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현의 끼니] 벼의 건조와 밥맛

국제신문 2022. 10. 31.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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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잠시 과거로 돌려보자.

우리나라 농촌진흥청에서는 건조기를 이용한 벼의 건조시간은 5시간을 권장하고 있다.

건조해야 할 벼가 한꺼번에 몰리면 시간이 짧아지기 일쑤다.

강한 열풍으로 빠른 시간에 벼를 건조할 경우 볍씨 상태에서는 멀쩡해 보이지만 도정을 하면 금방 표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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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잠시 과거로 돌려보자. 벼 수확 철이 되었다. 동네마다 주민들이 삼삼오오 모여 벼 베는 날짜를 상의한다. 적게는 몇 마지기에서 많게는 수십 마지기의 논을 수확해야 하니 한 집의 노동력으로는 어림도 없었다. 마을 사람들끼리 품앗이 일정을 조정해야 했다. 그래도 막상 벼를 베는 날에는 인력이 턱없이 부족했다. 도시에 살던 가족들도 총출동하고 인근 군부대의 장병들까지 일손을 거들었다. 낫으로 수확한 벼는 한 무더기의 볏단을 만들어 그 자리에 세워두었다. 벼를 타작하기 전에 그렇게 하루쯤 말리면 밥맛이 좋아졌기 때문이다. 탈곡한 벼는 거적을 깔고 고르게 펴서 따가운 가을볕에 3, 4일 정도 말렸다. 볕이 좋다고 그냥 방치하는 건 금물. 갈퀴로 하루에 세 번 정도 벼를 뒤집어 줘야 했다. 그래야 모든 벼가 고르게 건조되기 때문이다. 벼의 수분함량이 적절한 상태로 떨어져야 밥맛이 좋아지고 오래 보관할 수 있었다.

수확한 벼의 자연건조 모습.


물론 지금은 수확 철에 이런 풍경은 볼 수 없다. 사람의 일정보다는 기계의 일정을 조정해야 한다. 수십 명이 한나절은 족히 걸려야 하는 벼 베기를 콤바인은 30분 정도면 끝낸다. 콤바인이라는 기계는 워낙 신통방통해서 벼를 베는 것과 동시에 탈곡까지 끝낸다. 탈곡까지 끝낸 벼는 곧장 건조기로 향한다. 물론 모든 벼가 건조기로 향하는 것은 아니다. 농부들이 집에서 먹을 것, 혹은 도시에 사는 자식들에게는 보낼 벼는 여전히 자연건조를 고집한다. 수고롭기는 하지만 그래야 벼의 품질이 좋아지고 밥맛도 좋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문제는 수매를 위해 건조기로 들어가는 벼들이다. 수확 후 벼의 수분함량은 20% 내외. 이를 출하하기 위해서는 수분함량을 15%로 떨어트려야 한다. 우리나라 농촌진흥청에서는 건조기를 이용한 벼의 건조시간은 5시간을 권장하고 있다. 즉 수분 1%를 떨어트리는데 1시간 정도가 적합하다는 의미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제각각인 경우가 많다. 건조해야 할 벼가 한꺼번에 몰리면 시간이 짧아지기 일쑤다. 강한 열풍으로 빠른 시간에 벼를 건조할 경우 볍씨 상태에서는 멀쩡해 보이지만 도정을 하면 금방 표가 난다. 같은 볍씨 내에서도 많이 건조된 부분과 덜 건조된 부분이 생기고 이렇게 되면 도정 후에 금이 가거나 깨지는 쌀이 많아진다. 이런 쌀을 모두 ‘불완전립’이라고 한다.

그러면 과연 소비자가 이를 구분할 방법이 있을까? 물론 있다. 시중에서 판매되는 모든 쌀의 포장지에는 ‘품질표시사항’이 표기돼 있다. 이는 법률로 규정하고 있는 의무사항이다. 그 가운데 ‘등급’은 특 상 보통, 세 등급으로 나뉜다. 등급 판정의 기준은 전체 중량에서 완전립의 비율이다. 당연히 완전립의 비율이 높을수록 밥맛은 좋아진다. 완전립의 비율은 품종 자체의 우수성과 건조 및 보관 상태에 따라 달라진다. 만약에 당신이 현재 시점에서 단일품종의 햅쌀을 구매하신다면 품종과 보관이라는 두 가지 변수는 사라진다. 그러면 완전립의 비율이 떨어지는 가장 큰 변수는 ‘건조’가 되는 것이다. 보통 완전립의 비율이 90% 이상이면 ‘특’ 등급을 받는다. 아주 드물게 완전립의 비율이 96% 이상이면 특을 넘어 아예 ‘완전미’라고 표기하고 판매할 수 있도록 허가하고 있다.


햅쌀의 계절이다. 올가을에는 그냥 햅쌀 말고, 완전미 비율이 높은 햅쌀을 한번 찾아보시길 권한다. 충분히 만족하실 것이라 장담한다.

박상현 맛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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