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절제 방법 익히는 재활시설 확대돼야” [차 한잔 나누며]

장한서 2022. 10. 31.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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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현 경기도다르크 센터장
“한때 마약 중독… 도움 받아 극복
마약퇴치본부서 일하다 센터 개소
과거 경험 나누며 환자 재활 도와
입소자 회복하는 모습에 힘 얻어
대기자는 느는데 센터 운영 난항
日처럼 정부 차원 지원 이뤄져야”

“마약에 중독돼 힘들어한 청년이 재활해 가족에게 돌아가는 모습을 보면 이 일을 그만둘 수가 없어요.”

10년 넘게 마약 중독자들의 재활을 돕고 있는 임상현(70) 경기도다르크(DARC·마약중독치유재활센터) 센터장은 오랜 기간 활동을 이어온 원동력을 이렇게 설명했다. 지난 18일 경기 남양주에 위치한 경기도다르크 사무실에서 만난 그는 “마약은 정말 지독한 놈이다. 약에 취해 오는 사람들은 엉망진창인 삶을 사는 경우가 많다”며 “그런 사람이 이곳에서 회복해 다시 사회로 나가는 모습을 보면 나도 힘을 많이 얻는다”고 말했다.
지난 18일 경기 남양주 경기도다르크 사무실에서 만난 임상현 센터장이 마약 문제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 장한서 기자
임 센터장이 운영하는 경기도다르크는 중독자들이 입소해 공동체 생활을 하는 마약재활치료센터다. 현재 12명의 중독자가 시설에 있다. 이들은 2층짜리 전원주택에서 지내며 아침 8시에 일어나 교육과 상담, 모임 등 치료를 위한 훈련을 한다. 짧게는 3개월, 길게는 2년 넘게 머문다.

임 센터장이 마약 문제에 뛰어든 이유는 심각성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그 역시 ‘경험자’이다. 1980년대 서울 용산구 이태원 일대에서 주점을 운영했던 그는 주변에 마약 중독에 빠진 이들을 숱하게 봤다. 임 센터장도 주변 권유 등으로 마약을 투약한 경험이 있다. 중독 증세까지 느끼며 삶이 무너져 가던 그는 주변의 도움과 함께 신학을 공부하면서 어렵게 극복할 수 있었다.

장사를 접고 목사 안수까지 받은 그는 본격적으로 마약 문제 해결을 위해 나섰다. 자신의 경험을 직접 주변에 나누고, 재활을 도왔다. 그는 마약퇴치운동본부 재활센터 운영팀장으로 8년 가까이 일했다. 마약퇴치운동본부에서 나온 임 센터장은 일본에선 1985년부터 마약 중독 경험자들이 센터를 만들어 중독자를 도와주고 약을 끊도록 하는 다르크를 30여년간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2년 동안 연수를 받은 뒤 한국에 돌아와 2019년 3월 경기도다르크를 직접 열었다.

그는 경기도다르크와 같은 재활시설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현재 국내는 예방 및 치료 활동에만 중점을 두고 있다고 지적한다. 전국에 마약 중독자 치료보호 지정 병원이 21곳이 있지만, 이마저도 병상 수는 감소하고 치료 실적도 적어 유명무실한 상태다. 전국 50곳에 있는 중독관리통합지원센터는 마약이 아닌 술과 담배 중독 치료·관리에 중점을 두고 있다. 이런 예방과 치료 중심의 기관이 아닌 경기도다르크처럼 ‘재활’에 초점을 둔 곳은 전무한 상황이다. 현재 경기도다르크처럼 시설에 입소해 재활을 중점적으로 하는 곳은 3곳에 불과하다.

그는 “마약에 중독되는 것은 충치가 생겨 치과에서 치료받는 것처럼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중독 이후 정신적 문제가 가장 크다”며 “자신은 충분히 조절할 수 있다는 착각에 빠지기도 한다. 중독자들끼리 경험을 나누며 마약의 위험성에 대해 공유하고 절제하는 법을 익히는 재활이 중요한데, 이를 위한 재활시설이 확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임 센터장이 운영하는 경기도다르크는 3년이 넘는 기간 동안 64명이 입소, 절반에 가까운 33명이 재활에 성공해 사회로 복귀했다.

임 센터장은 정부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한다. 현재 센터는 입소 비용으로 월 40만원을 받지만 밥값으로도 부족한 실정이다. 시민들이 보내는 일부 후원금과 함께 임 센터장이 강연을 나가 운영에 보태고 있지만 사정은 빠듯하다. 정부 지원은 단 한 푼도 없다.

임 센터장은 “마약퇴치본부 등과 연계해 정부 지원이 확대됐으면 좋겠다. 현재도 입소 문의 및 대기자가 늘어나는데 센터 상황상 사람을 더 받을 수 없다”며 “내년 초에 계약이 끝나 이사를 해야 하는데 그간 임대료가 많이 올라 갈 곳도 마땅치 않은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일본의 경우 정부의 지원을 받아 70여개의 재활센터(DARC)가 운영되고 있다.

그는 ‘품위 있는 죽음을 맞이하고 싶다’고 했다. “나이 70세를 넘기다 보니 죽음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어요. 그동안 욕심을 부리고 중독에 빠진 경험도 있었죠. 또 정의롭게 살겠다며 노력하기도 했는데, 남은 생도 하루하루 내가 맡은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싶어요. 생명이 다할 때까지 마약 중독자들의 재활을 돕는 활동을 할 것입니다. 재활에 성공한 아이들이 그저 장례식장을 찾아 국화꽃 하나 얹어줬으면 좋겠네요.”

장한서 기자 jh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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