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의 허리 강원 백두대간 대탐사] 25. 삼척 하장면·미로면 일원 백두대간

구정민 2022. 10. 3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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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 정기 끌어안은 천년의 숲, 두 눈 가득 숨겨진 비경
영동-영서 잇는 해발 810m ‘댓재’
두타산 등산로 최단코스 사계절 인기
전망대 동해바다·삼척 전경 한눈에
심마니 산신제 지낸 당 있던 ‘당골’
완만한 경사로 초보자에 안성맞춤
중봉계곡 주변 기암괴석 절경 자랑
미로면 활기능선 ‘준경묘 소나무 숲’
두타산 지맥 기운 모여 명당 중 명당
‘활기 치유의 숲’ 각양각색 15개 노선
 댓재 운해

아! 백두대간

한국의 대표 산맥인 태백산맥 동편에 위치한 삼척시는 해안선과 함께 남쪽으로 뻗어있는 지형지세를 이루고 있다. 대부분 고지대 산간지역으로, 백두대간 산맥이 동쪽으로 급격히 내려오면서 동해안으로 흘러 들어가는 형세이다. 지형지세가 험준한 백두대간이 있는 탓에 수많은 계곡과 명산은 물론, 석회석 지역이 폭 넓게 분포하면서 강원을 대표하는 동굴관광의 고장이기도 하다. 백두대간을 가까이 두고 사는 사람들의 삶 대부분이 그렇듯 팍팍하고 힘겨운 인생을 이겨낸 사람들의 이야기는 수 천년을 이어오며 현재까지 아직 진행형이다.

쉰움산

■ 삼척 하장 번천리 두타산과 댓재

해발 1353m 두타산 남서쪽 자락을 보면 골짜기, 골짜기 숨어있는 혹독한 삶의 숨결이 느껴진다. 긴 겨울과 짧은 여름은 이들의 삶을 더욱 팍팍하게 내몰았으리라. 그렇다고 사계절 내내 혹독함만 주지는 않았다. 거칠어 보이는 그 곳에서 하루하루가 다른 산중에 자신의 삶을 오롯이 맞긴 채 살아가는 이유는 분명히 있다.

하장면 번천리는 백두대간의 깊고 깊은 산중에 그나마 벌판이 조금 있다고 해 ‘벌내’로 불리다가 점차 와전돼 지금의 번천이 되었다. 두타산 자락을 삶의 터전으로 하는 산 아랫 마을 중에서도 첫 마을인 이 곳을 오랫동안 지켜온 주민들 중엔 ‘아시내’라는 예쁜 옛 명칭으로 부르는 사람이 있다. 특히 영동과 영서를 잇는 댓재(해발 810m)는 옛날 사람들이 힘겹게 넘나들며 동해안 백두대간 고갯길 대부분이 그렇듯 갖은 이야기가 남아있는 곳이다. 하장면 거무소에서 발원한 번천천은 정겨운 고향의 개천 풍경을 고스란히 담으며 숙암리 광동호로 흘러가 남한강의 거대한 물줄기와 만난다. 전통적으로 고랭지 배추를 주로 생산하고 있지만, 최근 부쩍 따뜻해진 날씨 때문인지 풋고추와 오미자 등으로 농작물도 변천사를 겪고 있다. 마을의 동쪽에서 남으로 힘차게 뻗어 내리는 백두대간은 두타산~통골목이~댓재~황장산~덕항산으로 이어지며 등산 애호가는 물론, 일반인들도 사계절 즐겨 찾는다. 두타산에서 오르는 등산로 가운데 가장 단거리 코스는 하장면 번천리 댓재에서 출발하는 코스여서 번천리를 찾는 탐방객이 연중 끊이지 않는다. 댓재에는 작은 카페와 주차장이 마련돼 불편함이 없도록 했고, 정상의 전망대에서는 동해바다와 삼척시 전체를 내려다볼 수 있어 사람들이 자주 찾는다. 아무리 날씨가 따뜻해 졌다고는 해도 여전히 한 여름에도 열대야 없이 시원하고 모기가 없어 여름철 가족단위 휴양객들에게는 최고의 휴식공간이다.

미로 자연휴양림

■ 하장면 중봉계곡(열두당골)

