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마당] 드디어 ‘철도의 한(恨)’ 풀었다
지난 18일 속초 엑스포광장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서울∼춘천∼속초 동서고속철도’ 착공식이 있었다.
철도의 불씨를 살리는 시작단계부터 착공식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난관과 역경을 극복하면서 추진 주역으로 참여하고 과정을 지켜본 나로서는 감회가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 행사 내내 성경 말씀대로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그 끝은 창대하리라”라는 진리를 실감하면서 역경의 고비마다 어려움을 극복했던 추억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나는 시장 재임시 “속초시장이 하나의 불씨가 되어 철도착공의 불을 지펴 나가겠다”는 결연한 마음을 먹고 국회를 비롯해 청와대, 기획재정부, 국토교통부 등 철도관련기관과 국책연구기관을 내집처럼 드나들기 시작했다. 동서고속철도 건설의 시동은 2007년 7월 속초시가 정부를 상대로 한 ‘인천∼속초 한국형 초고속철도 개설촉구 건의’에서 시작됐다. 2007년 11월 속초시 120개 사회단체가 총망라된 ‘범속초시민 유치위원회’를 구성하고 서명운동 등 다각적인 유치활동을 전개했다.
동서고속철도와 같은 국가주요정책사업을 결정하는 데는 무엇보다 대통령의 의지와 결단이 제일 중요했다.
2010년 12월 춘천에서 열린 경춘천 복선전철 개통식에 대통령이 참석하도록 되어 있었다. 청와대비서관실을 통해 동서고속철도에 대한 강원도민의 열망을 전달하여 대통령의 의지를 행사시 공식 천명하도록 하는 계획을 추진했다. 당시 이명박 대통령으로부터 “동서고속철도가 차질없이 추진되도록 하겠다. 강원도민들은 믿어도 좋다”는 천명을 이끌어냈다. 2012년 12월에는 제18대 대선이 있었다. 대선 주요 공약으로 반영하기 위해 당시 최돈일 속초시번영회장과 협의해 속초관내는 물론 철도노선이 통과하는 시·군 도로변에 현수막을 대대적으로 내거는 운동을 전개했다. 당시 속초시내만 해도 현수막 1000여장이 주요 도로변에 빽빽하게 걸릴 정도였다.
박근혜 대통령후보가 선거기간 속초관광수산시장 앞에서 유세할 때 빽빽하게 걸린 현수막을 보고 “춘천∼속초간 철도 조기착공을 반드시 실천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이에 동서고속철도 사업은 강원도 8대 공약 중 제1공약으로 채택됐다. 그리고 2013년 7월 박근혜 대통령 취임 후 강원도 첫방문시 “동서고속철도 사업은 공약대로 차질없이 추진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반드시 공약을 이행할 것임을 천명했다.
이는 나중에 대통령께서 동서고속철도에 대한 정부의 사업계획을 확정발표하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 실천의지 발표 후 예비타당성조사시 경제성을 높이기 위한 작업과 함께 2014년 정부예산으로 철도사업 조사명목의 50억원이 반영됐다. 또 2015년 7월 당시 윤광훈 속초시번영회장이 ‘동서고속철도 비상대책위원장’이 되어 비대위 중심으로 철도조기착공을 촉구하는 대규모 집회를 추진했다.
후임 이병선 속초시장도 전폭적인 행정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속초시민을 비롯한 강원도민 모두가 머리띠를 두르고 세종 정부청사앞에서 대규모 원정집회를 6차례에 걸쳐 펼쳤다. 여성들도 삭발투쟁에 앞장섰고 80세 넘은 어르신들도 폭염과 혹한에도 불구하고 ‘죽기 아니면 살기’의 독한 마음으로 집회에 참여했다. 강원도민의 철도에 대한 간절한 염원이 정부에 전달되어 정책방향도 서서히 변화되기 시작했다.
2016년 7월 박근혜 대통령은 무역투자진흥회의에서 동서고속철도의 필요성을 다시 강조했고, 7월 11일 정부는 예비타당성 조사 결과 타당성이 있어 사업추진계획을 확정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그것도 민자사업이 아닌 국가재정사업으로 시행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이렇듯 동서고속철도는 속초시민과 강원도민이 함께 눈물과 땀방울을 흘리며 쟁취한 투쟁의 산물이다. 이번 뜻깊은 착공식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은 “성공적인 개통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동서고속철도가 완공되면 기존 경춘선, 인천국제공항철도와 연결되어 시속 250㎞급 고속열차가 달리게 된다.
서울(용산역)에서 속초까지 1시간 15분, 인천국제공항에서 속초까지 1시간 50분 등 단시간에 설악권에 접근하게 된다. 설악권의 관광과 물류, 지역산업발전에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설악권이 코로나 이후 새로운 관광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는 일과 휴식 병행의 ‘워케이션(work-vacation)’과 고품격 휴양 중심지로 급부상할 것이다.
이토록 어렵게 성취한 동서고속철도 사업이 2027년 당초 목표대로 정상개통 되고 경제유발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앞으로 해결해야 할 현안과제도 적지 않다.
매년 5000여억원의 사업예산을 원활히 확보하는데 최우선의 총력을 기울여야 하며 속초통합역사 설치에 따른 도심단절을 최소화 하기 위한 지혜로운 대책 마련, 역세권 개발과 도심권 관광지와의 연결 교통망 확보 등에 속초시민의 단합된 노력과 역량을 계속 결집해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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