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순간] 몸은 다르지만 ‘몸의 해방’ 꿈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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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6시, 서울 시내 한 연습실이 음악 선율과 말소리로 가득하다.
'대한민국장애인국제무용제'에 참가하는 '블랙토'(검은 발레슈즈) 단원들이 공연을 앞두고 막바지 연습에 한창이다.
비보이 김완혁과 현대무용가 이루마가 한 동작씩 맞추며 세밀한 부분까지 조율한다.
서로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다가도 음악이 시작되면 두 사람은 마치 한 사람이 된 듯 춤을 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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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 다양한 작품 만날 수 있어
저녁 6시, 서울 시내 한 연습실이 음악 선율과 말소리로 가득하다. 이르게 온 추위에도 연습실은 단원들의 구슬땀과 열기로 후끈했다.
‘대한민국장애인국제무용제’에 참가하는 ‘블랙토’(검은 발레슈즈) 단원들이 공연을 앞두고 막바지 연습에 한창이다. 안무가 이루다가 연출하고 비보이 김완혁(지체장애), 배우 김범진(지체장애), 발레리나 백지윤(지적장애)이 현대무용가 이루마, 노정우, 발레리노 이우선과 함께 장애를 극복하고 춤을 추는 세 사람의 이야기를 무대에 담는다. 각자의 장르가 다르지만, 이들은 춤을 통해 조화를 이룬다.
“오빠가 제 갈비뼈 쪽으로 움직이는 게 좋을 거 같아요. 괜찮아요?”
“응. 가능해.”
비보이 김완혁과 현대무용가 이루마가 한 동작씩 맞추며 세밀한 부분까지 조율한다. 비보잉과 현대무용의 두 장르는 마치 선 위의 끝과 끝에 있어 보이지만 완혁의 의족을 가운데 두고 마주 선 두 사람의 춤은 마치 거울 같다. 서로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다가도 음악이 시작되면 두 사람은 마치 한 사람이 된 듯 춤을 춘다. 이들의 춤에는 10년 전 사고로 다리를 잃고 다시 춤을 추게 된 완혁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10년 넘게 발레를 한 백지윤은 이번 공연을 통해 처음으로 ‘파드되’(pas de deux)를 춘다. ‘파드되’는 발레에서 주로 여성과 남성 무용수가 함께 추는 쌍무로 클래식 발레의 하이라이트로 손꼽힌다. 주로 혼자 공연을 했던 지윤은 이번 공연을 통해 소원 하나를 이뤘다. 서른살 발레리나에겐 아직 해야 할 도전이 많이 남아 있다.
배우 김범진에게 춤은 그 끝을 알 수 없는 우주와 같다. 그에게 춤은 중력을 거스르고, 더 높이, 그리고 멀리 해방해주는 존재다. 현대무용가 노정우와 함께 추는 그의 얼굴엔 행복이 가득하다. 지난 두달 동안 공연을 완성하며 함께 춤을 춘 이들은 공연 마지막에 이런 메시지를 전한다. “우리가 춤을 출 때 장애라는 단어는 모호해집니다. 우리는 다르지만 같습니다.”
‘대한민국장애인국제무용제’는 장애 무용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고 그들의 몸짓에 대한 다양한 시선과 관점 등을 공유하기 위해 2016년 우리나라에서 열린 최초의 장애인 국제 무용제다. 올해로 일곱번째 맞이하는 이번 무용제는 10월29일부터 11월9일까지 경기 고양 아람누리 새라새극장 등에서 열린다. 국내 작품뿐만이 아니라 캐나다, 스페인, 이스라엘 등 외국 작품도 만날 수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2022년 10월 31일자 <한겨레> 사진기획 ‘이 순간’ 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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