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 OLED 동맹 다시 수면 위로… TV·패널 침체 돌파구 부상
LGD, 2분기 연속 적자에 OLED 공급 절실
삼성전자, 내년 OLED TV 확장 전략 필요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의 TV용 대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동맹이 다시 수면 위로 떠 올랐다. 두 회사 모두 TV·패널 수익이 곤두박질치자 돌파구이자 새 판로로 OLED TV에 주목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양 측의 협상은 패널 납품가 이견으로 무산됐지만, 2분기 연속적자인 LG디스플레이는 TV 판매 세계 1위인 삼성전자 공급망에 들어가야 내년 실적을 담보할 수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의 OLED 공급가 요구를 LG디스플레이가 대부분 수용할 가능성이 크다. 협상 주도권이 삼성전자로 넘어간 셈이다.
31일 전자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OLED 패널 공급을 위한 전략적 협상을 벌여왔으나, 패널 공급가를 정하는 데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협상이 중단된 상태다. OLED 패널 가격은 액정표시장치(LCD) 패널의 수배에 달한다. 제조 원가가 그만큼 높아진다는 얘기다. TV 1대를 판매했을 때의 수익 역시 LCD에 비해 OLED가 낮다. 이런 이유로 TV 제조사는 최대한 싼 가격에 패널을 공급받기를 원한다. 반대로 패널 공급사는 수익 보전을 위한 가격 방어에 나설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는 협상 과정에서 LG전자 OLED 공급가보다 더 낮은 가격을 LG디스플레이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 TV 판매 1위라는 위상을 십분 살린 것이다. 규모의 경제 실현이 가능하다는 게 삼성전자의 협상 전략이었다. 하지만 대형 OLED 개발에 막대한 투자액을 쏟아부은 LG디스플레이로서는 삼성 측 요구에 난색을 보였다. 삼성 요구를 들어주게 되면 LG전자 등 기존 고객사와의 협상에서도 끌려다닐 수 있다는 우려가 상당했다.
협상은 결렬됐으나, 두 회사는 OLED 동맹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프리미엄 제품군 확장을 노리는 삼성전자는 차세대 TV로 점찍은 마이크로발광다이오드(LED) TV 전환이 더디고, 미니LED는 LCD TV라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삼성디스플레이가 TV용 퀀텀닷(QD)-OLED를 공급하고 있으나, 수량이 넉넉하지 않다. 한종희 삼성전자 DX(기기경험)부문장 부회장은 지난 9월 “QD 디스플레이 생산능력을 늘려야 하고, 소비자가 원하고 찾으면 라인업을 보강할 수 있다”라며 “(LG와의 협상은) 항상 열린 마음으로 들여다보고 있다”고 했다.
삼성전자는 내년 OLED TV 전략을 본격적으로 가동한다. 김영무 삼성전자 VD(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상무는 “프리미엄 시장 내 사업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OLED 판매 경쟁력도 적극적으로 강화할 것이다”라고 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의 QD-OLED 패널 공급량은 올해 130만대 수준에서 수율(양품 비율) 개선으로 내년 200만~240만대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가운데 TV 패널은 140만~160만대, 모니터 패널은 60만~80만대로 여겨진다. 생산 수율은 85%까지 올라온 것으로 파악된다. 다만 TV 패널은 소니 등에도 납품하고 있어 삼성전자가 수용하기에는 여전히 패널의 절대적인 숫자가 부족하다. LG디스플레이와의 협상 재개가 다시 수면 위로 떠 오른 이유다.
올해 1000만대 대형 OLED 패널 출하를 노리던 LG디스플레이는 경기침체로 인한 수요 둔화로 패널 출하량이 830만대까지 급감했다. 옴디아는 “LG디스플레이의 대형 OLED 출하량은 기존의 1000만대보다 적은 830만대로 예상됐으나, 현재로는 830만대도 어려울 것 같다”라고 했다.
차세대 TV 패널로 OLED를 밀고 있는 LG디스플레이는 수요 둔화로 수익도 크게 줄었다. LG디스플레이는 올해 2분기 4883억원의 손실을 보인 데 이어 3분기에도 7593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상황이 안 좋다 보니 대형 OLED 패널 가동률을 줄이고 허리띠 졸라메기에 나섰다. 김성현 LG디스플레이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당분간 (대형 OLED 패널) 가동 조정은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라며 “TV의 경우 실수요 움직임을 모니터링하면서 가동률을 점진적으로 올리고, 차별화 영역 사업도 강화하면서 사업 성과를 내겠다”라고 했다.
옴디아는 LG디스플레이가 내년 삼성전자 공급망에 포함될 경우 연간 출하량이 900만대까지 늘어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하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출하량은 올해보다 적은 750만대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업계는 협상 주도권이 삼성전자로 넘어간 것으로 본다. 삼성전자에 OLED TV 제품 확대는 정해진 수순으로 보이지만, 시장 상황을 보며 속도 조절이 가능하다. 이 때문에 LG디스플레이는 TV용 OLED 패널을 삼성전자에 공급하기 위해 삼성의 요구를 대부분 들어줄 가능성이 점쳐진다. 업계 관계자는 “LG디스플레이의 대형 OLED 전략은 회사 생존에 있어 중요하다”라며 “적자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TV 판매량·매출 모두 1위인 삼성전자 공급망에 들어가는 것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이야기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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