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철, '응어리' 진 월드컵을 말하다 [나에게 월드컵이란①]
[서귀포=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11월 21일(이하 한국시간) '세계인의 축제' 2022 카타르 FIFA 월드컵이 개막한다. 한국 대표팀은 11월 24일 우루과이와의 H조 1차전부터 월드컵을 시작한다.
스포츠한국은 월드컵을 앞두고 매주 '특집-나에게 월드컵이란'이라는 코너를 통해 월드컵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스타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월드컵이 자신에게 가지는 의미와 월드컵을 앞둔 후배들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보낸다.
1편의 주인공은 2014 브라질 월드컵 '주장'이자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세계 1위 독일을 꺾은 주역인 구자철이다.
▶최종 예비명단에서 탈락한 2010 남아공 월드컵
구자철의 월드컵 첫 출전은 2014 월드컵이지만 사실 2010 남아공 월드컵에도 나설 뻔했다. 남아공에 가기 전 최종 훈련지였던 오스트리아의 26인 명단까지 들었지만 최종 23인 명단에는 탈락해 한국으로 돌아온 것.
당시 만 21세였던 구자철은 월드컵 대표팀 탈락을 극복하고 약 반년 후인 2011 아시안컵에서 득점왕을 차지하며 독일 분데스리가 진출까지 한다. 지옥에서 천당으로 뛰어오른 것이다.
"당시 대표팀 탈락의 결과가 나왔을 때 처음엔 받아들여야 했고 시간이 지나면서 큰 좌절감을 받았죠. 그리고 다시 일어나야 한다는 동기부여를 찾기 시작했어요. 당장 눈앞에 보이는건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이었죠. 그 대회에서 나는 좋은 선수라는걸 금메달을 따면서 보여주고 싶은 마음뿐이었습니다."
6월 월드컵 명단 탈락 후 11월 광저우 아시안게임까지 약 5개월간 구자철은 아픔을 잊고 일어서기 위해 정말 하지 말아야 할 일도 했다고. 저녁식사 후 무작정 산을 뛰어올라간 것.
"바로 여기(인터뷰가 진행된 제주 유나이티드 클럽하우스)였어요. 클럽하우스 뒤에 있는 고근산을 무작정 뛰었죠. 그래야 해소가 될 것 같았죠. 아시안게임에 반드시 좋은 선수라는걸 보여 다음 월드컵을 뛰겠다는 마음으로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기를 보냈죠"라며 구자철은 씁쓸했던, 하지만 이후 자신의 위대한 커리어의 시발점이 된 2010년 여름을 떠올렸다.
▶'주장'으로 나선 '실패한' 2014 월드컵
2014 브라질 월드컵. 구자철은 홍명보호의 '주장'으로 첫 월드컵을 나선다. 하지만 홍명보호는 '의리 논란' 등으로 시끄러웠고 결국 1무2패라는 1998 프랑스 월드컵 이후 최악의 성적으로 마쳤다.
"브라질 월드컵은 저에겐 '실패한 월드컵'이죠. 국민들을 실망시켰고 제가 쓰고 있는 왕관의 무게를 견디지 못했죠. 능력이 부족한 선수이자 주장이었습니다."
왜 '실패'라는 단어를 언급했는지 묻자 "국민들이 행복해하지 않고 오히려 분노했지 않나. 그 책임에 100% 통감했다"고 말했다.
사실 2014년은 구자철이 분데스리가에서 최전성기를 보내던 때였고 알제리전에서는 골까지 넣기도 했다. 개인적으로 월드컵에서 골을 넣었다는 의미에 대해 묻자 "감사하게 생각하지만 솔직히 중요하게 생각하진 않는다. 왜냐하면 앞으로 '월드컵에서 골 넣은 선수'라는 타이틀보다 더 멋진 일을 축구를 통해서 하고 싶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직전 2012 런던 올림픽에서 동메달, 그리고 선수 커리어 전성기, 주장 완장까지 단 2014 월드컵에서 충격적인 1무2패와 '국민들을 행복하게 만들지 못했다'는 마음은 지금까지도 구자철의 얼굴에 아직까지도 그늘을 드리우게 했다.
▶'이렇게라도 끝나서 다행이다' 2018 러시아 월드컵
지난 러시아 월드컵은 비록 스웨덴-멕시코에겐 패했지만 당시 세계 1위이자 디펜딩 챔피언인 독일을 꺾은 역사적인 경기를 했다. 구자철은 당시 선발로 나와 활약하며 독일전 승리의 주역으로 활약했다.
