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서 있던 민주당 "남탓 안돼"…'이태원 참사'에 극도 신중모드
세월호 이후 최대 참사에 정쟁 자제하며 내부단속 신경
오늘 '이태원 참사 대책기구' 공식 출범…"초당적 협력할 것"
김진태 진상조사단 방문 일정도 보류…쓴소리꾼들도 '잠잠'
문재인 정부와 이재명 당 대표에 대한 전방위적 사정 드라이브에 반발하며 대여(對與) 총공세를 예고했던 더불어민주당이 이태원 압사 참사 발생에 사고 수습과 애도에 집중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정부·여당을 상대로 원인·책임소재 규명을 촉구하는 과정이 정쟁으로 비칠 가능성을 경계하면서, SNS 자제령을 내리는 등 내부 단속에도 나섰다.
'경찰 비판' 자제하면서 대응기구 공식 출범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사고 다음 날인 30일 긴급 최고위원 회의를 열고 "다른 어떤 것을 다 제쳐두고도 정부의 사고 수습과 치유를 위한 노력에 초당적으로 적극 협력하겠다"며 당내 대응기구 마련을 주문했다. 곧바로 박찬대 최고위원 등을 필두로 하는 '이태원 참사 대책기구'가 꾸려졌고, 이들은 이날 오후 곧바로 사고 현장을 찾아 실태를 점검했다. 이 기구는 31일 최고위원 회의를 거쳐 공식 출범할 예정이다.
이 대표는 현장 혼선 등을 우려해 이날은 현장을 방문하지 않았다. 이 대표 측 관계자는 "대표의 현장 방문이 오히려 사고 수습에 방해를 줄 수 있다. 의전이나 쇼(show)가 아닌 실질적인 수습이 될 수 있도록 이 대표는 당내 대책기구 차원의 현장 방문을 통해 상황을 보고 받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당 내부 단속에도 신경 쓰는 모양새다. 남영희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30일 참사와 관련해 자신의 SNS에 "백번 양보해도 이 모든 원인은 용산 국방부 대통령실로 집중된 경호 인력 탓"이라고 주장하면서 여야 설전이 붙었다. 이에 민주당 김의겸 대변인은 최고위원 회의 직후 "일단 (남 부원장의) 개인 의견"이라며 "(비공개 회의에서) 그런 내용의 페이스북 글은 적절하지 못했다고 의견을 모았다"고 곧바로 논란에 선을 그었다. 남 부원장도 문제의 글을 곧바로 내렸다. 참사를 정쟁에 이용한다는 비판이 일파만파 번질까 민주당은 잔뜩 경계하는 분위기다.
민주당은 또 이번 참사 책임을 당장에 경찰, 구청 공무원 등 기관에 따져 묻기보다는 일단 사고 수습에 총력을 기울일 수 있도록 격려하겠다는 입장이다. 참사 현장을 찾은 박찬대 최고위원도 "지금은 우리가 말을 아끼고 문제를 해결하고 수습하고, 그리고 애쓰셨던 우리 경찰들, 그리고 소방대원들에 대해서도 사실은 위로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 모두가 다 같이 힘을 합쳐야 할 때"라고 말했다.
'김진태 조사단' 일정도 보류…쓴소리꾼도 '잠잠'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최다 규모의 참사에 민주당은 최대한 저자세를 유지하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내 김진태발(發) 경제위기 진상조사단도 31일 진행할 예정이었던 강원도청 등 방문 일정을 보류했다. 당 '윤석열정권 정치탄압대책위원회'도 대통령실 앞 1인 시위를 잠정 중단하기로 했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 24일 검찰의 사상 첫 여의도 중앙당사 압수수색으로 향후 정기국회, 예산안 정국 등에서 여야 끝장 공방을 예고하는 등 날이 설대로 선 상황이었다.
민주당은 일단 의원과 당직자들에게 축제성·정치 행사 등에 참여하지 말고 애도에 집중하도록 지침을 내렸다. 당의 메시지 역시 '정권의 무능'과 '젊은이들의 안전 불감증' 등 남 탓하는 발언은 지양하고, 소방, 경찰, 의료진을 격려하는 등의 위기 극복을 위한 메시지에 집중하기로 했다.
박홍근 원내대표도 의원들에게 보낸 공지 문자를 통해 "당분간 불필요한 공개 활동이나 사적 모임은 자제하고, 특히 음주나 취미 활동 등은 중단해 달라"며 "의원을 비롯한 소속 지방의원과 보좌진 등의 발언이나 SNS 글 게시 등에 매우 신중을 기하도록 관리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에 민주당 내 쓴소리꾼들도 애도의 메시지를 내며 희쟁자를 추모하는 데 주력하는 모습이었다. 이상민 의원은 "관계 당국의 빠른 수습과, 향후 이런 비극이 재발하지 않도록 철저한 원인규명과 대책이 만들어지기를 바란다"고 밝혔고, 이원욱 의원도 "언론, 저를 포함한 정치권 모두가 인간의 존엄이 먼저인 마음으로 청춘들의 죽음 앞에 잠시만 침잠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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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김기용 기자 kdragon@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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