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라버리고 싶다"던 키움과 KS서 만났다, 마침내 성사된 '정용진 시리즈'[SC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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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없던 야구'를 모토로 출범한 SSG 랜더스, 그 중심엔 구단주인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있었다.
파격적 행보와 과감한 투자로 판을 키워온 SSG, 오로지 실력을 최대 무기 삼는 키움의 맞대결, 그리고 그 속에 숨은 스토리는 가을야구 클라이맥스인 한국시리즈 이야깃거리를 더 풍성케 하기에 충분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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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세상에 없던 야구'를 모토로 출범한 SSG 랜더스, 그 중심엔 구단주인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있었다.
지난해 SK 와이번스를 인수해 야구판에 뛰어든 정 부회장의 행보는 연일 파격적이었다. 메이저리거 추신수를 영입한 것은 신호탄에 불과했다. 구단주 신분으로 야구단 구석구석을 살피는 것도 모자라 현장에 스스럼 없이 나타나 구단, 선수, 팬과 소통했다. 특히 라이벌 구단들에겐 직설적인 돌직구 화법까지 동원하는 '디스전'도 마다하지 않았다. 기존 KBO리그에선 일찍이 볼 수 없었던 구단주의 행보. 이를 기반으로 SSG는 창단 후 빠르게 SK 시절 색채를 지웠고, KBO리그의 이슈메이커로 거듭났다.
SSG 창단 후 최대 라이벌로 지목된 팀은 롯데 자이언츠다. 정 부회장도 날 세우기를 마다하지 않았다. 롯데 구단주인 신동빈 회장에게 "야구에 관심이 없다"고 일침을 날렸다. 이후 공교롭게도 신 회장은 6년 만에 잠실구장을 찾았고, 올해는 사직구장에 직접 찾아가 선수단을 격려하기도 했다. 정 부회장의 자극이 적잖은 영향을 끼쳤다는 평이 이어졌다.
그런데 정 부회장은 또 다른 라이벌로 키움 히어로즈를 지목했다. 모기업 없는 자생구단인 키움은 SSG와 공통분모가 없기에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릴 만했다.
이유가 있었다. 정 부회장은 지난해 4월 말 음성 기반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통해 팬과 소통하면서 "과거 키움이 넥센 시절 야구단을 인수하고 싶어 전전긍긍하고 있는데, 나를 X무시하며 자존심이 땅에 떨어질 정도로 내몰았다"고 털어놓았다. 당시 SSG가 고척에서 키움에 위닝시리즈를 거둔 것을 두고 "이번에 우리가 키움을 밟았을 때 기분이 좋았다. '이 XXX들 잘 됐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키움은 발라버리고 싶다"고 전의를 불태우기도 했다. 이런 정 부회장의 발언이 전해진 뒤 야구팬 사이에선 '신선하다'는 반응도 있었지만, 정 부회장이 비속어까지 동원할 정도로 키움에 상당한 앙금을 갖고 있다는 해석도 이어진 바 있다.
공교롭게도 SSG는 창단 후 두 시즌 연속 키움을 상대로 우세 시즌을 보냈다. 첫해인 지난 시즌엔 8승1무7패로 근소한 우위였지만, 키움에 0.5경기차로 밀려 가을야구 진출에 실패한 바 있다. 하지만 올해는 키움과의 상대전적에서 11승5패로 절대우위를 보였다.
SSG는 시즌 첫 경기부터 최종전까지 줄곧 1위를 달리는 KBO리그 40년 역사상 첫 '와이어 투 와이어 1위' 기록을 세웠다. 압도적 1위로 한국시리즈에 직행, 왕좌 등극을 꿈꾸고 있다. 키움은 일찌감치 선두권과 멀어지면서 3위로 가을야구에 진출했다. 2위 LG 트윈스에 1패 뒤 3연승을 거두며 업셋을 일구면서 SSG와의 맞대결이 성사됐다. 정 부회장과 SSG 입장에선 키움에 또 한 번 우위를 점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 셈이다.
SSG에 이번 한국시리즈는 지난 2년간의 노력을 시험받는 무대다. 정규시즌 1위에 그치지 않고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일궈야 비로소 화룡점정할 수 있다. 파격적 행보와 과감한 투자로 판을 키워온 SSG, 오로지 실력을 최대 무기 삼는 키움의 맞대결, 그리고 그 속에 숨은 스토리는 가을야구 클라이맥스인 한국시리즈 이야깃거리를 더 풍성케 하기에 충분해 보인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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