삼척시 하장면 중봉리에서 안쪽으로 장장 10㎞나 뻗어있는 중봉계곡을 만나볼 수 있다. 백두대간 두타산(1353m)과 청옥산(1403.7m), 고적대(1353.9m)를 비롯해 고적대 줄기인 중봉산(1262m)의 높은 봉우리 사이에 있는 깊은 골짜기들이 모여 남쪽 중봉리 방향으로 이어진 오래된 계곡이다. 당골은 옛날 산삼을 캐러 다니던 심마니들이 산신제를 지내던 당이 있다고 해 붙여진 이름이다. 중봉리는 중앙에 망주봉이 있어 주봉동으로 부르다가 와전돼 지금의 중봉이 되었다고 한다. 중봉계곡은 중봉산에서 유래했다. 12당골은 두타산과 청옥산에서 시작된 흰적골과 중봉산 능선에서 발원한 작은당골, 샛당골, 당골목 등이 모여 중봉계곡의 상류를 이루고 있으며 깊은 골짜기인 탓에 사람의 발길이 좀처럼 닿기 어려워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아직 간직하고 있다. 골짜기는 깊다고 하지만 경사가 비교적 완만해 등산 초보자들에게 안성맞춤이다. 중봉 열두당골 주변의 우거진 산림 사이로 맑고 깨끗한 계곡수가 늘 한결같이 흐르고 있어 그 중심에 서 있으면 자연이 선물하는 청량감에 흠뻑 빠지게 마련이다. 중봉계곡 입구인 중봉 마을은 중봉산과 청옥산, 두타산 등 높은 봉우리에 둘러싸여 있어 사계절 내내 등산객이 끊이지 않기로 유명하다. 계곡 주변의 기암괴석과 암반 비경은 요즘 가을 단풍과 어우러져 최고의 절경을 자랑한다. 열두당골 산행의 시작점이 되는 중봉분교터를 지나 계곡입구에 들어서면 시원한 물소리가 귓가를 감싼다. 계곡입구에서 희미한 산길을 따라 들어가면 이내 산골짜기에 흐르는 시냇물이 막아서고, 그 시냇물을 건너면 또 다른 시냇물이 앞을 가로막는다. 이렇게 작은 시냇물 여남은 곳을 가뿐하게 건너면 청옥산 칠성령에서 내려오는 절골의 물과 중봉산에서 내려오는 새당골의 물이 합쳐지는 거대한 암반과 그 암반을 둘러싸고 웅장하게 높이 솟구친 소나무 군락지를 만날 수 있다. 그 곳에서 백두대간 곳곳을 며칠씩 헤매며 삼을 찾아 나선 심마니의 흔적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미로 준경묘 소나무

■ 미로면 활기리 준경묘 소나무 숲과 치유의 숲

백두대간 시작과 끝을 보겠다는 포부는 산을 조금이라도 다녀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꿈 꾸는 일이다. 하지만 서두를 일은 아니다. 백두대간은 언제든 같은 자리에서 우리를 반겨주고 있으니 말이다. 이렇게 마음 넉넉한 백두대간이 지금까지 숨겨둔 보물이 하나 있다. 백두대간 가운데 삼척구간에 이르러 동쪽으로 미로면 활기능선을 따라가다 보면 백두의 정기를 고스란히 모아 놓은 곳이 있다. 천년의 숲, 삼척시 미로면 활기리의 ‘준경묘 소나무 숲’이 그 곳이다. 백두대간 댓재에서 시작해 남쪽 방향으로 나 있는 가벼운 오르막 숲길을 오르면 해발 1059m 황장산 정상을 만날 수 있다. 황장산에서 높낮이가 크지 않은 백두대간 남쪽 방향 능선을 따라 3㎞ 남짓 걷다 보면 동쪽 미로면 활기리 방향으로 나 있는 백두송길과의 갈림길(1100m)을 만날 수 있다. 백두대간의 동쪽 사면 활기능선의 가파른 숲길은 쉽게 오르라고 안전로프와 난간이 있다. 이 길은 2.6㎞나 뻗어있는 산길로 고저차만 410m에 달해 산중에서 고막이 먹먹해 지는 느낌도 받을 수 있다. 무아지경으로 걷다 보면 삼척 치유의 숲과 준경묘로 갈라지는 삼각지(695m)가 나온다. 오른쪽으로 들어서면 준경묘로 가는 숲길이 이어지고, 왼쪽은 삼척시가 운영하는 치유의 숲이 나온다. 백두송길 삼각지에서 왼쪽 솔바람길은 아슬아슬 절벽 위에 난 숲길로, 백두대간 동쪽 사면의 숨겨진 비경을 직접 두 눈에 담을 수 있으니 한 번쯤 가 보길 권한다. 여기에 솔바람길 중간부에 변함없이 하얀 색으로 맞이하는 5㏊ 규모의 자작나무 숲은 색다른 체험과 볼거리를 제공한다. 지난 2020년 개장한 삼척 활기 치유의 숲에는 각종 산림치유 프로그램이 활발히 진행중이고, 이 곳에서만 즐길 수 있는 각양각색의 숲길은 모두 15개 노선 40㎞로 조성돼 있어 다양한 숲길 체험의 기회를 제공한다. 다시 돌아와 삼각지에서 우측 숲길 소나무 사잇길로 약 2.4㎞쯤 이어진 백두송길 내리막길을 걷다 보면 드디어 백두대간이 꼭꼭 숨겨둔 ‘천년의 숲, 준경묘 소나무 숲’을 만나게 된다. 깊은 산속 아담한 평지형 늪지 주변으로 준경묘를 호위하듯 에워싼 거대하고 비범한 소나무들은 오래된 속살이 보일 새라 뿌리 깊게 늘어서 있고, 그 작은 들판 한 가운데 목마른 등산객 또는 나그네를 위한 깊은 샘물이 솟고 있다. 준경묘는 두타산 지맥이 힘차게 뻗어와 기운을 모은 곳에 자리잡고 있다. 이른바 ‘선인취회형(仙人聚會形)’ 또는 ‘맹호출림형(猛虎出林形)’으로 예로부터 명당 중의 명당으로 손 꼽히는 곳이기에 이성계가 조선을 개국할 수 있었다는 말이 전해지고 있다. 이런 명당터를 지키고 있는 준경묘 주변 소나무 숲은 어떠한 말이나 사진으로는 그 웅장함을 표현할 수 없기에 직접 발품을 팔아가며 찾아갈 수 밖에 없다. 지난 2001년 보은군 속리산의 정이품송과 전통혼례를 치른 우리나라 최고의 미녀 소나무 ‘미인송’을 찾아 감상해 보는 것도 색다른 즐거움이다. 구정민 koo@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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