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참사]밤 10시15분께 첫 비명…2분뒤 출동 구급차는 인파에 막혀

박호걸 기자 2022. 10. 31.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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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열 체크도, 출입 명부도, 마스크도 없이 즐기는 핼러윈을 앞둔 토요일 밤.

이태원 밤거리 곳곳은 괴기한 분장을 한 젊은이와 이를 구경하기 위한 사람들로 북적였다.

그는 "밤 10시10분께 사고 현장을 지날 때 숨이 막힐 정도였다. '무슨 일이 나겠다' 싶어서 호텔로 내려가지 않고 뒷길을 따라 지나갔다. 호텔 왼쪽 골목에서 핼러윈 분장을 한 여성이 넘어지는 걸 봤다. 이에 뒤에서 따라가던 사람들이 우르르 넘어졌다"고 당시 상황을 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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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이태원 시간대별 재구성

- “10여 명 깔렸다” 119 신고 빗발
- 밤 11시 재난의료지원팀 총동원
- 윤 대통령 신속 구조·치료 지시
- 11시50분께 구조인력 대거 투입
- 30일 새벽 1시 수사본부 설치

발열 체크도, 출입 명부도, 마스크도 없이 즐기는 핼러윈을 앞둔 토요일 밤. 이태원 밤거리 곳곳은 괴기한 분장을 한 젊은이와 이를 구경하기 위한 사람들로 북적였다. 분위기가 절정으로 치닫던 밤 10시15분께 해밀톤호텔 왼쪽 골목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폭 4m 남짓한 좁은 골목길에 발 디딜 곳 하나 없이 들어찼던 인파 속에서 누군가 쓰러지자 연쇄적으로 사람들이 넘어지며 그 위를 덮친 것이다. 특히 이곳은 해밀톤호텔 뒷길에서 이태원로 쪽으로 내리막 경사가 져 있던 터라 사람들은 네 겹 다섯 겹 쌓였다.

지난 29일 발생한 서울 용산구 이태원 핼러윈 사고 현장에서 119 구조대원과 경찰 등이 구조작업과 안전 통제를 위해 대기해 있다. 연합뉴스


30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사고 현장에서 만난 목격자 A(10대) 군은 당시 상황을 “무서웠다”고 회상했다. A 군은 “어젯밤(29일) 오후 8시 반께 이태원역 2번 출구에서 해밀톤호텔 뒷길로 올라가 사고 현장을 지나갔다. 엄청나게 사람이 많았는데 앞에는 사람이 안 가도 뒤에서는 우리를 밀었다. 뒷골목(약 150m 구간)을 지나가는데 1시간이 훌쩍 넘게 걸렸다”고 말했다. 그는 “밤 10시10분께 사고 현장을 지날 때 숨이 막힐 정도였다. ‘무슨 일이 나겠다’ 싶어서 호텔로 내려가지 않고 뒷길을 따라 지나갔다. 호텔 왼쪽 골목에서 핼러윈 분장을 한 여성이 넘어지는 걸 봤다. 이에 뒤에서 따라가던 사람들이 우르르 넘어졌다”고 당시 상황을 돌아봤다. 이어 A 군은 “약 40분 정도 뒷길을 돌아 이태원역 쪽으로 다시 오니 사달이 나 있었다. 소방대원과 시민이 쓰러진 사람에 심폐소생술을 하고 있었다”고 덧붙였다.

사고 직후 종합방재센터에 신고가 접수됐다. “사람 10여 명이 깔렸다”는 내용이었다. 2분 뒤인 밤 10시 17분 소방 당국은 현장에서 2㎞가량 떨어진 용산소방서 구조대를 현장에 투입했다. 119에 신고 전화가 빗발쳤지만 구름 인파로 구급차 진입은 늦어졌다. 사고 현장에 도착한 구조대원은 깔린 사람들을 구조하기 시작했다. 상황이 심상치 않자 소방당국은 대응 단계를 점차 높였다. 밤 10시43분 1단계를 발령하고 119구급상황관리센터 재난의료지원팀 출동을 요청했다. 이태원역 인근 한강로에 임시 응급의료소를 설치해 부상자를 받았다. 밤 11시께 서울대병원 등 수도권 권역 응급의료센터 재난의료지원팀을 총동원했다.

밤 11시13분에는 대응 2단계를 발령했다. 소방 당국은 축제 중지를 요청했고, 윤석열 대통령은 신속 구조와 치료를 지시했다. 밤 11시 50분께 대응 단계를 3단계로 격상하고 구급차 142대와 구조 인력을 대거 투입했다. 소방과 경찰 등 2692명이 투입됐다. 서울경찰청은 30일 새벽 1시 수사본부를 설치하고 사실관계 확인에 나섰다. 지자체와 정부 관계자도 속속 현장에 도착했다. 새벽 1시5분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현장에 도착하자 상황 판단회의를 진행했다.

사고가 전해지자 자녀와 친지, 친구의 안부를 묻기 위한 연락이 이어졌다. 부산 직장인 B 씨는 “뉴스 속보를 보고 서울에 사는 누나가 걱정돼 전화를 했는데 받지 않았다. 밤새 뒤척거리다 새벽에 ‘나는 괜찮다’는 회신을 받고 뒤늦게 잠에 들었다”고 말했다. 서울에 유학 보낸 자녀를 둔 부모도 잠을 설쳤다. 주부 C 씨는 “전화를 안 받아서 전화를 20통은 넘게 한 것 같다. 다른 곳에서 친구들과 술 먹고 잤다고 하더라. 온몸에 힘이 빠지는 경험이었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신원 확인이 늦어지며 문의가 속출하자 새벽 4시30분 한남동주민센터에는 실종자 접수처가 마련됐다. 가족과 연락이 되지 않는 시민의 발길이 이어졌다. 오후 2시까지 3580건(중복 포함)의 실종 신고가 접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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