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차급 중고차 인기 ‘쑥’, 새 차보다 비싸다
신차급 중고차 판매 비율 높아져
SM5는 단종되도 ‘귀한 몸’
생애 첫차 SM3, 차박에 좋은 울란도
[비즈니스 포커스]
사례1. 직장인 김 모 씨는 지난여름 신차를 신청했다. 회사가 인천 송도에서 경기 판교로 이사 가면서 출퇴근 시간이 길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도 1년은 더 기다려야 한다. 직장 동료는 김 씨에게 “요새 신차급 중고차를 타는 사람이 많다”고 귀띔했다.
사례2. 자동차 거래 플랫폼 엔카닷컴에 2022년식 주행 거리 2만4300km의 제네시스 GV80(3.0 디젤 사륜구동 7인승) 모델이 8400만원에 올라와 있다. 취득·등록세 등 각종 부대비용이 포함된 이전 등록비·관리비용 등을 합하면 총 구매비용은 9200만원이 넘는다.
사례2에서 동일 트림의 신차 기본 가격은 6986만원이다. 여기에 동일 옵션인 파퓰러 패키지(650만원), 시그니처 디자인 셀렉션Ⅱ(300만원), 빌트인 캠 패키지(70만원), 아웃도어 패키지(40만원)를 선택한 후 취득세를 포함하면 8550만원 정도 나온다. 신차급 중고차가 신차 가격을 웃도는 셈이다.
2022년식 주행 거리 1km의 현대자동차 투싼(가솔린 1.6 터보 인스퍼레이션)도 3520만원으로 동일 트림의 신차 가격(3238만원)보다 비싸게 올라왔다.
엔카닷컴 관계자는 “몇몇 인기 모델은 옵션 가격을 고려해도 신차 가격을 웃돌거나 신차 가격과 비슷한 시세를 형성하는 등 가격 방어가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자동차 시장의 전례 없는 출고 대기 기간이 이어져 오고 있다. 한국 소비자들은 GV80를 받으려면 지금 계약해도 2년 6개월을 기다려야 한다. 한 달 새 1년이 더 늘어났다. 같은 기간 아반떼 하이브리드는 4개월 늘어 대기 기간이 2년이다. 싼타페 하이브리드도 1년 6개월에서 2년으로 더 길어졌다.
코로나19 봉쇄와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으로 부품 수급이 어려워졌고 올해 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공급망 마비까지 터지면서 공급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이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올해 9월 한국 완성차 5개사(현대·기아·한국GM·르노코리아·쌍용차)의 내수 판매는 지난해 9월보다 23.8% 증가했지만 1~9월 누적 집계에선 여전히 마이너스(-5.9%)다.
기나긴 대기 기간에 자동차 커뮤니티에선 중고차와 신차를 고민하고 있다는 글들이 쏙쏙 올라오고 있다. 특히 ‘신차급 중고차’를 찾는 사람이 크게 늘고 있다. 전체 중고차 판매량은 전반적으로 비수기와 성수기에 따라 변동 폭이 있지만 신차급 차량은 이와 관계없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보통 출시된 지 1~2년 된 차량을 신차급 중고차로 분류한다.
엔카닷컴이 올해 1~8월 엔카 플랫폼 내 전체 판매 데이터와 2020~2022년식 신차급 중고차 판매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신차급 중고차의 판매 비율은 지난 1월 12.9%에서 3월 15.5%, 5월 17.9%, 8월 20.1%까지 높아졌다.
동급 차량 대비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와 ‘활용도’가 높은 평가를 받는 단종 모델도 중고차 시장에서 여전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
직영 중고차 기업 케이카가 올해 3분기 누적 판매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한국 단종 모델 중 가장 많이 판매된 차량은 르노코리아 SM5다. SM5 판매량은 전체 중고차 모델 중 가장 관심이 높은 현대차 그랜저 판매량의 약 20%에 해당하는 수치다. 단종 모델이지만 중고차 시장에서 ‘귀하신 몸’ 대우를 받고 있는 셈이다.
케이카 관계자는 “고객 선호도가 높은 주요 편의 품목이 기본 적용돼 있는 데다 기본 이상의 주행 성능을 보여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고 있다”며 “SM5 가격은 800만원에서 1200만원대로 형성돼 있다”고 말했다.
캠핑 ‘차박(자동차+숙박)’의 인기로 한국GM의 다목적 차량(MPV) 올란도 역시 꾸준한 인기를 끌고 있다. 올란도는 2018년 군산 공장 폐쇄로 단종됐지만 넉넉한 내부 공간과 별도 작업 없이 2·3열 좌석이 완전히 눕혀진다는 장점으로 차박에 최적이라는 평가를 받아 왔다. 또 작은 크기에도 넉넉한 적재 공간과 좁은 길에서의 기동성, 저렴한 액화석유가스(LPG) 사용 등 장점이 많다. ‘소상공인의 차’로 통하는 한국GM의 다마스와 라보도 지난해 초 단종 이후 꾸준히 찾고 있다.
◆돋보기
사회 초년생을 위한 중고차 구매 꿀팁
“주요 전기 장치 제조일 체크” 필수
먼저 차량 이력을 확인해야 한다. 판매자가 첨부한 성능점검기록부나 보험개발원의 카히스토리 등을 통해 사고 유무, 주행 거리 등을 확인하는 것이 좋다. 차량에 따라 다르지만 1회 보험 처리 금액이 200만원 이상이라면 사고가 있었다고 판단할 수 있다.
침수 차 구별법도 알아두면 좋다. ‘안전벨트를 끝까지 당겨 확인하라’가 흔히 알려져 있는 방법이지만 안전벨트도 새것으로 교체한다면 감쪽같이 속아 넘어가기 쉽다. 차 사고에 대한 수리 기술도 날로 정교해지고 있어 안전벨트만으로는 침수 여부를 쉽게 확인할 수 없다.
안전벨트보다 차내 주요 전기 장치의 제조일을 체크하는 것이 더 정확하다. 운전석 밑 부분에서 보디 제어 모듈(BCM), 미션 컨트롤 유닛(TCU) 등의 제조일자를 확인할 수 있다. 부품의 대부분은 별도의 제조일을 표기하고 있어 차량의 출고일과 비교할 때 차이가 크면 임의 교체를 의심해 볼 수 있다. 물론 침수가 아닌 다른 사고로 인해 교체되는 일도 있기 때문에 사고 이력과 함께 체크하는 것이 좋다.
1년 기준 1만 5000km 정도 운행한 차량이 적정 운행한 차량이다. 이 밖에 타이어·엔진오일 등 소모품을 언제 교체했는지도 확인하는 것이 좋다.
사회 초년생에게는 현대차 ‘아반떼’, 기아 ‘K3’ 등 국산 준중형 차를 추천한다. 케이카 관계자는 “가격이 부담스럽지 않고 고장이 발생하더라도 수리가 빠르고 비용이 저렴한 편이다. 차량을 운행하다가 되팔더라도 감가가 낮아 경제적”이라고 말했다.
김태림 기자 ta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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