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점 메신저’ 카카오톡의 대체자를 찾아라
2022. 10. 31. 06:01
일본 국민 메신저 라인 · 암호화로 유명한 텔레그램…MZ세대 선호하는 페북·인스타 메시지
10월 14일 데이터센터 화재로 카카오의 일부 서비스가 마비됐다. 그중에서도 가장 많은 불편을 준 것은 메신저 카카오톡의 장기간 장애였다. 사적 관계부터 공적인 영역까지 카카오톡은 이미 우리 생활 전반에 침투해 있기 때문이다.
카카오톡은 한국의 메신저 시장에서 95%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특이한 점은 ‘2인자’를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다. 라인·텔레그램·왓츠앱 등 대체재는 많지만 이들의 한국 시장점유율은 1%대로 미미한 수준이다.
이 때문에 카카오 서비스가 장기간 장애를 겪은 10월 14일과 15일은 타 메신저들엔 ‘절호의 기회’였다. 답답해진 소비자들은 다른 메신저 애플리케이션(앱)을 찾아 헤맸고 각 메신저들은 너도나도 광고를 띄우기에 바빴다. 그 결과 카카오톡 사용자는 급감하고 라인과 텔레그램 등 타 메신저 사용자가 빠르게 늘어나기도 했다.
카카오톡의 대체자로 가장 주목받은 것이 네이버의 ‘라인’이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한국 정보기술(IT) 플랫폼의 대명사 격이지만 유독 한국 메신저 점유율에서는 카카오톡이 ‘압승’을 이어 왔다.
하지만 옆 나라 일본에서는 사정이 조금 다르다. 라인은 일본에서 ‘국민 메신저’로 불린다. 라인이 일본에서 발돋움할 수 있었던 계기는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이다. 당시 일본 내 통신망 마비를 경험한 후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 겸 글로벌투자책임자(GIO)와 신중호 Z홀딩스 대표가 손잡고 메신저 개발에 착수해 서비스를 출시했다. 출시 1개월 만에 1000만 다운로드를 돌파했고 이후 2022년 6월 말 기준으로 전 세계에서 1억9300만 명의 활성 사용자 수(MAU)를 기록한 글로벌 메신저로 성장했다.
라인은 대화·음성 통화·영상 통화 등 다양한 메신저 기능을 제공한다. 그룹 통화에는 최대 500명이 동시에 참여할 수 있고 URL만으로 접속할 수 있는 그룹 영상 통화 기능 ‘라인 미팅’을 제공한다. 최근에는 모바일 기반의 ‘라이프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 라인 관계자는 “라인은 글로벌 메신저를 운영하며 쌓아 온 노하우를 바탕으로 각 국가별로 메신저 이외에도 인공지능(AI) 기술과 핀테크·블록체인·대체 불가능한 토큰(NFT) 등 다양한 분야로 진출하며 글로벌 모바일 생태계를 조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라인의 기능은 사실상 카카오톡과는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라인을 써 본 사용자들은 다소 아쉬운 점을 지적하기도 한다. 메신저의 주요 기능으로 정착한 이모티콘에서도 반응이 엇갈린다. 카카오톡은 라이언·어피치 등 자사 캐릭터의 인기가 높고 이모티콘 작가 등을 전문적으로 육성해 다양한 저작권을 확보했다.
이에 비해 라인의 주요 스티커인 ‘라인프렌즈’의 인기는 그다지 높은 편이 아니다. 또 카카오는 선물하기 등 메신저를 통해 관계성을 다질 수 있는 다양한 부가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그동안 카카오톡은 한국 서비스에 집중하면서 다양한 기능을 더했는데 이러한 서비스가 소비자들의 감성을 자극했다는 평을 듣는다.
뭐니 뭐니 해도 한국에서 양 사의 희비가 엇갈린 결정적인 요인은 ‘선점 효과’다. 라인의 한국 출시는 2011년으로, 2010년 출시된 카카오톡보다 다소 출발이 늦었다. 이는 라인이 한국에서 카카오톡에 밀리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메신저 시장을 비롯한 모바일 플랫폼에서는 선점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미 카카오톡이라는 생태계에 익숙해진 소비자 층을 끌어오는 것은 쉽지 않았다. 특히 ‘관계성’이 중요한 메신저에서는 혼자만의 이탈은 불가능하다. 플랫폼의 잠김 효과가 메신저 시장에서도 여과 없이 발휘된 것이다.
