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브라질 대선 뚜껑 열어봐야 안다…투표소 나온 유권자 민심도 '반반'

최서윤 기자 2022. 10. 31. 0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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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대선 현장을 가다] 룰라 '복귀' vs. 보우소나루 '수성' 이날 결론
30일(현지시간) 오전 상파울루 외곽 상베르나르드두캄푸 한 투표소인 공립초등학교 에스쿠엘라 플로렌시아에서 투표하고 나온 클라우디아 아라고나(47)는 "룰라를 뽑았다"며 룰라를 상징하는 '엘(L)'자를 손가락으로 만들어 보였다. 2022. 10. 30. ⓒ News1 최서윤 기자

(상파울루=뉴스1) 최서윤 기자 = 브라질 대선 결선투표일인 30일(현지시간) 이른 아침 상파울루 외곽 상베르나르드두캄푸의 한 투표소인 공립초등학교 '에스쿠엘라 플로렌시아'는 차분한 모습이었다.

전날 한때 강한 소나기가 떨어진 뒤 맑게 갠 상파울루의 아침은 선선하면서도 햇볕이 강렬했다.

이날 투표는 8시부터였지만, 유력 후보인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실바 전 대통령의 투표소이다 보니 투표 시작 한 시간 전부터 투표소 뒤쪽엔 수백 명의 취재진이 몰려들었고, 지지자들도 일찍부터 나와 대기하고 있었다.

투표는 정확히 8시부터 시작됐다. 한쪽에서의 뜨거운 취재 열기와 달리 차분한 유권자들은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기 위해 질서정연하게 대기한 뒤 안내에 따라 한 명씩 투표소로 들어갔다.

30일(현지시간) 오전 상파울루 외곽 상베르나르드두캄푸 한 투표소인 공립초등학교 에스쿠엘라 플로렌시아에서 유권자들이 투표를 위해 차분하게 오고가는 모습. 2022. 10. 30. ⓒ News1 최서윤 기자

브라질은 전자투개표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어 별도의 종이를 받지 않고, 사전에 선거법원에 등록 절차를 거친 뒤 당일 투표소에서는 간단한 신분 확인 후 투표에 임한다.

상베르나르드두캄푸는 브라질 최대 도시 상파울루 주(州)의 유명한 공장 지대다. 철강, 자동차 등 제조업 공장이 위치해 있다. 룰라 전 대통령이 금속노조 지도자로 성장한 지역도 바로 이곳이다.

노동자들이 많아 룰라 전 대통령에게 유리할 것처럼 보이는 이곳 민심은 그러나 '반반'이었다. 투표를 마치고 돌아가는 시민들의 인터뷰에선 지난 1차 투표 때 두 후보 간 5%포인트(p)대의 팽팽한 격차가 그대로 느껴졌다.

의상에서 이미 보우소나루 지지자임을 표한 마르시우 우루이에니스(54)는 30일(현지시간) 오전 상파울루 외곽 상베르나르드두캄푸 한 투표소인 공립초등학교 에스쿠엘라 플로렌시아에서 "보우소나루를 뽑았다"고 말했다. 2022. 10. 30. ⓒ News1 최서윤 기자

◇"격차 해소할 룰라", "부패 의혹 싫어서 보우소나루"

이날 처음 투표한다는 크리스탈 두아르테(17)는 엄마 줄리아(36)의 손을 잡고 투표소에 왔다. 크리스탈은 "첫 투표라 설렌다"며 수줍어하면서도 누구를 뽑았느냐는 질문엔 "룰라를 뽑았다"고 단호히 말했다.

크리스탈과 줄리아 모녀는 룰라를 뽑은 이유로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면서 현재 브라질에 가장 필요한 정책으론 "불평등 해소"를 꼽았다.

30일(현지시간) 오전 상파울루 외곽 상베르나르드두캄푸 한 투표소인 공립초등학교 에스쿠엘라 플로렌시아에서 만난 크리스탈(17)과 줄리아(36)는 룰라를 뽑았다고 말했다. 2022. 10. 30. ⓒ News1 최서윤 기자

노란색과 초록색의 브라질 국기 색에 브라질이란 단어가 적힌 티셔츠를 입은 유권자들도 적지 않게 보였다. 묻지 않아도 보우소나루 대통령 지지자다.

마르시우 우루이에니스(54)는 역시나 "보우소나루를 뽑았다"고 답한 뒤 "감옥 갔던 후보를 어떻게 뽑느냐"고 반문했다. 또 "룰라 전 정부 장관들도 의혹이 많았다"며 "나는 당연히 보우소나루"라고 강조했다.

