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포커스] 이재용의 뉴 삼성… 삼성금융지주 탄생 가능성은

이경탁 기자 2022. 10. 31.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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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부회장 승진 10년 만에 회장직에 오르면서 그룹 지배구조 개편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회장이 그룹 지배력을 강화하고 정치권이 요구하는 금융-산업 자본의 교차 소유 금치 원칙을 충족하기 위해 금융 계열사만 분리해 새로운 지주사를 설립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에서 여섯번째)이 삼성생명의 30대 지점장들과 간담회를 갖고 기념촬영하고 있다./삼성생명 제공

삼성전자는 지난 27일 이사회를 열고 이 회장의 승진을 의결했다. 이 회장의 승진은 상징적인 의미에 가깝다. 이 회장은 이미 4년 전인 2018년에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삼성그룹의 동일인(총수)으로 지정돼 경영 전반을 진두지휘해 왔기 때문이다.

재계와 금융 시장 일각에서는 이미 이 회장 승진을 앞두고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등 보험사를 중심으로 카드, 증권, 자산운용 등 그룹 내 금융 계열사를 묶은 삼성금융지주가 출범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돼 왔다.

현재 삼성그룹의 지배구조는 ‘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져 있다. 이 회장 등 오너일가는 삼성물산 지분 31.31%를 갖고 있다.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지분 8.51%를 보유한 최대 주주다. 이를 통해 이 회장 일가가 삼성생명과 삼성전자를 간접 지배하는 형태다.

그래픽=손민균

문제는 이 같은 간접 지배구조의 취약성이 향후 이 회장의 그룹 장악력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삼성 저격수’로 불리는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같은 당 이용우 의원과 함께 ‘보험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해 밀어붙이는 상황이다.

이 법안은 보험사의 계열사 주식 보유액을 시가로 평가해 한도를 총자산의 3%로 제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2020년 말 기준 삼성생명의 총자산은 310조원인데 이 법안에 따르면 삼성생명은 3%, 즉 9조3000억원을 초과하는 삼성전자 지분을 처분해야 한다. 삼성전자 지분 1.49%를 보유한 삼성화재 역시 보험업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약 3조원의 삼성전자 지분을 매각해야 한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이 줄어들면 이 회장 등 오너일가의 삼성전자 지배력도 흔들리고, 외국계 자본의 공격에 취약해질 수 있다. 이 회장 입장에선 삼성생명법과 상관없이 앞으로 그룹 지배력을 굳건히 하기 위해서는 삼성생명의 위치를 지배구조에서 재정립할 필요가 있는 상황이다.

삼성 서초사옥 전경

이에 재계와 금융권에서는 삼성이 인적 분할을 통해 지주회사로 전환할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이 끊이지 않고 제기돼 왔다. 인적 분할은 기존 주주들이 신설 법인의 주식을 나눠 갖는 것이다. 지주사 전환 과정에서 회사를 인적 분할하면 자사주에도 의결권이 생기면서 이 회장의 지배력이 강화되는 효과가 있다는 분석이다.

만약 삼성이 지주사 체제로 전환한다면 삼성전자 중심의 ‘사업지주’와 삼성생명, 삼성화재, 삼성증권, 삼성카드 등으로 이뤄진 ‘금융지주’로 분할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이렇게 되면 산업 자본과 금융 자본이 상대 업종을 소유·지배하는 것을 방지하는 금산분리 원칙도 지킬 수 있다.

이미 삼성그룹 금융 계열사들은 올해 초 공동 브랜드인 ‘삼성금융네트웍스’를 만들고, 통합 앱 ‘모니모’를 통해 금융계열사 서비스를 하나의 플랫폼으로 연결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삼성생명에 이어 삼성화재가 최근 자사 앱에서 제공하던 보험금 청구, 보험계약대출 등 필수 서비스를 모니모로 이전했다.

삼성금융네트웍스

다른 사업 계열사들과 별개로 삼성그룹 내 금융 계열사들은 새로운 공동 상징체계(CI)를 발표하고 신규 디자인 명함도 공개했다. 기존 삼성 로고의 상징인 타원형 오벌마크를 지우고, 새로운 서체의 삼성사명 아래 금융 협업을 의미하는 ‘파이낸셜 네트웍스(Financial Networks)’를 표기해 금융 계열사들만의 새로운 정체성을 확립했다.

최근에는 삼성 금융 계열사들이 새로운 사옥으로 이전할 것이라는 소문도 흘러나왔다. 현재 수원에 있는 삼성전자의 주요 부서들이 서울 서초 사옥으로 복귀하면서,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등은 다른 곳으로 자리를 옮길 것이라는 내용이다.

재계 일각에서는 호암아트홀이 있는 서소문 빌딩을 재건축 한 후 삼성생명, 삼성화재 등 금융 계열사를 묶어 이전시킬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삼성생명이 소유한 서소문 빌딩은 서울시로부터 재건축 승인을 받고 내년부터 공사에 들어갈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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