물론 카카오톡이 일상생활의 모든 영역을 커버하지는 못한다. 특히 ‘보안’이 중요한 직군에서는 필수적으로 사용해야 하는 메신저로 여겨지는 것이 바로 ‘텔레그램’이다.
2013년 러시아 출신 개발자인 파벨 두로프가 개발한 메신저 텔레그램은 메신저의 보안 이슈가 불거질 때마다 늘 대안으로 꼽히는 플랫폼이다. 텔레그램은 2014년 한국에서 카카오톡 검열 논란이 불거지면서 대체재로 주목받았다. 같은 해 10월 텔레그램은 한국어 버전을 전격으로 출시하면서 이러한 한국 소비자들의 기대에 부응했다.
텔레그램은 ‘종단 간 암호화 기술’을 적용해 대화 내용을 당사자들의 휴대 전화 기기에만 기록하는 ‘비밀 대화’ 기능을 도입했다. 종단 간 암호화는 메시지 전송부터 수신의 모든 과정을 암호화해 전송자와 수신자 외에는 대화 내용을 볼 수 없게 한 기술이다. 텔레그램은 해외에 서버를 두고 있고 익명성을 기반으로 하고 있어 강한 프라이버시 보호 기능을 제공한다. 또 창업자의 소신에 따라 다른 메신저들과 달리 광고 등 수익화 모델을 도입하지 않았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철저한 익명성은 텔레그램의 순기능이자 역기능이다. 텔레그램은 이러한 특성을 토대로 사회면을 장식한 각종 범죄 수법에서 빠지지 않고 있다. N번방을 비롯해 최근에는 마약 공급에도 텔레그램이 언급되면서 다소 부정적인 이미지도 동시에 얻고 있다.
카카오톡의 주요 사용 층이 전 국민이라지만 항상 남들과 다른 것을 추구하는 10대들은 소통을 위해 다른 메신저를 택하기도 한다. 최근 한국의 10대들은 카카오톡보다 페이스북·인스타그램의 메신저를 널리 사용하고 있다. 메타의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페이스북이 제공하는 페이스북 메신저는 미국 등 서구권에서 널리 쓰이는 메신저이기도 하다. 10대들은 SNS를 활용하는 시간이 길기 때문에 이와 연동된 플랫폼을 쓰는 것이라는 분석이 있다.
해외 사용자들과 소통해야 하는 직군에서는 ‘왓츠앱’의 사용 빈도도 높다. 왓츠앱은 미국과 유럽 등 서구권에서 주로 쓰이는 메신저로, 지난해 기준 전 세계에서 20억 명이 사용이 사용하는 메신저다. 2014년 페이스북을 운영하는 메타에 인수됐다. 유럽은 왓츠앱을 사용하는 비율이 높지만 미국에서는 아이폰이 제공하는 아이메시지와 라이벌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왓츠앱은 10월 17일(현지 시간) 종단 간 암호화 기술을 적용한 자사의 프라이버시 보호 기능을 언급하면서 아이메시지의 보안 기능을 저격하는 광고를 싣기도 했다.
중국에서 비즈니스를 하는 기업들이 눈여겨보는 메신저는 단연 ‘위챗’이다. 중국 텐센트가 운영하는 메신저로 중화권 시장을 독점하고 있다. 중국 시장에 진출한 금융사들은 위챗을 통해 모바일 지점을 운영한다. 또 중국 고객들과의 모바일 상담을 위해 따로 위챗 계정을 운영하는 기업들도 있다.
이들의 국내 점유율은 각각 1% 내외다. 카카오톡 먹통 사태는 타 메신저들엔 ‘절호의 기회’였지만 카카오톡의 기능이 복구된 후 이탈했던 200만 명의 사용자가 다시 카카오톡으로 복귀하면서 견고한 메신저 시장의 벽을 다시 한 번 절감하는 계기가 됐다. 하지만 카카오 사태에서 엿볼 수 있듯이 언제 어느 상황에서 원활하게 연결될 수 있는 메신저가 결국은 최후의 승자가 될 것이다.
