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참사 전날 직접 갔던 그 골목길…5.5평 150명 깔려 숨졌다

CBS노컷뉴스 허지원 기자 2022. 10. 31. 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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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9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 해밀턴호텔 인근 골목에서 154명이 깔려 사망하는 대규모 참사가 일어나면서 사고가 발생한 곳의 지형지물 등 공간적 특성에도 관심이 주목된다.

30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이태원 압사 참사 현장은 폭이 최소 3.2m, 길이 40m의 경사진 좁은 골목길로 150여명 사망자 대다수가 발견된 곳은 넓이 5.5평 남짓의 좁은 공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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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럽 즐비한 거리에서 이태원역으로 이어지는 골목
참사 당일 수시간 전은 물론 전날에도 인파 떠밀려
지형·상황상 압사 가능한 구조…예견된 참사였나
30일 통행이 통제된 이태원 세계음식거리 모습. 허지원 기자

지난 29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 해밀턴호텔 인근 골목에서 154명이 깔려 사망하는 대규모 참사가 일어나면서 사고가 발생한 곳의 지형지물 등 공간적 특성에도 관심이 주목된다.

30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이태원 압사 참사 현장은 폭이 최소 3.2m, 길이 40m의 경사진 좁은 골목길로 150여명 사망자 대다수가 발견된 곳은 넓이 5.5평 남짓의 좁은 공간이었다. 좁은 장소에 위에서 아래로 가해지는 힘이 인파에 의해 가중되면서 희생자들에게 엄청난 압력이 발생했을 것으로 추론된다.

희생자 상당수는 심폐기관 압박에 의한 질식, 내장 파열 등의 고통스런 상황에서 죽어갔을 것으로 생각되는 대목이기도 하다.

도심 치고는 경사가 급한 오르막길 위로는 생긴 지 10년 가까이 된 '프로스트'를 비롯해 사람들이 자주 찾는 클럽 및 라운지 바 7곳 이상이 있다. 아래쪽으로는 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 1번 출구가 있어 위아래로 오가는 인파가 마주하는 길이다.

지난 30일 저녁 이태원을 찾은 사람들이 뒤엉켜 서있는 모습. 연합뉴스
해당 골목 부근은 참사 몇 시간 전은 물론 전날인 28일에도 인파가 몰려 정체 구간이 생겼던 곳이다. 시민들은 3년 만에 마스크 없는 핼러윈 축제를 즐기기 위해 금요일부터 분장하거나 코스튬을 입고 이태원으로 모여들었다. 그리고 토요일인 참사 당일,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이태원역 이용객 수는 총 13만131명으로 코로나19 확산 전인 2019년보다 3만명 넘게 더 모였다.

참사 당일 촬영된 길거리 영상을 살펴보면 오후 7시쯤부터 사고가 난 오르막길과 위쪽 세계음식거리에 사람들이 밀집해 멈춰 서있거나 제대로 걷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양옆으로 몸을 조금씩 움직이며 앞사람을 따라 이동했다.

CBS노컷뉴스 취재진은 참사에 앞선 지난 28일 프로스트 부근 세계음식거리를 방문했다. 당시 오후 9시경에도 50미터 거리를 10분 걸려 이동해 사고가 난 골목길 중간 지점에 도착했다. 술집 세 군데를 옆으로 지나는 동안 발걸음을 떼지 못하는 순간이 이어졌고 조금씩 앞으로 밀려가던 중 누군가 뒤에서 밀어 인파가 한꺼번에 떠밀리기도 했다.

취재진 앞에 있던 한 외국인 여성은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팔을 든 채 게걸음 치듯 옆으로 이동하며 "내 의지로 움직이는 게 아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사지가 인파에 묻힌 상태로 넘어지면 움직일 수 없는 구조였다.

세계음식거리는 클럽과 술집이 즐비해 있는데 핼러윈을 맞아 바깥 구조물이나 장식물을 설치해 길이 더 좁아졌다. 또 대로변으로 향하는 골목길에는 타투나 특수분장을 하는 노점상이 들어와 행인 이동반경이 줄었다. 인근 상인에 따르면 구청에서 노점을 단속했지만 영업을 계속 이어간 것으로 파악됐다.

미군 기지가 있고 외국인들이 상주하면서 이태원의 상징으로 떠오른 핼러윈 축제에서는 10여 년 동안 압사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다. 이에 상인들은 '예상치 못한 사고'라고 입을 모았다. 그동안 경찰, 구청, 상인들이 합동해 길을 안내하고 사람들을 분산시켰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여전히 수만명이 몰린 현장에서 안전관리가 미흡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날부터 현장에 나와 있던 경찰은 마약 단속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고 안전사고를 대비해 인력을 증원하는 등 추가 조처는 없었다.

경찰 관계자는 "사고 전날 들어온 112신고는 10건 미만으로 주취자, 교통 불편 관련이었고 '깔려 죽을 것 같다'는 내용은 없었다"며 "사고 당일 용산경찰서에서 137명을 투입하고 서울경찰청 관광경찰대도 현장 안내를 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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