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명 밀리면 철제구조물도 휘어… 선 채로 숨질 수도

김철중 의학전문기자 2022. 10. 31.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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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핼러윈 참사] 문답으로 알아본 압사 사고

압사 현장에서는 선 채로도 불과 몇 분 내에 질식사할 수 있다. 몸무게 70㎏인 성인 5명이 한꺼번에 밀면 하중이 350㎏인데 여기에 속도까지 붙으면 더 강한 하중이 가해진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압사 사고가 왜 일어나나.

“호흡은 펌프질과 같아서 흉곽이 펴졌다가 줄어들었다 하면서 공기가 폐로 들어갔다가 나온다. 이때 가슴과 배를 나누는 횡격막도 배를 불렸다가 줄이는 과정을 통해 위아래로 움직이며 호흡을 도운다. 눕거나 엎드린 상태에서 여러 사람에게 눌리면, 가슴과 배를 움직일 수 없어 호흡을 못 한다.”

-깔리지 않아도 압사할 수 있나.

“수평 방향으로 강하게 힘이 가해져도 질식할 수 있다. 1989년 97명이 사망한 영국 힐즈버러 스타디움 참사에선 성인 수십명이 미는 힘에 철제 구조물이 엿가락처럼 휘기도 했다.”

-인파가 많으면 왜 사고가 커지나.

“통상 가로·세로 1m 공간에 5명 이상 들어차면 걷는 게 어렵고, 7명 이상에선 넘어지는 사고가 생긴다. 뒤에서는 계속 앞으로 나아가려 하기 때문에 사고가 커진다.”

-여성 희생자가 많은 이유는.

“골격 강도가 남성보다 상대적으로 약하고, 근육량이 적어 가슴과 배가 더 많이 눌렸을 것으로 추정된다. 여러 사람에게 휩쓸리는 과정에서는 사람들이 본능적으로 주변 사람을 밀쳐내는데, 여성은 중심 잡는 내구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져 먼저 넘어졌고, 그 결과 아래에 깔렸을 것으로 보인다. 체중도 상대적으로 가벼워 눌렸을 때 버티는 힘도 약하다. 아동도 마찬가지다.”

-이럴 때 개인 행동 요령은.

“머리를 다치지 않으면서 숨 쉴 수 있는 자세를 순간 빨리 취해야 한다. 손으로 머리를 감싸고, 팔다리를 최대한 몸 쪽으로 끌어당기며 옆으로 쓰러지는 게 좋다. 그러면 가슴이 눌리는 걸 막고 어깨와 갈비뼈가 숨 쉬는 공간을 확보하면서 가슴과 배가 앞뒤로 조금 움직일 수 있어 호흡을 유지할 수 있다. 미 공영 방송 NPR은 ‘자기 가슴 위로 팔짱을 껴서 복부 움직임을 통해 숨쉴 공간을 확보하라’고도 했다.”

-사고 후유증은 어떻게 관리하나.

“죄책감을 느끼고, 감정 조절이 안 돼 잠을 못 잘 수 있다. 상담 전화(1577-0199)를 통해 도움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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