강아지를 안고 투표소를 찾은 아마릴레노 페르난데스(64)는 "누구에게 투표했는지는 비밀"이라면서도 "깨끗한 정치를 원해서 그런 후보를 뽑았다"고 말했다. 이는 부패 스캔들에 휩싸였던 룰라 전 대통령을 염두, 보우소나루 대통령 지지를 에둘러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30일(현지시간) 오전 상파울루 외곽 상베르나르드두캄푸 한 투표소인 공립초등학교 에스쿠엘라 플로렌시아에서 만난 아마릴레노(64)는 누굴 뽑았는지 비밀이라고 했다. 2022. 10. 30. ⓒ News1 최서윤 기자

곱슬머리가 인상적인 클라우디아 아라고나(47)는 "룰라를 뽑았다"며 "지금 이 나라는 바꿀 게 너무 많다. 교육도 강화해야 하고, 높아진 범죄율도 낮춰야 하고, 다 바꿔야 한다"며 정권 교체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날 오전 투표소로 향하는 택시에서 기사 비토리오 실바(50)는 기자를 내려주고 보우소나루에게 투표하러 간다고했다.

그는 "룰라가 될 것처럼 뉴스가 나오지만 큰 격차는 아니라도 결국은 보우소나루가 이길 것이라고 믿는다"며 "경제 성장과 일자리 창출 이런 부분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은 보우소나루를 뽑는다. 택시기사들 90%는 보우소나루 지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니나 다를까 돌아오는 택시 기사 에릭 페르난두(38) 역시 단번에 보우소나루를 뽑았다고 했다. 그는 "감옥갔던 사람, 뭔가를 훔쳤던 사람은 뽑기 싫다"고 말했다.

30일(현지시간) 상파울루 거리 한 아파트 창문에 걸린 노동자당(PT) 깃발은 지금 브라질이 한창 선거 분위기임을 말해준다. 2022. 10. 30. ⓒ News1 최서윤 기자
브라질 페르남부쿠 주(州) 도시 비센시아에서 <뉴스1>에 투표 당일 소감을 전한 법대생 조아나 비앙카(21)는 "더 민주적인 나라를 위해, 덜 파시스트적인 대통령을 바라는 마음으로 룰라를 뽑으러 가는 길"이라며 "가족 모두가 룰라를 뽑는다"고 말했다. 긴 머리 학생이 비앙카. 2022. 10. 30. ⓒ News1 최서윤 기자

또 독자를 통해 브라질 페르남부쿠 주(州) 도시 비센시아에서 <뉴스1>에 투표 당일 소감을 전한 법대생 조아나 비앙카(21)는 "더 민주적인 나라를 위해, 덜 파시스트적인 대통령을 바라는 마음으로 룰라를 뽑으러 가는 길"이라며 "가족 모두가 룰라를 뽑는다"고 말했다.

이날 투표는 오후 5시(한국시각 31일 새벽 5시)까지 진행된다. 전자투개표로 결과 집계가 빠른 편이라, 당선자 윤곽은 오후 8시 30분(한국시각 31일 오전 8시 30분) 전후로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시차에 따라 앞서 투표가 시작된 재외국민 투표 결과는 속속 발표되고 있다. 가장 먼저 투표가 시작된 뉴질랜드를 비롯해 한국과 호주, 싱가포르 재외국민 투표는 룰라전 대통령이 승리했으며, 일본에선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이겼다는 소식이 현지 언론을 통해 전해지고 있다.

이번 선거는 '중남미 좌파 대부'로 꼽히는 노동자당(PT) 룰라 전 대통령(2003~2010)과 '남미의 트럼프'로 불리는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2019~현재) 사이에 이념 지형이 극명하게 갈리는 전·현직 대통령 간 승부란 점에서 국제사회의 높은 관심을 받고 있다.

브라질 대선 결선 투표를 하루 앞둔 29일(현지시간) 브라질리아 한 투표소에 전자투표기가 설치되고 있다. 2022. 10. 29. ⓒ 로이터=뉴스1 ⓒ News1 최서윤 기자
브라질 대선 포스터. 우측이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실바 전 대통령, 좌측이 자이르 보우소나루 현 대통령. 2022. 8. 16. ⓒ 로이터=뉴스1 ⓒ News1 최서윤 기자

sab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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