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태원 참사…언제까지 이런 비극을 겪어야 하나

2022. 10. 31.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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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핼러윈 인파’ 몰려 최악의 압사 사고, 세월호 이후 최대 피해…책임 따져야
사고 수습 우선…지역축제 점검 필요

대한민국 수도 서울 한복판에서 최악의 인명 피해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 29일 밤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해밀톤호텔 인근에서 핼러윈 파티를 즐기려던 수만 명의 인파가 한꺼번에 몰리면서 압사 참사가 일어났다. 소방당국이 밝힌 사상자는 사망자 153명(외국인 25명), 부상자 133명 등 모두 286명으로 중간집계(30일 오후 6시 기준)됐다. 사망자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사상자 대부분은 10대와 20대다. 2014년 304명이 희생된 세월호 사태 이후 가장 큰 인명 피해다. 그동안 국내에서 일어난 압사 사고 중 가장 큰 피해 규모다. 일어나서는 안 될 비극이다. 일단 사고 수습부터 만전을 기해야 한다.
이번 사고는 이태원동 중심에 있는 해밀톤호텔 옆 길이 40m, 폭 4m 정도의 골목에 통제 불능의 ‘핼러윈 인파’가 집중되면서 벌어졌다. 내리막길인 이곳으로 몰려든 인파에 밀려 쓰러진 수많은 사람이 깔려 숨지거나 부상당한 것으로 추정된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이날 밤 10시가 넘어 길에서 누군가가 넘어졌고, 뒤를 따르던 사람들도 차례로 넘어져 겹겹이 쌓였다고 한다. 경사진 좁은 골목으로 수용 가능 규모 이상의 사람이 밀려오면서 옴짝달싹하지 못한 상황에 처한 피해자들이 참변을 당한 셈이다. 워낙 사람이 많아 구급대가 응급환자에게 도착하는 데도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호흡곤란 환자가 300명 가까이 나오면서 1대1로 해야 하는 심폐소생술(CPR)을 하는 구급 대원도 부족해 시민까지 나섰지만 역부족이었다. 참사 뒤 귀가 차량이 이태원로로 쏠리면서 환자를 실은 구급차가 병원으로 가는 일도 쉽지 않아 희생자가 늘었다는 분석이다. 사망자 대다수 사인은 ‘질식에 의한 외상성 심정지’였다. 사고 원인을 철저하게 따져야 한다.
이날 3년 만에 마스크를 쓰지 않고 진행된 축제에 이른바 ‘핼러윈의 상징 장소’인 이태원으로 수많은 사람이 운집할 것으로 충분히 예상됐다. 그러나 행정당국은 제대로 대처하지 않았다. 앞서 지난 28일부터 이태원에는 수만 명이 북적거리기 시작해 대형 사고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이태원을 담당하는 용산구는 지난 27일 ‘핼러윈데이 대비 긴급회의’를 열었지만, 코로나19 방역·소독과 주요 시설물 안전 점검 위주였다. 파티가 절정에 이른 당일 사람이 너무 많아 걷기가 힘들 정도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안전 사고 가능성에 대한 사전 대책은 물론 경찰과 연계한 교통 통제 등 현장 관리에도 소홀히 했다는 지적이다. 어이 없다.
윤석열 대통령은 어제 ‘이태원 압사 참사’ 관련 긴급 대국민담화를 발표하면서 “정부는 사고 수습이 일단락될 때까지 국정 최우선 순위를 사고 수습과 후속 조치에 두겠다”고 강조했다. 용산구는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되고, 다음 달 5일 자정까지 국가애도기간으로 지정됐다. 한덕수 국무총리를 본부장으로 하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도 설치됐다. 각 부처는 수습본부를, 서울시는 재난안전대책본부를 각각 가동해 사고 수습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윤 대통령은  “지역 축제까지 긴급 점검을 실시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어제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열리기로 했던 한류 축제 ‘부산원아시아페스티벌 K-POP 콘서트’가 전격 취소되는 등 전국 각지의 축제 중단이 잇따르고 있다. 실외 마스크 규제 완화 이후 사람이 모이는 대형 이벤트가 많아지는 현실에서 앞으로 예정된 행사에 대한 사전 점검도 요구된다.
여야 정당은 주요 정치 일정을 뒤로 미루고 사고 수습에 주력하고 있다. 당연하다. 충격적인 국가 비극을 정쟁의 도구로 삼거나 국면 전환용으로 활용해서는 안 될 게다. 무엇보다  온라인상의 사고 관련 영상 유포나 선동성 표현 등이 멈춰져야 한다. 대한신경정신의학회가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유포하는 행위는 고인과 피해자의 명예를 훼손할 수 있으며, 혐오와 낙인은 사회적 갈등을 유발하고 재난 상황 해결에 어떤 도움도 되지 않는다”고 호소한 것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범정부 차원에서 진행되는 재난 대처가 국민과 함께  착오 없이 이뤄져야 함은 물론이다. 더는 이번과 같은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재발 방지 대책도 분명히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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