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50억 클럽' 실체 언제 드러나나
언론에 보도된 ‘50억 클럽’명단에 올려진 인사들은 곽상도 전 의원, 홍선근 머니투데이 회장을 제외하고는 모두 법조계 고위직 인사들이다. 권순일 전 대법관, 박영수 전 특검, 김수남 전 검찰총장, 최재경 전 민정수석(전 대검중수부장)이 당사자다.
솔직히 이들의 명단이 처음 공개됐을때 전혀 믿기지 않았다. 50억 원이라는 거액도 놀랍지만, 특히 대법관이나 검찰총장 출신이 거액을 받는다는 것은 사법 신뢰를 완전히 붕괴시키는 것이라서 사실이 아니기를 바란 속내도 없지는 않았다. 그런데 권 전 대법관에 대한 각종 의혹이 불거지더니, 급기야 곽 의원이 구속되는 바람에 ‘녹취록’이 완전히 허구가 아닐 수도 있다는 불길한 생각을 지울 수가 없게 됐다.
얼마 전 대한변협이 변호사등록을 신청한 권 전 대법관에 자진 철회를 요구했다. 수사 대상이라는 점이 변호사법에서 정한 등록 거부 사유가 되지 않아 대한변협은 부득이 자진 철회를 요구한 것으로 보인다. 권 전 대법관은 50억원 수수 의혹 말고도 대법관에서 퇴임한 뒤 불과 2달 만에 변호사등록도 하지 않고 화천대유 법률고문으로 일하면서 월 1500만 원의 보수를 받아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도 수사받고 있다. 또한 대법원 출입 기록에 따르면 당시 대장동 개발의 인허가권자였던 이재명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심리가 대법원에서 계류돼 있던 기간 동안 자신의 집무실에서 김만배를 8차례 만났는데, 현직 대법관과 민간인의 잦은 만남은 이해할 수 없는 장면이다. 권 전 대법관이 그에 대한 의혹이 말끔하게 해결되지 않았음에도 변호사업을 위해 등록신청을 하는 것은 ‘대법관’ 출신이라는 무게에 걸맞지 않은 부적절한 처신임이 분명하다.
검찰은 지난 22일 불법 정치자금 8억 4700만 원을 받은 혐의로 이재명 대표의 측근으로 알려진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을 구속했다. 검찰의 수사가 이 대표까지 향하고 있음은 두말할 나위 없다.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뿐만 아니라 이 대표가 단체장으로 있었던 성남시나 경기도 관련 각종 의혹에 대해 검찰은 수사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50억 클럽’의 실체는 1년이 지나도 여전히 드러나지 않고 있다. 단군 이래 최대의 토건 비리로 불리는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이 이대로 끝나면 안 된다. 정영학 회계사의 녹취록을 통해 드러난 대장동 비리가 하나둘씩 사실로 드러나고 있는 마당에 ‘50억 클럽’에 대한 수사가 묻히게 된다면 검찰 수사는 단순히 야당 대표에 대한 선택적 수사로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50억 클럽 명단에 들어간 전 대법관, 전 검찰총장, 전 검사장 등 고위직 법조계 인사들에 대한 수사가 흐지부지되면 결국 국민은 ‘법조계’ 그들만의 봐주기 수사로 볼 수밖에 없다. 이 또한 심각한 사법 불신을 촉발하는 것이다.
검찰은 지난해 11월 권순일 전 대법관 박영수 전 특검을 피의자로 소환해 조사했다. 그렇지만 그 후로는 깜깜무소식이다. 법조계 고위직에 대한 검찰 수사는 일반 시민에 대한 수사보다 철저히 이뤄져야 한다. 지금 불철주야 대장동 관련 수사를 하고 있는 검사들에게 녹취록을 통해 세상에 알려진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일성을 들려준다. “중요한 건 국민들이 볼 때 공정한 척이라도 하고 공정해 보이게라도 해야 돼. 그 뜻이 뭐냐? 일단 걸리면 가야 된다는 말이야.”
송길호 (khsong@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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