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야시장, 불꽃축제 때도 구름인파, 이태원 참사 '전조' 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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핼러윈(10월 31일)을 사흘 앞둔 28일 금요일 저녁.
서울 용산구 이태원은 3년 만의 '노 마스크' 야외 축제를 즐기는 사람들로 북적댔다.
핼러윈 축제 보름 전인 15, 16일 개최된 이태원지구촌축제에는 이틀간 40만 명이 다녀갔다.
이태원지구촌축제만 봐도 사고가 발생한 핼러윈 축제보다 많은 사람이 다녀갔지만 별다른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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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전날에도 같은 골목에서 사람 뒤엉켜
"압사 시작되면 패닉, 사고 전에 통제했어야"
핼러윈(10월 31일)을 사흘 앞둔 28일 금요일 저녁. 서울 용산구 이태원은 3년 만의 ‘노 마스크’ 야외 축제를 즐기는 사람들로 북적댔다. 2020년엔 일부 클럽이 자발적 휴업을 하는 등 강력한 거리두기가 시행됐고, 지난해엔 ‘위드 코로나’ 시행 하루 전이라 실외에서도 마스크를 써야 해 사실상 ‘파티’ 느낌은 나지 않았다.
올해는 확실히 달랐다. 음식특화거리에 모인 사람들은 마스크를 벗어 던지고 맘껏 축제를 만끽했다. 특히 해밀톤호텔 옆 비좁은 골목은 이날도 내려가는 인파와 올라가는 인파가 뒤엉켜 옴짝달싹하기 힘들었다. 다행히 큰 사고는 없없다. 비극은 이튿날 찾아왔다. 29일 바로 이곳에서 154명이 사람 더미에 깔려 숨지는 참극이 빚어진 것이다. 사상자 대부분은 10대, 20대 젊은이들이다. 적어도 10만 명이 사고 당시 이태원에 머무른 것으로 추정된다.
구체적 통계가 아니더라도 핼러윈 기간 수많은 인파가 몰려들 것이란 예측은 어렵지 않게 할 수 있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길어지면서 2년간 사회적 거리두기와 강력한 방역 정책에서 해방되고픈 분위기가 올여름부터 꿈틀거렸기 때문이다.
8월 27일 3년 만에 다시 문을 연 반포 달빛야시장을 찾은 시민은 8만2,370명으로 평소의 2배를 훌쩍 넘었다. 이 여파로 서울 강남과 서초 일대는 교통 지옥이 됐다.
지난달 26일부터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가 전면 해제돼 노 마스크 대규모 행사가 가능해진 뒤 시민들의 야외 나들이 욕구는 더 뜨거워졌다. 이달 8일 여의도 한강공원에서 진행된 서울세계불꽃축제에는 100만 명이 들렀다. 그때도 일부 관람객들은 출입이 금지된 잔디밭이나 아파트 단지 경사면에 들어가는 등 아슬아슬한 장면을 자주 연출했다.
이태원 역시 ‘전조’가 있었다. 핼러윈 축제 보름 전인 15, 16일 개최된 이태원지구촌축제에는 이틀간 40만 명이 다녀갔다. 결과적으로 참극을 예고하는 신호가 최근 여러 차례 감지됐지만 정부와 경찰, 지방자치단체는 손을 놓고 있었던 셈이다.
전문가들은 대규모 인파를 예상하고도 인력 분산 등 면밀한 대비 계획을 짜지 않은 서울시와 경찰에 분명한 책임이 있다고 지적한다. 이태원지구촌축제만 봐도 사고가 발생한 핼러윈 축제보다 많은 사람이 다녀갔지만 별다른 불상사는 일어나지 않았다. 당시 이태원로의 양방향 차량 통행을 막고 축제 장소로 활용해 혼잡도를 크게 낮춘 게 주효했다.
김병식 강원대 방재전문대학원 교수는 “거리두기와 같은 규제에 묶여 있다가 풀어지면 활동 범위가 넓어지는 것이 사람의 심리인데도 올해 핼러윈 축제에서는 적절한 대비나 통제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진단했다. 이어 “사람들이 평소엔 주변 사람이 넘어지면 밀면 안 된다는 것을 알지만, 압사 사고가 발생할 경우 공황 상태가 돼 이성적 판단이 마비된다”고 덧붙였다. 당국의 사전 대비와 통제가 필수라는 얘기다.
박지영 기자 jy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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