이명지 기자 mjlee@hankyung.com
[비즈니스 포커스]
10월 14일 데이터센터 화재로 카카오의 일부 서비스가 마비됐다. 그중에서도 가장 많은 불편을 준 것은 메신저 카카오톡의 장기간 장애였다. 사적 관계부터 공적인 영역까지 카카오톡은 이미 우리 생활 전반에 침투해 있기 때문이다.
카카오톡은 한국의 메신저 시장에서 95%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특이한 점은 ‘2인자’를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다. 라인·텔레그램·왓츠앱 등 대체재는 많지만 이들의 한국 시장점유율은 1%대로 미미한 수준이다.
‘일본 국민 메신저’ 라인
이 때문에 카카오 서비스가 장기간 장애를 겪은 10월 14일과 15일은 타 메신저들엔 ‘절호의 기회’였다. 답답해진 소비자들은 다른 메신저 애플리케이션(앱)을 찾아 헤맸고 각 메신저들은 너도나도 광고를 띄우기에 바빴다. 그 결과 카카오톡 사용자는 급감하고 라인과 텔레그램 등 타 메신저 사용자가 빠르게 늘어나기도 했다.
카카오톡의 대체자로 가장 주목받은 것이 네이버의 ‘라인’이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한국 정보기술(IT) 플랫폼의 대명사 격이지만 유독 한국 메신저 점유율에서는 카카오톡이 ‘압승’을 이어 왔다.
하지만 옆 나라 일본에서는 사정이 조금 다르다. 라인은 일본에서 ‘국민 메신저’로 불린다. 라인이 일본에서 발돋움할 수 있었던 계기는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이다. 당시 일본 내 통신망 마비를 경험한 후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 겸 글로벌투자책임자(GIO)와 신중호 Z홀딩스 대표가 손잡고 메신저 개발에 착수해 서비스를 출시했다. 출시 1개월 만에 1000만 다운로드를 돌파했고 이후 2022년 6월 말 기준으로 전 세계에서 1억9300만 명의 활성 사용자 수(MAU)를 기록한 글로벌 메신저로 성장했다.
라인은 대화·음성 통화·영상 통화 등 다양한 메신저 기능을 제공한다. 그룹 통화에는 최대 500명이 동시에 참여할 수 있고 URL만으로 접속할 수 있는 그룹 영상 통화 기능 ‘라인 미팅’을 제공한다. 최근에는 모바일 기반의 ‘라이프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 라인 관계자는 “라인은 글로벌 메신저를 운영하며 쌓아 온 노하우를 바탕으로 각 국가별로 메신저 이외에도 인공지능(AI) 기술과 핀테크·블록체인·대체 불가능한 토큰(NFT) 등 다양한 분야로 진출하며 글로벌 모바일 생태계를 조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라인의 기능은 사실상 카카오톡과는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라인을 써 본 사용자들은 다소 아쉬운 점을 지적하기도 한다. 메신저의 주요 기능으로 정착한 이모티콘에서도 반응이 엇갈린다. 카카오톡은 라이언·어피치 등 자사 캐릭터의 인기가 높고 이모티콘 작가 등을 전문적으로 육성해 다양한 저작권을 확보했다.
이에 비해 라인의 주요 스티커인 ‘라인프렌즈’의 인기는 그다지 높은 편이 아니다. 또 카카오는 선물하기 등 메신저를 통해 관계성을 다질 수 있는 다양한 부가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그동안 카카오톡은 한국 서비스에 집중하면서 다양한 기능을 더했는데 이러한 서비스가 소비자들의 감성을 자극했다는 평을 듣는다.
뭐니 뭐니 해도 한국에서 양 사의 희비가 엇갈린 결정적인 요인은 ‘선점 효과’다. 라인의 한국 출시는 2011년으로, 2010년 출시된 카카오톡보다 다소 출발이 늦었다. 이는 라인이 한국에서 카카오톡에 밀리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메신저 시장을 비롯한 모바일 플랫폼에서는 선점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미 카카오톡이라는 생태계에 익숙해진 소비자 층을 끌어오는 것은 쉽지 않았다. 특히 ‘관계성’이 중요한 메신저에서는 혼자만의 이탈은 불가능하다. 플랫폼의 잠김 효과가 메신저 시장에서도 여과 없이 발휘된 것이다.
