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90가요 울려퍼진 ‘길보드’ 기억 나시나요

정재연 시민기자 2022. 10. 31.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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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보드차트' 음악이 있었다.

1980~90년대 부산 시내 중심가 도로변 리어카에서 들렸던 최신 유행 음악이다.

하지만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음악을 듣는 매체가 바뀌고, 저작권이 강화돼 불법 복제 음반 단속이 심해지면서 길보드는 사라졌다.

부산시민이면 지나가다 한 번쯤 발걸음을 멈추고 큰 스피커에서 나오는 추억의 음악을 들어봤을 조그만 판매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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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길거리 리어카 음반 판매, 인터넷 저작권 탓 점차 사라져

- 박영문 씨 부산 광복로서 운영
- 30년 간 중장년층에 추억 선사

‘길보드차트’ 음악이 있었다. 1980~90년대 부산 시내 중심가 도로변 리어카에서 들렸던 최신 유행 음악이다. 미국의 ‘빌보드 차트’를 빗대어 길보드 차트로 불렀다. 길거리 노점에서 음악을 튼 채로 음악 테이프를 판매하는 것. 실제 음반계에선 길보드에서 많이 울려 퍼질수록 음반 판매가 많았고, 가요순위 프로그램에서도 인기가 높았다고 한다.

부산 중구 광복로에서 박영문 씨가 음악 음반을 판매하고 있다. 1980, 90년대 유행했던 ‘길보드 차트’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1996년 가수 김종환의 ‘존재의 이유’는 길거리에서 큰 호응을 얻으면서 당시 최고 시청률을 찍은 KBS 드라마 ‘첫사랑’의 삽입곡이 됐다. 그 덕분에 김종환은 15년 무명 생활을 끝낼 수 있었다. 가수 김현정 또한 1996년에 녹음한 ‘그녀와의 이별’로 길보드 인기 스타가 돼 1998년 방송에 데뷔할 기회를 얻었다.

당시 길보드에서 울려 퍼지던 노래들, 이른바 길보드 차트는 요즘으로 치면 각종 음원 사이트에서 보여주는 실시간 인기 차트와 같았고 어쩌면 지금의 음원 사이트보다도 더 정확하게 그 시대 인기곡을 알려줬다.

하지만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음악을 듣는 매체가 바뀌고, 저작권이 강화돼 불법 복제 음반 단속이 심해지면서 길보드는 사라졌다. 가끔 고속도로를 이용하면 휴게소에서 노래를 틀어놓고 음반과 잡화를 파는 상점을 보게 된다. 이곳에서 휴대전화로 음악을 듣는 것이 서투른 세대를 위한 USB 음반이 나와 있다.

그런 가운데 부산 원도심에서 길보드를 운영하는 50대 후반의 박영문 씨가 화제다. 30년 이상 광복로에서 이전 B&C 제과점, 국민은행 옆에서 80~90년대 유로댄스 음악을 틀어놓고 영업 중이다. 부산시민이면 지나가다 한 번쯤 발걸음을 멈추고 큰 스피커에서 나오는 추억의 음악을 들어봤을 조그만 판매점이다. 시민기자의 인터뷰 요청에 세무서, 검찰 조사 운운하면서 처음에 손사래를 치다가 추억을 공감하자 말문을 열었다.

옛날에는 가수의 어떤 노래가 히트할지를 예측했고 실제 그렇게 되었다 한다. 한 번은 한 대중가수의 음반을 처음 듣고 종일 틀었다고 한다. 영업전략이었다. 먼저 음반을 듣고 히트 예감 노래 한두 곡만 집중했다. 실제 ‘만약에’는 히트곡이 되었고, 어느 날 그 가수가 건너편에서 오랫동안 지켜보다 “고맙다”면서 인사를 하고 갔다고 한다. 지금으로 보면 마케팅의 고단수 전략이었다. 또한 당시 부산 원도심에 유동 인구도 많았고 서민들의 소비 성향도 나쁘지 않았다.

몇 년 전 건강이 좋지 않아 장기이식을 받은 후에도 30년 이상 판매했고 좋아하는 이 직업을 계속할 것이라고 한다. 하루 판매액은 소액이지만, 자식도 다 컸고 이 일이 천직이라 생각해 마음도 편하다고 한다.

최신음악이 아닌 80~90년대 댄스음악을 틀어놓은 이유를 물으니, 지금 리어카에서 음반을 사는 고객은 옛날 추억을 더듬는 중년이 대부분이고, 가끔 젊은이가 부모님이 즐겨 듣는 음악 같아 구매한다고 한다.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를 보며 기성세대가 옛 추억을 회상하듯, 광복로에서 박 씨가 들려주는 음악을 들을 때면 지나고 보면 힘들었던 순간마저 추억이 되어 현재엔 그리움으로 남아 잔잔한 파도처럼 다가온다.

※시민기자면은 부산시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아 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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