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이크 위치가 헷갈렸다" 고령운전사고 4년간 22만건

정세진 기자 2022. 10. 31. 0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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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 그 후]
지난 18일 경북 영덕군에 위치한 한 휴게소에서 80대 운전자가 몰던 제네시스 차량이 사고를 내 행인 3명이 중경상을 입고 병원으로 이송됐다. 사고를 낸 운전자는 경찰조사에서 '액셀과 브레이크를 헷갈렸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경북 영덕 소방서 제공

#2019년 70대 운전자가 부처님 오신 날을 맞아 경남 양산 통도사를 찾은 행인들을 차로 들이받아 1명이 숨지고 12명이 다쳤다. 같은 해 전북 덕유산 휴게소에서는 80대 운전자가 휴게소에서 나온 뒤 반대 방향으로 차를 몰아 고속도로 20km를 역주행하기도 했다.

고령사회에 접어들면서 운전자도 빠르게 고령화하고 있다. 문제는 고령 운전자 사고는 더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는 점이다. 연령 60대 이상 운전자가 한해 사고 22만여건을 낸다. 전체 자동차 사고의 25%가량을 고령 운전자가 내는 셈인데 사고를 줄일 뾰족한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경찰은 고령 운전자를 대상으로 조건부 운전면허를 적용하는 연구용역을 진행하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해당 연구가 끝나는 2024년 이후에야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될 전망이다.

30일 경찰청과 도로교통공단 통합 데이터베이스에 따르면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발생한 전체 교통사고 85만9532건 중 60대 이상 운전자가 낸 사고가 22만2544건(25.8%)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냈다. '사망 3명 이상' 또는 '사상 20명 이상' 인명피해가 발생한 대형사고 역시 60대 이상 운전자에 의한 사고건수(162건 중 44건)가 가장 많았다. 교통사고 건수 대비 사망 건수를 나타내는 치명률 역시 60대 이상이 2.07%로 나머지 연령대 평균 1.35%보다 높았다.

고령 운전자65세 이상 노인인구 비중이 늘어난 영향이 가장 크다. 문제는 고령화 속도에 비해 고령 운전자가 내는 사고의 수가 더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고령 운전자 교통사고 발생은 줄어든 데 비해 고령 운전자 교통사고 건수는 늘었다. 도로교통공단에 따르면 인구 10만 명당 도로교통사고 발생 건수는 2017년 420.51건에서 2021년 391.98건으로 크게 줄었다. 반면 같은 기간 고령 운전자교통사고 발생 건수는 2만6713건에서 3만1841건으로 19% 증가했다.

만 65세 이상 고령 운전자 수도 빠르게 늘고 있다. 2017년 279만7000여명이었던 고령 운전자는 지난 9월 기준 430만 4000여명(경찰청)으로 53% 이상 늘었다. 같은 기간 65세 미만 운전면허 소지자는 2886만7000여명에서 2976만3000여명으로 3.1% 증가하는데 그쳤다. 택시업계의 경우 택시기사 23만 8093명 중 42%인 10만 1655명이 65세 이상이다.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2.9%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큰 차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7년 65세 이상 인구는 735만6106명으로 전체 대비 14.2%를 차지했다. 지난해 65세 이상 노령인구는 885만1033명(17.1%)이었다.

고령 운전자 집중력과 순발력이 떨어지는 탓에 고령 운전자의 사고 소식은 끊이질 않는다. 지난 19일 경북 영덕 한 휴게소에서 80대 운전자가 몰던 차량이 행인들을 덮쳐 3명이 중경상을 입는 사고가 발생했다. 휴게소 계단을 내려오던 50대 행인은 두 다리가 절단되는 부상을 입기도 했다. 80대 운전자는 경찰 조사에서 '액셀러레이터(가속패달)를 브레이크(정지패달)로 착각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8일 유튜브 한문철TV에는 충남 천안의 한 왕복 8차선 도로 교차로에서 유턴하기 위해 신호 대기 중인 제보 차량으로 갑자기 반대편 포켓 차로(대기 차로)에 있던 검은색 SUV 차량이 역주행해 돌진하는 장면을 소개하기도 했다. 놀란 제보자가 다급하게 경적을 여러 번 울렸고, 반대편 차량은 제보자 차 앞에 다다라서야 멈췄다. 제보자에 따르면 운전자는 고령의 할머니였다.

지난해 12월에는 부산 수영팔도 시장에서 승용차를 몰던 80대 운전자가 할머니와 18개월 된 손녀를 치어 숨지게 하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고령 운전자령 운전자를 상대로 2018년부터 면허 자진 반납을 유도하고 있지만 성과는 미미하다. 2018년 부산을 시작으로 전국 지방자치단체에서는 만 60세 이상 운전자가 면허를 반납하면 지역화폐 등을 이용해 10만~50만원을 지급하고 있다. 면허 반납 연령 기준이나 지원방식 등이 지자체마다 다르지만 지난해 기준 65세 이상 운전자 면허 자진 반납률은 2%대에 불과하다.

박성민 국민의힘 의원이 17개 시·도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최근 3년간 17개 시·도별 65세 이상 운전자 운전면허 자진 반납률은 △2019년 2.19% △2020년 2.06% △2021년 2.09% 등 2%대에 불과했다.

김미숙 한국사회보건연구원 박사는 "노인들이 경제적 어려움에 택시나 버스 등 운송업에 진출하는 경우가 많다"며 "매년 인지기능과 공간 감각 등을 테스트해서 면허를 재발급하는 엄격한 관리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했다.

고령 운전자자 수는 더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이들을 대상으로 한 면허 관리 연구는 이제야 시작됐다. 현재 경찰청은 65세 이상 고령 운전자를 대상으로 5년마다 적성검사를 실시해 면허를 갱신하도록 하고 있다. 적성검사는 시력, 청력 등 운전에 필요한 신체검사를 포함한다. 70세 이상 운전자는 2종 면허의 경우 5년마다 적성검사를 받아야 하고 75세 이상은 1·2종 상관없이 적성검사 후 의무교육을 받아야 한다.

경찰청 관계자는 "현재 고령자나 신체 질환자 등을 대상으로 조건부 운전면허를 얼마나 정밀하게 부여할 것인지 연구용역을 진행하고 있다"며 "올해부터 시작해 3년간 진행한 후 제도화될 전망"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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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진 기자 seji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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