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지 말고 찍지 마라. 우리가 원숭이에요” 울분 토한 이태원 사태 실종자 가족들

김현주 2022. 10. 31.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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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자 명단 확인, 일부 유족들 실신…실종 신고센터 '눈물바다'
30일 오후 한남동 주민센터에 마련된 실종자 접수처 대기실 앞에서 가족들이 사망자 명단을 확인하고 오열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 29일 이태원 핼러윈 압사 사고로 151명이 사망한 것으로 확인된 가운데 실종자 접수가 진행 중인 서울 용산구 한남동 주민센터에는 유족들의 오열과 통곡이 이어지고 있다.

뉴시스에 따르면 서울시가 전화와 별도로 실종자 신원 확인을 위해 설치한 서울 용산구 한남동 주민센터에는 30일 오전 5시30분부터 자녀와 친구 등을 찾는 시민들의 발길이 계속됐다.

실종자 가족들은 3층에서 소방당국과 주민센터 직원들에게 실종자의 이름과 연락처, 인상착의 등을 밝힌 뒤 지하1층 대기실에서 경찰과 병원의 확인 연락을 기다렸다.

오후들어 경찰이 사망자 151명 중 140명의 신원을 확인해 유족들에게 통보 절차를 진행하면서 주민센터에는 실종자의 사망을 확인하고 오열하는 가족과 지인들의 울음소리가 가득찼다.

가족들은 주민센터 접수처에서 사망자 명단에 가족이 있는지 확인하고, 명단이 확인되지 않을 경우 동의를 얻어 신원 미상 사망자들의 사진을 직접 확인했다. 실종자의 사망을 확인한 경우 유족들은 현장에 마련된 경찰차 혹은 구급차를 타고 시신이 안치된 병원으로 이동했다.

아들의 사망을 확인한 한 60대 여성은 감정이 북받친 듯 "난 몰라, 난 몰라"를 외치다가 바닥에 얼굴을 묻은 채 오열하다 실신했다. 부부로 보이는 함께 온 남성도 망연자실한 듯 바닥에 쪼그려 앉은 채 "어떡하나"를 연발했다. 현장에 대기하던 119 구급대원들이 급히 응급처치를 했고, 여성은 들것에 실린 채 아들이 있는 병원으로 이동했다.

또다른 30대 여성은 입을 막고 눈물을 흘리며 급히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갔다. 손에 든 포스트잇에는 병원명과 현장 직원의 연락처가 적혀있었다.

3층 접수처 앞 좁은 통로에 외신 등 취재진이 몰리며 신고하러 온 실종자 가족들의 출입에 어려움이 빚어지기도 했다. 한 여성은 "묻지 말라. 찍지 말라"며 "우리가 원숭이에요"라고 울분을 토했다.

소방당국과 주민센터에 따르면 오후 2시 기준 한남동 주민센터와 다산콜센터, 인천 상황실 등에 전화와 방문을 합쳐 총 3580건의 실종자 신고가 들어왔다. 오후 1시부터 2시까지 한 시간 동안 접수된 것만 663건으로, 시간이 흐르면서 실종 신고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아직 모든 사망자들의 신원 확인이 이뤄지지 않아 일부 실종자 가족들은 기다림을 이어가고 있다. 한 실종자 가족은 접수처가 있는 3층에서 엘리베이터를 내리며 "전화를 계속 걸어도 연락을 안 받는다"고 답답함을 드러냈다.

친구의 휴대전화를 습득한 경찰로부터 연락을 받고 왔다는 스리랑카 국적 남성 리하스(33)씨는 "친구와 어제 밤 9시에 이태원에서 만나고 어제 계속 전화를 했는데 안 받았더라"며 "아침에 경찰이 전화를 와서 와봤다"고 했다. 친구는 한국에 온지 2년 반 정도 됐다고 한다.

접수를 마치고 지하 대기실로 향하던 한 중년 여성은 남편에게 기대 연신 눈물을 흘렸다. 여성은 자신을 부축하는 주민센터 직원에게 "신발을 바꿔신는다고 가방에 가져갔다"며 "핸드폰 위치추적을 했는데 용인에 가있다고 한다. 누가 줏어갔는지"라며 오열했다.

지하1층 대기실에는 접수를 마친 20여명의 실종자 가족이 듬성듬성 앉은 채 연락을 기다리고 있었다.

자녀로 보이는 함께 온 젊은 남성과 여성이 가족의 손을 붙잡거나 등을 다독이며 위로하는 모습도 보였다. 막막한 듯 굳은 표정으로 천장만 바라보는 중년 남성도 보였다.

한편 가족의 안전을 확인하고 안도의 한숨을 내쉰 경우도 보였다.

60대 여성 이모씨는 직업군인인 아들이 전날 결혼식에 가려고 휴가를 나온 뒤 부대에서 연락이 안 된다는 전화를 받았다며 오열하다가 아들의 전화를 받았다.

이씨는 전화 너머로 퉁명스러운 목소리의 아들을 "왜 전화를 안 받니, 뉴스도 안 보니"라고 다그친 뒤 긴장을 놓은 듯 문고리를 잡고 바닥에 엎드려 연신 "다행이다"를 연발했다. 아들은 인천에 있었다고 한다.

세계일보는 이번 참사로 안타깝게 숨진 분들의 명복을 빌며, 유족들의 슬픔에 깊은 위로를 드립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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