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사일언] 코스모스의 행방
퇴근길마다 지나치는 꽃집에서 코스모스 화분을 판매하고 있었다. ‘세상에 코스모스도 화분으로 파네’ 하며 무심코 지나가는데 문득 ‘그 많던 길가의 코스모스는 다 어디 갔을까?’ 궁금해졌다.
가을꽃의 대명사 코스모스. 늦여름부터 가을 내내 사방에 지천으로 피며 사람들의 가슴에 소박한 환희를 전해주고, 특유의 한들거리는 자태가 가을의 여유를 닮은 꽃. 화려하지는 않지만 청초하고 그윽한 매력이 가득해 청순미 넘치는 여인을 칭송할 때 “코스모스를 닮았다”고 표현하기도 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그 꽃이 잘 보이지 않았다.
코스모스가 귀해진 가을이 아쉽던 차에 얼마 전 도심 속에 코스모스 명소가 생겼다는 소식을 들었다. 110년 넘게 높은 담장에 둘러싸여 있던 서울 송현동 부지가 열린녹지광장으로 단장해 지난 7일부터 시민들의 품으로 되돌아온 것이다.
아이 손을 잡고 코스모스, 해바라기, 백일홍이 가득 핀 꽃밭 사이를 지나 경복궁과 미술관으로 이어진 길을 걷는 호젓함이 좋았다. 하지만 급히 꽃밭을 만들기 위해 인공적으로 심은 코스모스는 조금 허전했다. 어른 키만큼 자라 흰색, 분홍색, 진분홍 꽃이 어우러지는 높은 줄기 대신, 모내기하듯 줄 맞춰 심은 코스모스는 아이 무릎 높이 정도로 피었다. 그 옛날 사진 찍을 때처럼 코스모스 꽃 향기를 맞는 레트로 감성을 연출하기 어려웠다.
서울광장의 세 배나 되는 송현동 부지는 일제강점기 이후 각종 역사적인 사연과 규제로 인해 오랜 시간 방치되어 있었다. 그랬던 송현동이 미술관과 함께 공원으로 다시 태어난다고 한다. 어렵게 시민들의 품으로 돌아온 공간인 만큼 많은 기관이 함께 궁리해 알차게 꾸며지면 좋겠다. 더불어 점점 더 짧아져서 애달픈 가을, 그때까지 코스모스가 무럭무럭 자라 10월의 마지막 날을 위로해 주는 진짜 코스모스 명소가 된다면 더 바랄 게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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