보안은 텔레그램, 10대는 SNS 메시지 선호
물론 카카오톡이 일상생활의 모든 영역을 커버하지는 못한다. 특히 ‘보안’이 중요한 직군에서는 필수적으로 사용해야 하는 메신저로 여겨지는 것이 바로 ‘텔레그램’이다.
2013년 러시아 출신 개발자인 파벨 두로프가 개발한 메신저 텔레그램은 메신저의 보안 이슈가 불거질 때마다 늘 대안으로 꼽히는 플랫폼이다. 텔레그램은 2014년 한국에서 카카오톡 검열 논란이 불거지면서 대체재로 주목받았다. 같은 해 10월 텔레그램은 한국어 버전을 전격으로 출시하면서 이러한 한국 소비자들의 기대에 부응했다.
텔레그램은 ‘종단 간 암호화 기술’을 적용해 대화 내용을 당사자들의 휴대 전화 기기에만 기록하는 ‘비밀 대화’ 기능을 도입했다. 종단 간 암호화는 메시지 전송부터 수신의 모든 과정을 암호화해 전송자와 수신자 외에는 대화 내용을 볼 수 없게 한 기술이다. 텔레그램은 해외에 서버를 두고 있고 익명성을 기반으로 하고 있어 강한 프라이버시 보호 기능을 제공한다. 또 창업자의 소신에 따라 다른 메신저들과 달리 광고 등 수익화 모델을 도입하지 않았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철저한 익명성은 텔레그램의 순기능이자 역기능이다. 텔레그램은 이러한 특성을 토대로 사회면을 장식한 각종 범죄 수법에서 빠지지 않고 있다. N번방을 비롯해 최근에는 마약 공급에도 텔레그램이 언급되면서 다소 부정적인 이미지도 동시에 얻고 있다.
카카오톡의 주요 사용 층이 전 국민이라지만 항상 남들과 다른 것을 추구하는 10대들은 소통을 위해 다른 메신저를 택하기도 한다. 최근 한국의 10대들은 카카오톡보다 페이스북·인스타그램의 메신저를 널리 사용하고 있다. 메타의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 페이스북이 제공하는 페이스북 메신저는 미국 등 서구권에서 널리 쓰이는 메신저이기도 하다. 10대들은 SNS를 활용하는 시간이 길기 때문에 이와 연동된 플랫폼을 쓰는 것이라는 분석이 있다.
해외 사용자들과 소통해야 하는 직군에서는 ‘왓츠앱’의 사용 빈도도 높다. 왓츠앱은 미국과 유럽 등 서구권에서 주로 쓰이는 메신저로, 지난해 기준 전 세계에서 20억 명이 사용이 사용하는 메신저다. 2014년 페이스북을 운영하는 메타에 인수됐다. 유럽은 왓츠앱을 사용하는 비율이 높지만 미국에서는 아이폰이 제공하는 아이메시지와 라이벌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왓츠앱은 10월 17일(현지 시간) 종단 간 암호화 기술을 적용한 자사의 프라이버시 보호 기능을 언급하면서 아이메시지의 보안 기능을 저격하는 광고를 싣기도 했다.
중국에서 비즈니스를 하는 기업들이 눈여겨보는 메신저는 단연 ‘위챗’이다. 중국 텐센트가 운영하는 메신저로 중화권 시장을 독점하고 있다. 중국 시장에 진출한 금융사들은 위챗을 통해 모바일 지점을 운영한다. 또 중국 고객들과의 모바일 상담을 위해 따로 위챗 계정을 운영하는 기업들도 있다.
이들의 국내 점유율은 각각 1% 내외다. 카카오톡 먹통 사태는 타 메신저들엔 ‘절호의 기회’였지만 카카오톡의 기능이 복구된 후 이탈했던 200만 명의 사용자가 다시 카카오톡으로 복귀하면서 견고한 메신저 시장의 벽을 다시 한 번 절감하는 계기가 됐다. 하지만 카카오 사태에서 엿볼 수 있듯이 언제 어느 상황에서 원활하게 연결될 수 있는 메신저가 결국은 최후의 승자가 될 것이다.
이명지 기자 mj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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