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집단패닉 빠져 피해 커진 듯”… 현장 인근선 노래에 춤까지 [이태원 핼러윈 참사]
피해 왜 커졌나
이태원 교통 마비 현장 접근 어려워
피해자 빼내려해도 꽉 끼어있어 곤란
참사 현장 근처서 춤·노래 계속 논란
“연출인 줄 착각했다” 증언 나오기도
여성 피해 많은 이유와 사망자 현황
女 사망자 97명, 男 56명의 두 배 육박
20대 95명 가장 많아… 10대 4명 포함
中·이란·러시아 등 외국인도 20명 숨져
국내 압사 사고 중 최대 피해를 기록한 ‘이태원 압사 참사’는 가파르고 비좁은 골목에 엄청난 인파가 몰린 것이 결정적 원인으로 분석된다. 성인 5∼6명 정도 지나갈 법한 좁은 골목에 빽빽하게 인파가 몰리면서 손쓸 틈 없이 사고가 발생했다. 게다가 이태원 일대에 10만명 이상이 운집해 교통이 마비되고 구급대가 현장에 진입하는 데 차질을 빚으면서 인명 피해가 더 커진 것으로 보인다.
필사의 구조작업 지난 29일 발생한 서울 용산구 이태원 압사 참사 사고 현장에서 119 대원 등이 구조 작업을 벌이고 있다. 핼러윈을 맞아 좁은 골목에 인파가 몰린 가운데, 사람이 쓰러지고 깔리면서 대형 참사가 발생했다. 연합뉴스 |
30일 서울시 등에 따르면, 이태원 압사 참사가 발생한 장소는 폭 3.2m 내외, 길이 40m의 작은 골목길이다.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중심에 위치한 해밀톤호텔 뒤편인 세계음식거리에서 이태원역 1번 출구가 있는 대로로 내려오는 길이다. 대로 쪽이 경사가 낮은 오르막길 형태다. 성인 5∼6명이 지나갈 수 있는 수준으로 넓이로 계산하면 55평 남짓이다.
사고 현장을 목격한 충격으로 이날까지 현장을 떠나지 못한 한 시민은 “구급차들이 대거 왔지만 많은 인파로 인해 사람과 여러 잔해물을 피해 다니며 진입해야 했다”고 전했다.
◆소음 속 심각성 인지 못한 채… 사고 현장 근처에서 노래 부르며 춤
사고 직후 현장에 있던 이들이 소음 탓에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해 현장 근처에서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춘 것도 구조의 골든타임을 놓친 원인 중 하나로 분석된다. 이날 온라인에는 사고 현장에 출동한 구급차 앞에서 시민들이 스마트폰을 들고 춤을 추거나 노래를 부르는 모습이 담긴 영상이 여럿 공유됐다.
전문가들은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갑작스레 발생한 일에 사람들이 집단 패닉(공황)을 경험했고, 이에 피해가 더 커졌다고 진단했다.
유우준 동양대 교수(건축소방안전학)는 “압사 사고는 ‘집단 패닉’이란 심리 현상에서 오곤 한다. 피난로가 두 방향이어도 패닉에 빠진 군중은 남들이 달리는 방향으로만 가게 된다”고 분석했다. 박재성 숭실사이버대 교수(소방방재학)도 “핵심 요인은 불안전한 환경과 불안전한 행동”이라며 “경사진 골목과 미끄러운 바닥은 불안전한 환경, 수용 가능한 것보다 많은 사람이 몰린 상황에서 한 방향으로 군집하는 것은 불안전한 행동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영국 잉글랜드 서퍽대 방문교수이자 군중 안전 문제 전문가인 G.키스 스틸 교수는 워싱턴포스트(WP)에 이번 사고에 대해 한정된 공간에 지나치게 많은 인파가 몰리면서 초래된 것이란 분석 결과를 내놓았다. 스틸 교수는 “이른바 ‘집단 쏠림’은 사람들이 달릴 공간이 있어야 발생하는데 이태원은 그런 사례가 아니다”라면서 “좁고 막힌 공간일 경우 군중 전체가 한 무더기로 무너지면 다시 일어날 수가 없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도미노 효과와 같다. 이런 사고는 통상 인파를 벗어나려는 사람들이 다른 사람을 밀쳐서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공황 상태에 빠져서 사람이 죽은 게 아니라 (깔린 채) 죽어가기 때문에 공황 상태에 빠지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태원 압사 참사 피해자 중에는 20대 여성이 가장 많았다. 인파가 몰린 좁은 공간에서 상대적으로 힘이 약하고 체구가 작은 여성들이 빠져나오기 쉽지 않았을 것이란 분석이다.
성별로는 여성이 97명, 남성이 56명으로 여성 사망자가 남성의 두 배에 육박한다.
여성 사망자가 많은 이유로는 여성이 남성보다 체력이나 체격 등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는 점이 꼽힌다.
박수현 차의과대학 응급의학과 교수는 “여성들은 체구가 작고 근력이 떨어지기에 바닥으로 밀쳐지는 경우가 훨씬 많았을 것”이라며 “자력으로 빠져나가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영주 서울시립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도 “빠져나오고 싶어도 빠져나올 수 없는 상황에서 어쨌든 생존하기 위해 저항한다면 상대적으로 힘이 더 세고 신체 조건이 좋은 남자들이 덜 위험했을 것”이라며 “체격이 작고 힘이 약한 여성들에게서 더 많은 피해자가 발생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한 연구에 따르면 65㎏ 몸무게의 성인 100명이 앞으로 연쇄적으로 넘어지면 하단에서는 18t의 압력을 느낀다고 한다. 엄청난 압박이 가해지면 흉곽(가슴뼈)이 눌리면서 숨을 쉬지 못하고 질식해 사망하는 경우가 가장 많다. 깔린 상황뿐 아니라 서 있는 상태에서 인파에 짓눌려 의식을 잃은 사람이 적지 않았다고 일부 목격자는 전한다.
압사의 골든타임은 4분여에 불과하다. 현장에서 밤새 구조 활동을 벌인 홍기정 서울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대규모 인파의 압력에 의한 압사 사고여서 구조에 나섰을 당시 이미 상당수가 심폐소생술(CPR)에도 깨어나지 못할 정도로 질식해 사망한 상태였다”고 전했다. 박 교수는 “여성은 흉곽도 더 작다. 숨이 모자라면 저산소증이 발생하고 뇌가 가장 먼저 영향을 받는다”고 말했다.
압사 상황에서 질식 외 증상도 나타났다. 현장에 투입된 의사 A씨는 YTN과 인터뷰에서 환자 5∼6명에게서 복부 팽창과 코피 등 출혈이 있었다고 전했다. 다리 등이 압박되면 심장에서 혈액이 밑으로 가지 못하고 복부와 얼굴 쪽으로 가면 팽창할 수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박 교수는 “밟히면서 복부 내장이 파열해 내부에서 피가 계속 나면 코피도 나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희진·장한서·이진경·박수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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