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가영 당구 이기든 지든 재미있다 소리 듣고파"…통산 4회우승 당구여제 꿈 [현장 일문일답]
[스포츠서울 | 고양=김용일기자] “김가영 당구는 이기든 지든 재미있다는 소리 듣고파.”
과감하고 자신 있는 스트로크. 승부처에서 몰아치는 결정력. 왜 그가 ‘당구여제’인지 유감없이 증명한 결승이었다. 김가영(39·하나카드)이 프로당구 여자부 LPBA에서 통산 네 번째 우승을 차지한 뒤 다부진 목소리로 말했다.
김가영은 30일 경기도 고양시에 있는 빛마루방송지원센터 특설경기장에서 열린 2022~2023시즌 프로당구 LPBA 4차 투어 ‘휴온스 챔피언십’ 결승에서 베테랑 임정숙(크라운해태)과 겨뤄 세트스코어 4-1(11-6 10-11 11-3 11-1 11-7) 완승하며 정상에 섰다.
지난 3월28일 2021~2022시즌 LPBA 월드챔피언십 우승 이후 217일 만에 결승 무대를 밟은 김가영은 올 시즌 처음이자 통산 4회 우승의 기쁨을 누렸다. 임정숙, 이미래와 더불어 통산 최다승 공동 1위에 올랐다. 그는 올 시즌 앞서 열린 세 차례 대회에서는 4강(1차)~16강(2차)~4강(3차)에 올랐다. 우승 상금 2000만 원을 받은 김가영은 통산 누적 상금 1억7745만 원으로 이 부문 1위를 지켰다.
김가영은 임정숙과 1,2세트를 나눠 가졌으나 3세트에 에버리지 2.200 고감도 샷을 앞세워 단 5이닝 만에 11점을 채우며 임정숙(3점)을 돌려세웠다. 자신감을 품은 그는 승부처인 4세트부터 강력한 스트로크로 경기를 주도하면서 상대 추격 의지를 꺾었다.
이날 준우승으로 LPBA 통산 최다승(5회) 달성을 놓친 임정숙은 “경기력이 엉망이었다. 팬과 후원사 등에게 죄송하다. 최근 팀리그 다녀오면서 살이 2㎏정도 빠졌는데 회복이 안 되더라. 체력적으로 문제가 됐는지 탈이 났다”고 아쉬워했다. 그러면서 “톱에 있는 선수보다 기본기가 약하다. 보완하기 위해 더 노력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다음은 김가영과 일문일답
- 통산 4회 우승 소감은?
(웃으며) 너무 힘들었다. 일단 다른 날보다 더웠다. 테이블 상태도 생경했다. 그래서 초반에 고전했는데 무사히 우승해서 기쁘다.
- 3세트 따낸 뒤 4세트에 공격적인 스트로크가 인상적이었는데.
사실 기억이 안 난다.(웃음) 그만큼 내 경기에 몰입을 잘했던 것 같다. 경기 내용이 나쁘면 무엇이 잘못됐다는 게 생각나는데, 오늘 에버리지는 안 좋았지만 몰입을 잘했다. 실수한 공도 많았는데 빨리 잊고 다음 샷을 준비해나갔다. (마지막 챔피언 포인트 남겨두고 눈을 감았는데?) 시뮬레이션했다. (공이) 빠져나갈 공간이 있는데 테이블 상태와 몸 상태, 내가 어떻게 칠 때 실수 확률이 낮을 것이냐 등을 빨리 돌려봤다.
- (지난 시즌 포함해서) 올해에만 세 번 우승했다. 달라진 점은?
드라마틱하게 달라진 부분보다 늘 내게 피할 수 없고, 달라질 수 없는 건 3쿠션 구력이 짧다는 것이다. 아직 많은 공을 경험하지 못했다. 훈련량을 늘린다고 해도 다른 선수가 안 하는 게 아니다. 내 장점을 어떻게 잘 살릴지 고민했다. 포켓에서 3쿠션으로 바꿀 때 경기 스타일, 템포, 루틴 등을 얼마나 바꾸느냐가 핵심이었다. 올 초 이후부터 그런 게 조금씩 응집되는 것 같다. 고민이 많아 흩어졌던 게 모이는 느낌이랄까.
- 이번 대회 64강, 32강 서바이벌에서 조 2위를 했고 4강에서도 (히가시우치에게) 3-2 승리하는 등 결승까지 올라오는 게 쉽지 않았는데.
이제야 당구선수로 경력이 빛을 발휘하는 느낌이다. 왜냐하면 (3쿠션에 대해) 기술적인 것을 포함해 이해도가 부족하기 때문에 (당구 선수로) 오랜 시간 많은 대회를 경험했지만 빛을 발휘하지 못했다. 중요한 순간 집중력을 발휘하고 폭발력을 지니는 게 포켓에서는 장점이었다. 3쿠션에서는 많이 못 보였는데 조금씩 그런 게 나오는 것 같다.
- 팀리그서부터 루틴에 대한 고민이 많다고 했는데.
고민의 연속이다. 루틴을 바꿨다가 안 되면 조금 더 훈련하는 게 맞나 생각한다. 생각이 많아서 문제다. 당연히 경기 직전엔 정리하고 안정된 모습으로 나오려고 한다.
- 아버지, 어머니. 그리고 어린 조카가 열심히 응원하더라.
부모님은 당구를 정말 즐긴다. 내가 탈락해도 오고 싶어 하신다. 경기 보는 것을 즐거워 하신다. 물론 딸이 (끝까지) 남아있으면 좋아하시지만. ‘오늘은 잘 봤다’, ‘못 치더라’, ‘운이 좋아서 이긴 거 아니냐’ 등 냉정하게 말씀하신다. 내 동생은 ‘내가 쳐도 언니보다 잘 치겠다’는 말도 서슴없이 한다.(웃음) 그런데 대단하다. 난 사실 가족이 당구를 치면 못 볼 것 같다. 그만큼 부모님 등 멘탈이 좋은 것 같다.
- 통산 최다 우승 타이기록을 썼는데, 다음 목표는?
딱히 생각해본 적은 없다. ‘우승 몇 번 더해야겠다’ 그런 것을 정하는 건 당구 종목이 어려운 것 같다. 일단 선수 수명이 정해져 있지 않다. 그저 최고가 되고 싶다. 믿고 보는 당구 선수, 김가영 당구는 지든 이기든 재미있다는 말을 듣고 싶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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