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수산칼럼] 부산항, 탈세계화·인력수급 진단 필요하다
매년 컨테이너라이제이션 연감은 400여 항만의 컨테이너 처리량 순위를 발표한다. 부산항은 환적화물 처리량 2위이다. 이것은 부산항이 동북아시아 물류거점 항만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해 부산항이 처리한 컨테이너 2270만6000TEU(TEU, 6m 컨1개) 중 환적화물은 1227만3000TEU(54%)였다. 2014년 환적화물이 수출입화물을 추월한 이후 이 같은 추세는 계속되고 있다. 부산항의 항만시설과 장비 및 일자리의 절반이 환적화물 처리를 위한 것이며, 부산항의 생존과 성장이 환적화물에 달려 있다는 말이다.
북중국과 서일본 지역에서 꽤 많은 환적화물이 온다. 이런 연유로 한때 일본이 부산항 견제정책으로 5대 슈퍼중추항만(동경 요코하마 고베 오사카 나고야) 육성정책을 폈다. 그 시점에 후쿠오카현 아시아성장연구소의 초청을 받아 ‘해운항만 물류체제의 변화와 부산항의 정책변동’이라는 특강을 한 적이 있다. 특강의 주요 내용은 세 가지 정도였다.
첫째, 항만물류는 물류의 속성인 신속 정확 안정 저비용 고효율을 지향하며, 공간과 시간의 효용을 창출하는 경제활동이다. 이 속성에 반하는 정책은 실패할 수밖에 없고 귀중한 인력, 예산 및 시간만 매몰시켜 상황을 더 꼬이게 한다.
둘째, 부산항의 급성장 요인 3가지다. ①항만당국이 글로벌 해운항만 환경변화를 읽어내 선제적이고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데, 우리나라 해양수산부는 동북아시아의 성장을 예견해 부산항을 컨테이너중심항만·환적중심항만으로 육성해 왔다. ②항만의 노사갈등은 시장과 고객에게 신뢰 리스크를 주게 된다. 환적중심항만에서 노사협력시스템은 필수적이다. 부산항은 1990년대부터 노사정 협력시스템이 작동해 항만평화를 유지하고 있다. ③부산항의 환적화물은 물류의 속성에 따라 시장과 고객이 선택한 결과다. 물류는 항상 최적 경로인 지름길을 찾아간다. 홍콩항과 가오슝항, 고베항 등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소비자 선택을 무시하고 정책으로 물류 흐름을 바꾸려는 시도는 무모하다.
셋째, 개인적으로 부산항을 동북아 물류중심지로 만든 요인은 ①항만당국의 환경변화 관리 리더십 ②항만공동체에서 항만을 삶의 터전이며 국가경쟁력의 원천이라는 인식공유 ③천혜의 입지라고 본다.
2022년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 초입인 것 같다. 세계는 전혀 딴 세상으로 변해가고 있다. 제4차 산업혁명시대로 접어들어 기술혁명이 일어나고 국제정치경제상황이 요동치면서 국제공급망이 재편될 조짐을 보인다. 해운의 시황도 심상치 않다. 이 시점에 부산항이 긴급하게 점검해야 할 사항을 짚어 본다. 탈세계화의 조짐이 곳곳에서 나타난다. 제2차 세계대전 후 1940년대 브레턴우즈 협정을 시작으로 GATT 협정, UR, WTO 체제를 거쳐 급속히 진행된 자유무역주의의 퇴조와 자국 이익 우선주의로 회귀하려는 움직임이 부산항에 미칠 영향을 진단해야 한다.
다음, 항만은 해상구역과 육상구역의 복합공간이다. 이 공간에는 다양한 기능과 주체 및 업종별로 일자리가 있다. 아무리 항만시설과 항만장비가 첨단화되더라도 곳곳에 사람이 해야 하는 일이 많다. 이 일자리가 청년층에게 매력적이지 않아 일손 구하기가 어렵다. 해상구역에서는 예인, 선용품 공급, 선박연료 공급, 선박 급수, 항만 청소 등 다양한 항만용역업체가 인력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육상구역에서는 화물운송 주선업, 통관업, 창고업, 항만하역업, 검량·검정업, 항만운송업, 선용품업, 선박유류 공급업, 항만부대 서비스업 등에서 구인난을 겪는다. 항만에서 오래 종사해 오신 분들은 이구동성으로 부산항의 분야별 기능별 인력육성 및 인력수급 대책을 마련해야 미래가 있다고 말한다. 구인난과 구직난이 겹치는 특이한 상황이다. 서둘러서 실태를 파악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 같다.
이번 조사를 하는 동안 ‘인 서울’의 빅3 재학생이 학교를 그만두고 트레일러와 야드 트랙터 운전, 부부 트레일러 운전, 유튜브 하는 트레일러 등 사례도 있었다. 모두 행복하게 일하고 만족했다. 이를 보면 부산항의 정확하고 세밀한 일자리 정보를 제공하는 창구도 운영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김정원 한국해양대 해양경영경제학부 겸임교수
Copyright © 국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