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윤리규범 제1장 ‘농민’에 대한 책임과 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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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두차례 불량고추 종자 취재 중에 만난 농민들은 새 품종을 시도한 것에 후회와 탄식을 토해냈다.
같은 회사 제품을 구입한 농민들은 새 품종에 대한 기대감에 평소 사던 종자보다 50% 비싼 값을 지불했다고 한다.
더욱이 한 농민은 같은 밭에 문제 품종과 다른 회사 품종을 6대 4 비율로 심고 똑같이 관리해 명확한 비교군이 있음에도 업체는 이를 애써 외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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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체 대응이 이러면 누가 위험을 감수하고 새 품종을 시도하겠습니까?”
최근 두차례 불량고추 종자 취재 중에 만난 농민들은 새 품종을 시도한 것에 후회와 탄식을 토해냈다. 같은 회사 제품을 구입한 농민들은 새 품종에 대한 기대감에 평소 사던 종자보다 50% 비싼 값을 지불했다고 한다. 포장지의 빨간 고추 사진과 화려한 선전 문구가 농심을 유혹하고 국내에서 손꼽는 종자기업이란 신뢰가 구매로 이끌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같은 기대는 피망처럼 통통하거나 가늘고 길쭉길쭉한 기형고추에 무너지고 종자업체의 무성의한 대응에 원망으로 변했다(본지 9월16일자, 10월21일자 보도).
첫 취재한 세 농민은 업체가 기형고추의 원인을 이상기후와 농가 관리 탓으로 돌리기에 급급했다고 주장한다. 피해를 본 농지가 충북 단양군 내에서 10여㎞씩 서로 떨어져 있고 세 농민 모두 40∼50년 고추농사에 매진한 베테랑들인데도 말이다. 더욱이 한 농민은 같은 밭에 문제 품종과 다른 회사 품종을 6대 4 비율로 심고 똑같이 관리해 명확한 비교군이 있음에도 업체는 이를 애써 외면했다.
농민들은 “세 농가의 피해를 합치면 보상 규모가 커지니 문제 자체를 인정하지 않고 시간만 지나기를 바라는 것 같다”며 업체 대응에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다.
종자 결함이 인정된다 해도, 피해 보상 금액 산출에 합리적인 규정이 있는지 또 다른 의문이다. 두번째 취재한 농민은 현장에 나온 업체 직원으로부터 1포기당 1000원의 보상을 받을 수 있고 그나마 소송을 걸어야 한다는 말을 듣고 기가 막혔다고 한다. 기자가 업체 본사에 해당 사항을 문의하자 업체는 종자 문제로 확인되면 매뉴얼에 따라 통계청 생산비를 기준으로 1포기당 1300원을 보상해줄 수 있다고 답변했다. 협의 과정에서 금액이 조정될 수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1300원이면 고추 모종값도 안되는 금액이다. 농사에 들어간 비료·농약·인건비 등의 비용과 노력은 어디에도 없는 것이다. 매뉴얼과 통계청 생산비 기준 자료를 업체에 요청했지만 거절당해 사실 여부를 확인할 방법도 없었다.
해당 업체 홈페이지의 윤리규범 제1장은 ‘고객에 대한 책임과 의무’로 돼 있고 세부 항목 첫번째가 ‘고객의 존중’이다. 내용은 이렇다. “고객의 의견에 항상 귀를 기울이고, 고객의 진정한 요구는 항상 옳다고 생각하며, 고객을 모든 판단 및 행동의 최우선 기준으로 삼는다” 문장의 ‘고객’에 ‘농민’을 대입하면 이번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풀릴 듯하다. 업체가 이번 기회에 자신들의 윤리규범에 맞는 행동으로 절망에 빠진 농심에 희망을 주기 바란다.
황송민 (전국사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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