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부터 사람들 떠밀려다녔는데… 구청·경찰, 인파대책 미흡했다

최종석 기자 2022. 10. 31.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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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핼러윈 참사] 정부와 서울시, 참사 막을순 없었나

서울 용산구 ‘이태원 핼러윈 참사’ 당시 10만여 명이 모였지만 경찰이 질서 유지 인력을 충분히 배치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관할 지방자치단체인 서울시와 용산구청도 인파를 분산하는 대책을 따로 마련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사고 현장에 있었던 시민들은 “사고 당시 경찰이나 구청 직원 등 질서 유지 인력이 눈에 잘 띄지 않았다”고 했다.

30일 경찰에 따르면, 지난 29일 사고 당시 이태원에는 137명의 경찰 인력이 배치됐다. 지난해 핼러윈 행사 때는 이태원 일대에 경찰 85명을 배치했다. 여기에 코로나 방역 차원에서 기동대 3개 중대도 별도로 투입했다.

사고 현장 방문한 尹대통령 - 윤석열 대통령이 30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이태원 핼러윈 참사’와 관련해 긴급 상황 점검 회의를 주재한 뒤 사고 현장을 방문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날 대국민 담화에서 “일어나서는 안 될 참사가 발생했다”며 국정 최우선순위를 사고 수습과 후속 조치에 두겠다고 했다. /박상훈 기자

그런데 경찰 등에 따르면, 이번 사고 당일 이태원 일대에는 약 10만명의 인파가 모였다. 반면, 작년 핼러윈 기간에는 사흘 동안 각각 4만명, 8만명, 4만명씩 총 16만명이 이태원을 찾은 것으로 집계됐다. 작년보다 올해 이태원을 찾은 사람이 훨씬 많은 것이다. 전문가들은 “코로나 사회적 거리 두기가 없어진 만큼 핼러윈 인파가 더 몰릴 것이라고 충분히 예측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고 했다.

그와 같은 조짐은 사고 전날인 28일에 이미 이태원 지역에서 나타났던 것으로 전해졌다. 28일 오후 8시쯤 이태원을 찾은 직장인 이모(24·영등포구)씨는 당시 본지 기자에게 “주말보다는 사람이 적을 것이라고 생각해 금요일인 28일에 이태원을 찾았는데 생각보다 사람이 많아서 깜짝 놀랐다”고 했다. 염건웅 유원대 경찰소방행정학과 교수는 “사고 전날에도 인파가 많이 몰렸다면 충분히 사고 가능성이 예측되는 상황이었다”며 “결과적으로 ‘안전 불감증’이 작동한 셈”이라고 했다.

28일 이태원을 찾은 시민들은 “인파에 떠밀려 가는 느낌”이라고 입을 모았다. 28일 오후 8시에도 해밀톤 호텔 인근 90m를 움직이는 데 20분 넘게 걸렸다고 한다.

한 경찰 관계자는 “사고 당일인 29일 이태원에 투입한 인력도 교통 통제보다 순찰이나 마약 단속 위주였다”고 했다. 한 시민은 “마약이나 불법 촬영보다 사람 많은 게 더 큰 문제였는데 엉뚱한 데 신경을 쓴 셈”이라고 했다.

이런 가운데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3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이태원에 사람이 몰릴 것으로 예상됐는데 경찰이나 소방 인력이 어느 정도로 배치됐느냐’는 질문에 “경찰과 소방 인력을 미리 배치해서 해결할 수 있었던 문제는 아니었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했다. 이 장관은 “코로나 (방역 조치가) 풀리는 상황이 있었지만, 그전과 비교했을 때 특별히 우려할 정도로 많은 인파가 모였던 것은 아니다”라고도 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인파 예측 실패를 자인한 언급”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29일 오후 9시까지 서울 광화문과 용산 일대에서 벌어진 보수·진보 단체의 도심 집회에는 경찰 기동대 4000여 명이 투입된 것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이에 대해 이 장관은 “많은 시민이 (도심 시위에) 모일 것으로 예상돼 경찰 경비 병력 상당수가 광화문 쪽으로 배치됐다”고 했다.

서울시도 핼러윈과 관련해 특별한 대책을 마련하지 않았다. 서울시 관계자는 30일 “이태원 골목길은 용산구청 관할이라 시 차원에서 별도의 안전 대책 회의를 갖지는 않았다”고 했다. 이는 지난 8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서울세계불꽃축제 때와 비교된다. 당시 여의도에는 100만명 이상이 몰렸지만 서울시는 종합안전본부를 설치해 현장을 관리했다. 다만, 당시 불꽃축제 행사는 한화 등이 주최 당사자였다.

용산구청도 대비가 소홀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30일 용산구청에 따르면, 용산구는 지난 27일 부구청장 주재로 ‘핼러윈 대비 긴급 대책회의’를 열었지만 인파를 분산·유도하는 것과 관련한 대책은 따로 마련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용산구청은 코로나 감염 대응과 마약류 사고, 거리 청소 대책 등을 주로 논의했다.

용산구는 2020년과 2021년에는 용산경찰서, 용산소방서 등과 함께 ‘민관 합동회의’ 형태로 핼러윈 축제를 대비했다. 용산구 관계자는 “당시는 거리 두기 조치가 일부 유지되고 있었고 업체들의 위반 사례를 적발하기 위한 인원이 이태원에 투입됐다는 점에서 거리 두기가 완전 해제된 이번 경우와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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