가드들이 인파가 몰리자 사람들을 가게 안으로 들여보냈다는 증언도 있다"며 "CCTV 영상 등을 좀 더 살펴봐야 하지만, 일단은 신원 확인 작업을 최우선으로 진행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사고 현장 일대에서 핼러윈 행사 축제를 대대적으로 개최한 업체가 있거나, 지자체에서 행사를 주관하다가 사고가 났을 경우에도 책임 소재를 가릴 여지가 있다. 하지만 이날 행사는 자발적 핼러윈 데이 파티라는 점에서 이 역시 모호한 상황이다.
이번 사고 원인을 두고 온라인상에서는 가스 누출, 마악 투약 등이 지목되기도 했다. 하지만 소방당국에 따르면 가스 누출이나 화재 접수는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마약 부분의 경우 소지품 등 파악을 통해 경찰 수사가 진행될 수 있다. 하지만 이 역시 투약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선 부검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난관이다. 이미 참사 피해를 입은 상황에서 유족이 동의하지 않는 부검은 이뤄지기 어렵다는 관측이다.
검찰과 경찰 내에서는 사고의 원인이 압사 사고로 비교적 명확한 만큼 부검 없이 유족에게 시신을 빠르게 인도해주자는 공감대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경찰은 주변 상인이나 사고 현장에 있었던 시민 등 목격자들을 상대로 조사를 벌이는 등 사고 경위를 면밀히 확인하겠다는 계획이다.
또 현장에 도착한 구조 당국의 수습을 방해한 요인은 무엇인지, 관할 지자체를 상대로는 충분한 사고 예방 조치를 했는지 조사할 방침이다.
이밖에 인터넷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사상자의 명예를 훼손하는 행위, 허위사실을 유포하는 행위, 개인정보를 유출하는 행위에 대해 엄정 대응할 예정이다.
앞서 경찰은 이태원 압사 참사 경위 등을 수사할 서울경찰청 수사본부에 475명의 인력을 투입했다. 강력범죄수사대장이 팀장인 전담수사팀 105명, 과학수사과장이 팀장인 과학수사팀 151명, 수사과장이 팀장인 피해자보호팀 152명 등으로 구성됐다.
대검찰청은 사고대책본부를 구성했다. 향후 경찰 수사가 진행되면 구속·체포·압수·수색 영장 관련 업무를 신속하게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서울시는 경찰과 함께 사설 가드 및 도로 위 불법 영업 등을 함께 조사하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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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박정환 기자 kul@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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