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찬나눔 23년째 ‘개근’…“제철재료에 정성 듬뿍”

이상희 2022. 10. 31.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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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271번째 반찬 배달 갑니다."

전남 해남 황산농협(조합장 김경채) 농가주부모임(회장 박공순)이 23년 동안 한번도 빠지지 않고 매달 반찬나눔 봉사를 해 화제다.

김경채 조합장은 "반찬나눔 봉사 때마다 와보면 회원들이 정말 즐겁게 열정적으로 일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며 "23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한번도 거르지 않고 이어온 것도 이런 열정 덕분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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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산농협 농가주부모임, 매달 봉사
거리두기 시행 땐 식품 구입해 전달
어르신 건강 살피고 말벗 역할까지
 

전남 해남 황산농협 농가주부모임 회원들이 지역의 어려운 이웃에게 전달할 반찬을 만들고 있다. 농가주부모임은 23년째 매달, 한번도 빠지지 않고 반찬나눔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오늘 271번째 반찬 배달 갑니다.”

전남 해남 황산농협(조합장 김경채) 농가주부모임(회장 박공순)이 23년 동안 한번도 빠지지 않고 매달 반찬나눔 봉사를 해 화제다. 농가주부모임 회원 30여명은 24일에도 황산면 우항리 봉사단 작업장에 모여 열무김치를 담그고 장조림을 만들었다. 한달에 한번 지역에 거주하는 홀몸어르신 등 어려운 이웃에 직접 만든 반찬을 전달하는 봉사활동이다.

농가주부모임이 반찬나눔 봉사를 시작한 것은 2001년 4월. 당시 회장을 맡았던 임권심씨는 “어느 회의에 갔다가 우연히 봉사활동 지원금이라는 게 있다는 것을 알고 우리도 한번 해보자 뜻을 모았다”며 “우리 주부들이 잘할 수 있는 일이다 싶어 봉사를 시작한 것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고양이 손이라도 빌린다는 모내기철에도,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는 한겨울에도 봉사활동은 멈추지 않고 계속됐다.

물론 위기도 있었다. 코로나19로 거리두기가 시행되면서 회원들이 모이는 일 자체가 불가능했을 때다. “20년을 한번도 빠지지 않고 해왔는데 이제 와서 멈출 수는 없었다”는 박공순 회장은 “결국 반찬을 직접 만드는 대신 국수며 삼계탕·삼겹살 등을 사서 나눔을 이어갔다”고 말했다.

김경채 조합장은 “반찬나눔 봉사 때마다 와보면 회원들이 정말 즐겁게 열정적으로 일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며 “23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한번도 거르지 않고 이어온 것도 이런 열정 덕분일 것”이라고 말했다.

반찬을 만드는 날이면 회원들은 마늘이며 고추·열무·배추 등 반찬거리를 양손 가득 들고 온다. 봉사활동 비용을 만들기 위해 따로 회비를 내고 있지만 각자 재배한 농산물까지 나눔을 위해 기부하는 것이다.

이렇게 정성 가득 담아 제철 재료로 만든 반찬은 마을별로 회원들이 추천한 홀몸어르신 등 어려운 이웃 44명에게 배달된다. 어버이날이나 김장철 등 특별한 때에는 그에 맞춰서 특식을 준비하고 나눔 규모도 확대한다.

박 회장은 “회원들이 집집마다 반찬을 배달하면서 어르신들 건강도 살피고 말벗도 해드리는데 어르신들이 손을 꼭 붙잡고 눈물을 글썽일 때는 우리도 울컥한다”며 “우리가 나이 들면 후배들이 이어받아 300번째, 500번째 반찬 배달로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해남=이상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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