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겨울]③"10월 들어 매출 반토막, 내년 되면 다 파산"…자영업자 '절망'
원가 30%↑ 가격인상 10%만…"대출이자도 못내, 폐업 고민 중"
[편집자주] 또 겨울이다. 없는 이들에게 겨울은 더 혹독하다. 경기는 바닥을 향하고 있는데 물가마저 치솟고 있다. 여기에 금리까지 올라 빚 부담에 허리가 휠 지경이다. 올겨울을 어떻게 나야 할지 막막하다는 한숨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린다. 경기침체 그늘에서 신음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오늘을 들여다봤다. 어쩌면 민생을 살펴야 할 이들에게 보내는 호소문이 되지 않을까.
(서울=뉴스1) 송상현 박기현 기자 = 서울 영등포구에서 숯불닭갈비 가게를 운영하는 이모씨(61)는 코로나19 사태가 터지기 이전 월 4000만원대였던 매출이 2000만원대로 줄어들면서 절망감을 느끼고 있다.
2년 넘게 대출로 코로나 사태를 견뎌왔는데 막상 거리두기가 해제돼도 매출이 정상화되지 않고 있어서다. 더군다나 금리 인상으로 쌓인 대출금의 이자만 계속해서 늘어나자 관리비 포함 월 1000만원에 달하는 집세도 내기 힘든 상황까지 왔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야채와 숯불 등 원가는 30% 올랐지만, 단골들을 생각하자니 가격을 올리기 쉽지 않아 이익률은 떨어져만 간다. 이씨는 "앞으로 더 힘들어질 것"이라며 "내년 되면 웬만한 몇집 빼고는 다들 파산할 것 같다"고 우려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만을 기다리며 버텨왔던 자영업자들이 고물가, 고금리에 경기침체까지 겪으며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번화가 8시에도 거리 한산" 하소연…코로나 때보다 매출 더 줄어
28일 점심시간을 넘긴 오후 3시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역 인근 번화가엔 적막감이 감돌았다. 이따금 저녁 장사를 위해 재료·장비를 손질하거나 가게를 정돈하는 발길이 이어질 뿐이었다.
이씨는 "밤 돼도 거리에 사람이 없다"며 "사람들이 친구도 안 만나고 외식 자체도 줄이는 것 같다"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인근 김치찌개 집 사장 배모씨(65)는 "저녁에도 직장인들이 일찍 일찍 들어가고, 주변에 고깃집만 봐도 사람이 없다"며 "8시에도 거리가 한산하다"고 토로했다.
이날 양천구 목동역 인근 로데오거리나 서울 용산구 용리단길, 동작구 이수역 인근 번화가 등의 분위기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다.
상인들은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됐음에도 매출이 코로나 이전으로 회복되지 못했다고 공통으로 호소했다. 이수역 인근에서 족발집을 운영하는 조인호씨(51)는 "코로나 풀리고 매출이 70~80% 정도 올라왔다가 다시 30~40% 빠졌다"고 털어놨다.
외려 거리두기가 있었던 작년보다도 매출이 줄었다는 상인들도 적지 않았다. 목동역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최모씨(54)는 "작년에도 월 매출이 1500만원을 넘었는데 이번 달은 1000만원에 미치지 못할 것이 확실하다"고 울상을 지었다.
특히 추석이 지나고 10월 들어 급격히 매출이 줄어든다고 말하는 자영업자들이 많았다. 이달 한국은행의 빅스텝(한번에 기준금리 0.5%p 인상)으로 가계대출 평균 금리가 5%를 넘어서며 이자부담이 커진 데다가 고물가 상황이 계속되면서 소비자들이 본격적으로 지갑을 닫기 시작했다는 게 일반적인 인식이었다. 조씨는 "경기가 안 좋으니까 술을 덜 마시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용산구에서 요리주점을 운영하는 이모씨(36)는 "손님들이 비싼 메뉴보단 싼 메뉴를 찾고, 주문하는 요리 가짓수도 줄이고 있다는 게 느껴진다"고 했다.
◇경기침체 징후들 나타나…"원가 올라도 가격 못 올려요"
경기침체의 분위기는 지표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10월 소상공인 BSI(기업경기실사지수) 전망은 91.3(100이하면 악화)을 기록했다. BSI가 경기가 100 미만이면 경기가 악화했다고 보는 점포가 더 많다는 뜻이다.
한은의 10월 소비자심리지수(CCSI) 또한 88.8로, 전월 대비 2.6포인트(p) 하락했다.
한은은 "향후 고물가 지속, 고용 둔화 등으로 인한 실질구매력증가세 약화와 자산 가격 하락이 민간 소비의 전반적인 둔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자영업자들이 더 고통스러운 이유는 매출이 유지되더라도 물가와 인건비 상승으로 인해 이익률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김장재료인 배추와 무, 고추의 9월 가격은 1년 전보다 각각 95%, 91%, 47% 올랐다. 음식점의 주재료인 밀가루와 식용유 가격 역시 45.4%, 55.2% 상승했다.
하지만 이런 원가 인상 압박에도 단골의 발길이 끊길까봐 판매 가격을 아예 올리지 못하거나 인상률을 최소화하는 영업자들이 많았다.
최씨는 "재룟값 때문에 원가가 30% 이상 올랐지만 가격 인상은 평균 10%밖에 하지 못했다"며 "마진이 반 이상 떨어졌다"고 하소연했다.
영등포구에서 냉면집을 운영하는 최기희씨(47·여)는 "예전엔 이익률이 20%였는데 지금은 10%만 남는다"며 "웬만하면 식구끼리 해야지 직원을 쓸 수가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 기간 자영업자 대출 300조원 늘어…"이자도 못 내 페업 고려" 눈물
자영업자들을 더 울리는 것은 코로나19 기간 눈덩이처럼 불어난 대출이자다. 올해 6월 말 현재 자영업자 대출 잔액은 994조2000억원으로 코로나 사태 전인 2019년 말(684조9000억원)보다 309조3000억원 늘었다.
하지만 현재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금리(가중평균·신규취급액 기준)는 연 5.15%로 2012년 7월(5.20%) 이후 10년 2개월 만에 5%대 금리에 접어들었다. 기업 대출 금리도 연 4.66%로 2013년 12월(4.67%) 이후 8년9개월 만에 최고 수준으로 올라섰다.
용산구에서 주점 점주 이씨는 "이자 비용만 월 100만원이 넘는데 앞으로 월 수익이 100만원이 넘을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폐업을 해야 할지 심각하게 고민 중"이라고 하소연했다.
행정안전부 지방행정인허가데이터개방시스템에 따르면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이후 지난 5~9월 5개월간 총 2만1761개의 일반 음식점이 폐업을 신고했다. 하루 평균 147개의 가게가 사라졌다.
songs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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