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정부 '10기 원전 수출' 빨간불?…폴란드 원전 2단계 수주 총력

나혜윤 기자 2022. 10. 3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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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미국 '안보 동맹' 분위기↑…수주전 대응 안이했다는 비판도
정부, 폴란드와의 또 다른 원전 협력 가능성 '존재' 시사
윤석열 국민의힘 당시 대선 후보가 12월29일 오후 경북 울진군 신한울원자력 발전소 3,4호기 부지에서 원전 관련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21.12.29/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세종=뉴스1) 나혜윤 기자 = 윤석열 정부가 새 정부 에너지 정책 방향에서 2030년까지 원전 10기를 수출하겠다는 목표를 세운 가운데, 폴란드 원전 1단계 수주전에서 고배를 마시며 계획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다만 정부는 폴란드 민간 주도의 원전사업은 한국 측과의 계약 체결을 앞두고 있음을 시사하며 또 다른 협력 가능성이 존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31일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마테우시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는 28일(현지시간)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 및 제니퍼 그랜홈 에너지부 장관과 회담 뒤 우리의 원전 프로젝트에 안전한 웨스팅하우스 기술을 이용하기로 확정했다"고 밝혔다.

제니퍼 그랜홈 미 에너지부장관도 "마테우시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는 폴란드가 400억달러 규모의 원자력 프로젝트의 첫 단계로 미국 정부와 웨스팅하우스를 선택했다"고 밝혔다.

폴란드 원전건설 1단계 사업은 6∼9기가와트(GW) 규모의 가압경수로 6기를 건설하는 사업이다. 여기에는 우리 한수원과 미국 웨스팅하우스, 프랑스 EDF 등 3곳이 제안서를 제출하고 수주경쟁에 열을 올려왔다.

우리나라는 원전 건설 단가가 지난해 기준 1킬로와트(㎾)당 3571달러로 세계 최저 수준이다. 이처럼 우리나라는 가격경쟁력 면에서도 앞서고, 풍부한 원전 건설 경험으로 인해 수주 기대감이 높았다. 여기에다 최근 폴란드와 K2전차·FA-50전투기 88억달러 등의 방산 수출 수주를 달성하면서 '방산-원전' 패키지 수출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졌지만 이번 사업자 선정에서는 탈락했다.

이번 결정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유럽을 중심으로 안보 불안이 확대되는 가운데 이뤄지면서, 결국 폴란드가 미국을 전략적 파트너로 선택할 수밖에 없었음을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 야체크 사신 폴란드 부총리는 최근 미국을 방문해 그랜홈 장관과 회담한 뒤 원전 건설 사업자로 웨스팅하우스가 낙점될 가능성이 크다는 입장을 시사한 바 있다. 당시 사신 부총리는 "폴란드의 전체적인 안보 구조에 있어 미국이 전략적 파트너라는 사실을 무시할 수 없다"며 "그런 요인을 고려할 수밖에 없으며 우리는 최종적으로 웨스팅하우스를 선정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결국 우리가 수주에 공을 들여온 폴란드 원전을 '안보 논리'로 인해 미국에 내주게 된 것으로, 미국의회가 자국산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지급하는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이어 원전까지 '한국 차별' 논란이 제기될 전망이다.

ⓒ News1 최창호 기자

일각에선 정부가 안이하게 대응했다는 측면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신 부총리의 웨스팅하우스 선정 시사에도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았고, 최근 웨스팅하우스가 한국수력원자력을 상대로 지식재산권 소송을 제기하는 등 모종의 움직임에 나섰음에도 촘촘한 대응에 나서지 못했다는 비판에서다.

웨스팅하우스는 지난 21일 미 워싱턴D.C 연방지방법원에 한국형 원자로(APR-1400)에 자사의 기술이 쓰였다며 수출을 막아달라는 취지의 지식재산권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다만 국내 원전 업계 일각에선 폴란드 원전 1단계 사업에서 한미 원자력 협정에 따라 웨스팅하우스와 한수원의 공조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관측한다. 웨스팅하우스는 1979년 미국 펜실베니아 원전 사고 이후 독자적인 원전 시공 능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진 반면 한국은 풍부한 원전 건설 경험과 가격 경쟁력에서도 앞서도 있다는 평가를 받기 때문이다.

또 웨스팅하우스가 '우선협상자'로 선정됐고, 아직 최종사업자로 선정된 것이 아닌 만큼 아직까지 기회가 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미국의 우선협상자 지위가 한국으로 넘어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아울러 이와 함께 폴란드 민간기업이 발주한 2단계 사업 수주 가능성은 여전히 높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한수원은 폴란드 재계 서열 2위 기업인 제팍(ZEPAK)이 요청한 원전 건설 프로젝트에서는 수주 가능성이 앞서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통상자원부도 보도참고자료를 통해 "폴란드는 정부 사업과 민간 사업으로 원전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이번에 발표된 사업은 정부 사업"이라며 "이와 별개로, 그간 한국과 폴란드는 원전사업과 관련해서 긴밀하게 협의해 왔고 한수원은 폴란드 공기업 및 민간기업 주도의 원전사업을 추진 중에 있다. 폴란드 대표단이 조만간 방한하는 만큼 원전협력과 관련된 발표가 있을 예정"이라고 힘을 실었다.

특히 산업부는 한수원의 1단계 사업 탈락과 관련해 "한수원이 (탈락해) '고배를 마셨다'는 언론 보도는 사실과 다르고 오해의 소지가 있으므로 보도에 신중을 기해 달라"고 덧붙였다.

freshness410@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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