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수 없는 '디펜딩 챔피언' KB스타즈의 희망과 숙제

인천=CBS노컷뉴스 박세운 기자 2022. 10. 31.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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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 KB스타즈 강이슬. WKBL


청주 KB스타즈는 30일 인천 도원체육관에서 열린 신한은행 SOL 2022-2023 여자프로농구 인천 신한은행과 개막전에서 전반전 내내 고전했다.

신한은행은 간판 선수 김단비가 이적했음에도 안방인 인천에서 공식 개막전을 치르는 분위기와 기세를 앞세워 '디펜딩 챔피언'을 몰아붙였다.

"투지만큼은 자신있다"는 구나단 감독의 자신감처럼, 신한은행은 김진영과 김소니아를 중심으로 2쿼터까지 5점 차로 앞서갔다.

KB스타즈는 통합우승을 달성했던 지난 시즌과는 완전히 다른 팀이었다. 박지수가 지난 7월 공황장애 증세를 호소하면서 팀 전력에서 이탈했기 때문이다.

KB스타즈 선수들은 박지수를 응원하는 손목 패치를 붙이고 경기에 임했다. 공백을 메우기 위해 최선을 다해도 국가대표 센터 박지수의 공백은 쉽게 채워지기 어렵다. KB스타즈가 풀어야 할 첫 번째 숙제였다.

구나단 감독이 "대한민국의 슈터"라고 표현한 강이슬은 박지수가 없는 기간에 팀을 이끌어야 할 선수다. 전반전에는 6득점에 머물렀다.

가장 큰 문제는 리바운드였다. 박지수가 없는 KB스타즈는 2쿼터까지 리바운드 싸움에서 14-25로 밀렸다.

김완수 KB스타즈 감독은 전반전 열세에도 자신감을 잃지 않았다. 그는 경기 후 "신한은행은 스피드가 좋은 팀이다. 여유를 갖고 하다가 후반에 승부를 보자고 했다. 전반까지는 기다리는 농구를 했다"고 말했다.

후반은 KB스타즈의 의도대로 풀렸다. 강이슬이 공격 전면에 나서자 경기 양상이 달라졌다. 강이슬은 3쿼터가 시작하자마자 득점포를 가동했고 순식간에 전세가 뒤집혔다.

KB스타즈는 3쿼터 10분 동안 신한은행을 24-11로 눌렀고 강이슬은 3쿼터에만 10점을 몰아넣었다. 스크린 이후 간결한 움직임으로 빈 공간을 찾은 김소담의 공격 기여도 역시 돋보였다. 박지수는 없어도 강이슬이 버티는 시간만큼은 공수 경쟁력이 만만치 않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하지만 KB스타즈에게 풀어야 할 두 번째 숙제가 찾아왔다. 65-59로 앞선 4쿼터 종료 4분 전 강이슬이 5반칙으로 코트를 떠난 것이다. 최종 기록은 19득점에 3점슛 4개(성공률 50%).

박지수와 강이슬, 원투펀치가 모두 빠진 KB스타즈는 과연 버틸 수 있었을까. 박지수가 돌아올 때까지 강이슬이 매경기 풀타임을 뛸 수는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KB스타즈에게는 중요한 시험대였다.

KB스타즈는 리드를 지키지 못했다. 승부는 연장전으로 접어들었다. 이길 기회는 있었다. 1점 차로 뒤진 4쿼터 막판 포인트가드 허예은이 자유투 2개 중 1개를 놓치면서 리드를 되찾을 기회를 놓쳤다.

공격이 침체에 빠진 게 컸다. KB스타즈는 강이슬이 코트를 떠난 이후 연장전에서 김민정의 득점이 터지기까지 약 5분 동안 야투가 없었다.

연장전 종료 9.5초 전 허예은이 극적인 동점 3점슛을 넣으면서 승부는 2차 연장전으로 접어들었지만 KB스타즈의 전망은 밝지 않았다. 리바운드 열세는 계속 됐고 득점 루트는 제한적이었다.

결국 신한은행은 2차 연장 접전 끝에 KB스타즈를 84-77로 눌렀다.

예상대로 리바운드가 문제였다. 김완수 감독은 경기 후 "리바운드 싸움에서 지면 승리로 이어질 수 없다"고 말했다. KB스타즈는 리바운드에서 36-53으로 밀렸다. 신한은행에 무려 21개의 공격리바운드를 내줬다.

그럼에도 이길 기회는 있었다. 4쿼터 막판부터 오픈 외곽슛이 1~2개만 들어갔어도 경기 양상은 또 달라졌을 것이다. 하지만 그게 안 됐다. 강이슬이 코트를 떠난 이후 KB스타즈의 야투 성공률은 20%(25개 시도, 5개 성공)에 그쳤다.

박지수가 없는 동안 강이슬을 중심으로 모든 선수들의 분발이 필요하다는 과제는 개막전을 통해 분명히 확인됐다. 공격은 물론이고 수비에서도 그렇다. '림 프로텍터'가 없는 KB스타즈의 수비 코트에서는 미스매치 공략 등 상대팀의 다양한 형태의 공세가 펼쳐졌다. 이 역시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았다.

희망도 보였다. 허예은(17점 5어시스트 5리바운드)은 강력한 신한은행의 전방 압박을 여유있게 대처했다. 김민정(18점)과 김소담(13점)은 나란히 두자릿수 득점을 기록하며 가능성을 보였다. 김완수 감독은 "위기는 곧 기회"라고 했다. 핵심 전력이 빠졌을 때 이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한 선수들이 성장한다면 팀이 완전체가 됐을 때 더 강한 전력을 발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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