"러시아 월드컵은 정말 감사한 월드컵이죠. 독일전을 통해 국민들에게 행복을 선사했다는건 선수로써 할 수 있는 최고의 영광과 보람이 아닐까요. 그 보람을 위해 축구화를 신어왔고 피나는 노력을 했던게 바로 월드컵이었고 독일전을 통해 2014 월드컵에서의 무거운 마음을 어느정도 털 수 있어 감사하죠."
2011년부터 2019년까지 무려 9년여를 뛴 독일이기에 더 의미가 남다를 수밖에.
"직전 멕시코전은 선발로 뛰지 못했어요. 그래서 독일전은 정말 선발로 뛰고 싶었어요. 누구보다 독일을 잘 알았기에 제가 확실히 팀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확신을 품고 있었어요. 독일전은 무조건 전방압박을 하고 앞에서부터 싸워야 했어요. 일체의 주도권을 주면 승산이 없다고 확신했고 경기전부터 인생 최고의 집중도로 대비했죠."
독일전 2-0 승리 후 구자철은 기쁜 마음보다 다른 마음이 먼저였다고. "솔직히 '이렇게라도 나의 월드컵이 끝나서 다행이다'라는 마음뿐이었죠. 전 아직 월드컵에 풀어야할 숙제가 여전히 남아있어요"라며 자신에게 월드컵의 의미를 설명했다.
▶나에게 월드컵이란 '응어리'… 대표팀 흔들지말라
"결국 저에겐 월드컵은 '응어리'에요. 우리의 기대치는 두 번의 월드컵에서 1승보다는 높았잖아요. 그 기대치를 충족 못했다는 것이 뼈 아픕니다"라고 말하는 구자철은 "두 번의 월드컵 실패의 중심에 있던 사람으로서 이번 월드컵은 경기장에선 같이 하지 못하지만, 해설자로써 선수들과 함께 축구로 국민들을 행복하게 만들어주고 싶다는 책임감을 갖고 카타르행 비행기에 몸을 실으려 한다"고 말했다.
이제 곧 월드컵 최종명단 발표를 앞두고 있다. 명단에 포함돼 월드컵에 갈 선수들에게 하고 싶을 말을 부탁하자 "너의 머리 위에는 왕관이 씌어있고 그 무게를 견뎌야 하는 일이 올거야. 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왕관을 쓰길 바란다. 절대 벗으려 하지말고"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2010 월드컵에서 직전에 떨어져 본 사람으로써 마지막에 탈락할 선수들에게 조언으로는 "솔직히 조언이 쉽지 않다. 하지만 소속팀 제주에 김동준이 마지막까지 경쟁 중인데 동준이에게 말하자면 '월드컵은 못 갔지만 형이랑 같이 다음시즌 우승하자'라고 말하고 싶다. 앞으로 전 2년 계약이 남았는데 우승하고 쿨하게 떠나고 싶은데 그걸 못하면 죽으면 죽었지, 여길 못 떠날 것 같으니 '형이랑 함께 우승하자'고 말해주고 싶다"고 답했다.
그리고 구자철이 선수들과 국민들에게 꼭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제가 KBS를 통해 해설위원으로 함께 카타르를 가는 이유는 선수들이 잘하게 한마음이 되도록 목소리를 내는 사람이 없는 것 같아서다. 대표팀을 흔들거나 부정적인 시선으로 보는 사람들에게도 결과에 대한 책임이 따른다. 제발 비난 먼저 하지말고 믿고 신뢰한다면 선수들은 분명 기대에 부응할거다. 저의 두 번의 월드컵이 그러지 못했기에 꼭 당부하고 싶은 말"이라며 "선수들이 정말 많은 지지를 받으며 경기장에 서길 바란다"며 다시금 강조했다.
"월드컵은 딱 두가지 단어로 표현이 가능해요. '축제'와 '전쟁'. 정말 상반되는 말인데 '전쟁'이라고 생각하면 전쟁에 나가는 선수들을 믿고 응원해줘야 하지 않을까요. 그리고 '축제'라면 이 축제를 즐기라고 국민들, 그리고 선수들 모두에게 말하고 싶어요."
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jay12@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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