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명이 밀면 18t 압력… “m²당 5명땐 휩쓸리기 시작, 즉시 나와야”

이지운 기자 2022. 10. 31.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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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사사고 예방-대응 이렇게
가슴 압박 따른 질식사가 대부분 “팔짱 끼고 숨쉴 공간 확보해야”
대형사고땐 예방자세도 도움 안돼… 인파 몰리는 장소 안가는 게 최선
장기 파열돼 과다출혈로 숨지기도… 현장 빠져나왔어도 검진 받아야
29일 발생한 이태원 핼러윈 참사와 같은 압사 사고 상황에서 가장 많은 사망 원인은 ‘흉부 압박으로 인한 질식사’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인파에 깔린 사람의 가슴에 강한 압박이 가해지면서 의식이 있음에도 숨을 들이마시지 못하게 된다는 것이다. 65kg의 성인 100명이 한꺼번에 밀 때 가해지는 힘이 18t에 이른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일부 피해자의 경우 장기 출혈까지 발생해 인명 피해가 더 커졌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 m²당 12명 밀집하면 실신하는 사람 발생

대규모 압사 상황이 발생하면 깔린 사람은 빠져나오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사람이 지나치게 운집해 압사 사고의 위험이 있는 곳에는 애초에 가지 않는 것이 최선이다.

군중 밀집 지역을 꼭 방문해야 한다면 사고 가능성을 감지하도록 예민하게 대응해야 한다. 박재성 숭실사이버대 소방방재학과 교수에 따르면 대부분의 압사 사고는 순식간에 발생하지 않는다. 발생 전에 ‘전조 증상’이 나타난다. 1m²(약 0.3평)에 5명이 들어갈 정도로 인파가 몰리면 그 안에 있는 사람은 몸에 압박을 느끼기 시작한다. 몸도 본인의 의지와 무관하게 ‘휩쓸리듯’ 움직이기 시작한다.

여기서 사람이 늘어 m²당 10명에 이르면 몸에 가해지는 압박이 ‘비명을 지를 정도’로 강해진다. 12명 수준이 되면 실신하는 사람이 발생한다. 특히 이태원 참사처럼 경사진 곳에서는 이런 위험이 더 커진다. 박 교수는 “몸이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휩쓸리듯 이동하기 시작한다면 당장 인파 속에서 빠져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파에서 빠져나올 수 없다면 두 팔로 단단히 팔짱을 낀 후 가슴 앞으로 들어올려야 한다. 숨을 들이마실 때 가슴이 부풀어 오를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또 무릎으로 몸 앞 장애물을 밀어 내듯이 버텨 배에 가해지는 압박을 분산시켜야 한다. 신동민 한국교통대 응급구조학과 교수는 “만약 넘어졌다면 몸을 웅크리고 옆으로 누운 자세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이태원 참사 같은 대형 사고에서는 이런 예방 자세도 무용지물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이경원 용인세브란스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소규모 인파에서라면 모르지만, 대형 압사 상황에선 사람 힘으로 버티는 것이 불가능하다”라고 말했다.

구조된 사람이 숨을 쉬지 않는다면 즉시 심폐소생술(CPR)을 시행해야 한다. 우선 부상자의 고개를 뒤로 젖혀 기도를 확보한다. 분당 100∼120회의 속도, 5cm 깊이로 강하게 가슴 압박을 30회 한 후 인공호흡을 2회 하는 순으로 반복한다.
○ “당장 괜찮더라도 검진 받아야”

이태원 참사에서는 복강 내 혈액이 고이는 ‘혈복강’으로 사망한 사례가 상당수인 것으로 알려졌다. 복부 압박이 심해져 내부 장기가 파열되고, 이로 인한 과다 출혈로 사망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의료계 관계자는 “다른 외상이 없지만 유독 복부가 부풀어 오른 사망자가 많았는데, 장기 파열에 의한 혈복강으로 추정된다”며 “이럴 경우 빠른 이송과 응급수술이 필요하지만, 희생자들이 사고 현장을 쉽게 빠져나오지 못해 사망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태원 참사 생존자들은 수도권 59개 병원으로 분산 이송됐다. 중환자가 적지 않아 추가 피해가 우려된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한꺼번에 많은 환자가 몰리면서 응급 수술이 지체된 사례가 발생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며 “응급 환자들의 상황이 더 안 좋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사고 현장을 빠져나왔더라도 몸에 이상이 느껴지면 병원을 찾을 것을 권고했다. 이강현 연세대 원주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처음에는 통증이 없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두통, 부종 등이 뒤늦게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며 “병원에 가서 복부 등 아픈 부위에 대한 검진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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