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한국의 원전 기술, 美 원전社 지식재산권 침해 아니다
지난 21일 미국 웨스팅하우스사가 컬럼비아 연방지방법원에 한전 등 우리나라 원자력 업체를 상대로 지식재산권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웨스팅하우스는 “한국형 원전 APR1400에 자사의 지식재산권이 포함되어 있으므로 이를 수출하기 전에 웨스팅하우스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며 미국법에 따라 미국 정부의 검토를 받아야 하는지도 판단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대해 일부 언론은 원전 수출의 암초라고 보도했지만, 이는 견제하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우리 원전 기술의 경쟁력이 강해졌음을 보여주는 일례이다.
APR1400 설계의 모든 지식재산권은 국내 업체가 소유하고 있다. APR1400 개발에는 웨스팅하우스의 ‘System80+’라는 원전 기술을 참고하였으나 APR1400의 모든 설계나 기술 문서는 국내 업체가 개발하고 생산했다. 신개념 안전 설비를 독자 개발하고 자체 실험 설비를 활용해 신기술의 안전성을 검증했다. 웨스팅하우스가 마지막까지 이전하지 않았던 원전설계핵심코드, 원자로냉각펌프, 디지털제어계통 등 주요 기술도 산학연이 합력하여 2010년 중반까지 모두 자체 개발을 완료함으로써 APR1400 관련 모든 기술을 독자적으로 확보한 것이다.
그런데 웨스팅하우스는 왜 지식재산권 침해 소송을 제기했을까? 한마디로 말하면 웨스팅하우스가 비즈니스 전략상 한국 원전 업계를 견제하려는 것이다. 필자는 1997년 웨스팅하우스와 한전 사이에 웨스팅하우스가 제공하는 원전 기술의 범위 및 사용 조건 등을 규정하는 ‘기술사용협정(License Agreement)’ 협상의 중심적 역할을 담당했다. 그 당시도 지식재산권이 중요한 이슈였다. 특히 만료 기간이 정해져 있는 특허와는 달리 만료 기간이 특정되어있지 않은 저작권이 협상의 주안점이었다. 당시 한전은 APR1400을 개발하면 더 이상 웨스팅하우스로부터 간섭을 받지 않는 자유로운 원전 수출을 기술사용협정체결의 목표로 삼았다. 그러나 APR1400 기술 개발에 참고한 웨스팅하우스 기술의 저작권을 완전히 벗어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판단하고 우리가 자체 개발한 원전 기술에 웨스팅하우스의 저작권이 일부 포함되어 있더라도 사용에 제약이 없도록 협정을 체결하고 웨스팅하우스에 별도의 대가를 지불하였다. 즉 웨스팅하우스 지식재산권이 포함되어 있더라도 한국 업체가 개발하고 생산한 모든 APR1400 기술 문서 및 정보는 국내외에 영구적으로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기술사용협정에 명기하였다. 따라서 웨스팅하우스의 APR1400 수출 승인 필요 주장은 이 기술사용협정을 위배하는 것이다.
두 번째 소송 사안은 미국 정부 승인 여부이다. 원전 기술에는 핵확산방지협약(NPT)에 관련된 기술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기술사용협정 체결 당시 정부는 핵확산방지 등 원전 기술에 대한 수출 통제를 독자적으로 이행하기보다는 미국의 수출 통제를 따르는 것이 부담이 적다고 판단하였다. 그리하여 우리나라는 미국의 원전기술 수출 통제 규정에 따르는 것을 기본으로 하되 우리의 원전 수출에 장애가 되지 않도록 기술사용협정과 2015년 양국 간에 맺은 한미원자력협정 제6조 ‘원자력 교역’에 수출 통제 준수가 원활한 교역을 제한할 수 없도록 관련 허가 사항을 신속히 조치하도록 하는 조항도 삽입하였다. 미국의 원전 기술 수출 통제는 특별허가 대상국과 일반허가 대상국에 따라 달라진다. 체코와 폴란드는 일반허가 대상국이므로 미국의 특별한 허가 과정이 불필요하다.
이번 소송 사태는 한미 간 원전 기술에서의 협력 관계를 정확히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지나친 수출 경쟁이 낳은 결과라 할 수 있다. 오히려 이 소송이 양국 간 원전 기술 분야 협력 경험과 기술사용협정을 바탕으로 한미 원자력 동맹을 굳건히 하여 두 나라가 세계 신규 원전 건설 시장을 선도하는 계기가 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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